나는 혼자 스페인을 걷고 싶다

나는 혼자 스페인을 걷고 싶다 - 먹고 마시고 걷는 36일간의 자유
오노 미유키 지음, 이혜령 옮김 / 오브제 / 2016년 6월

한번도 산티아고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다. 난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산티아고 길은 내 리스트에 존재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 길에 대하여 책을 쓰고 이야기를 했고 심지어 주변 사람들도 산티아고 길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는 했지만 난 관심이 전혀 가지 않았다. 여행은 좋아하지만 고행을 즐기지는 않는다. 새로운 곳에 가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차를 마시는것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것은 좋지만 몸이 기분좋게 움직이는 정도에서 행복이 온다고 난 생각한다. 그리고 그 생각은 크게 변함은 없다. 산티아고 길은 성스러운 길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종교와 관련해서 가는 곳이라는 생각만 했기에 더욱 관심이 없었던것 같다. 하지만 책을 펴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만큼은 한번 가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다 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이 길에 서있어보고 싶다는 느낌이 뭉클하게 밀려 올라왔다.

그녀는 참 멋진 사람이었다. 분명 똑똑한 사람인것 같았다. 게이오 대학을 나오고 20대에 여행을 떠나고 전 세계를 만나고 회사도 왠지 좋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을것 같은 그런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토록 완벽한 일상은 그녀의 공황장애로 한번에 무너져내렸다. 난 다시 한번 느꼈다. 살아가면서 중요한것은 바로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이라는 점을 제대로 배우고 느끼게 된것이다. 그녀에게 선택할 수 있는것은 단 하나 밖에 없어보였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는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난 그녀의 여행 동기가 너무 좋았다. 현실에서 벗어나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는게 참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의 책에 적혀있을법한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그녀의 아픔은 분명했고 힘든 그곳을 떠나 자기 자신을 찾는것은 꽤나 멋진 이야기임에 분명했다.

35일동안 800km를 걷는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하겠다. 하루에 얼마나 걸어야 한다는것인지 계산해봤는데 최소한 22km이상을 걸어야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그녀의 한달이 조금 넘는 그 시간은 어떤 시간이었는지 알고 싶었다. 힘든 시작이었고 조안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나조차도 나는 이길을 걸을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65세의 그녀가 자신의 가방을 꾸리기 위해 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이 핑돌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혼자 서려고 하는 그녀의 모습에 감동받았다. 그리고 아직 그녀의 반밖에 살지 않은 내가 힘들다고 투정부리는건 잘못된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산티아고에 대해 너무 몰랐던 나로서는 모든것이 새로웠는데 특히나 몸의 길, 머리의 길 그리고 영혼의 길로 나누어진다는것이 그래서 꼭 800km를 걸어야하는거구나 싶어서 제대로 깨닫게 되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800km를 어떻게 걷나 걱정했는데 서두르지 말라는 리타의 이야기를 들으며 순간 안심하게 되었다. 산티아고 길을 걷는것은 정말 숙제나 스케줄이 아니니까 꼭 해야한다는 건 없으니까 그냥 그 시간을 즐기면 되겠구나 싶어서 마음이 편안해졌고 그렇다면 나도 갈 수 있겠구나 싶은 용기도 생겼다.

이 길에서 사람들이 얻어가는 것은 사람인것 같았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마치 철학자 같았다. 하지만 책에서 읽어 내려갔던 지루했던 어찌보면 당연한듯한 이야기가 아닌 진심으로 마음에 와닿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사람을 만나는게 무섭고 두렵고 어려웠던 요즘의 나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렇게 멋진 사람들이 걷는 길이라면 나 또한 걸어보고 싶다. 한번은 꼭 만나보고 싶은 멋진 산티아고 길이었다. 심지어 더 짧게 갈 수 있는길도 있다는것을 알고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물론 100km가 짧은 거리는 아니겠지만 처음부터 무리하는것보다 조금씩 늘려서 걷는것도 좋겠다 싶었다. 제대로 모르고 있던 아름다운 길에 대해 제대로 알게되어 너무 기분 좋은 시간이었고 그녀가 만나는 좋은 사람들을 멀리서나마 이렇게 만나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