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5월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것이 두렵다. 솔직히 죽음이라는 단어조차 이야기하는것을 회피하는 편이다. 물론 나의 죽음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보지 못하고 지내지만 특히 주변에 가까운 지인들이나 가족이 떠나는것이 세상에서 가장 두렵다. 말도 하고 싶지 않고 상상도 하고 싶지않은 이야기지만 언젠가는 마주하는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그 운명을 잘 알고 있지만 최대한 외면하고 싶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아침에 텔레비전만 틀어도 살인사건은 나오고 그 외에도 다양한 일들이 있기에 죽음은 항상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것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난 죽음을 이야기하며 웃을 수 있다는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하면 할수록 웃을 수 있으려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의 방법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줄리언반스의 자전적인 에세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처음부터 꽤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솔직하게 자신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기에 더욱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그와 그의 형이 처음 접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때 나보다 꽤 편안하게 죽음에 대해 알게 되었구나 싶었다. 난 어렸을때 내가 키우던 반려견을 잃으며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심지어 아직까지도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기 때문에 닭을 잡던 두 형제의 이야기는 왠지 꽤나 유쾌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의 어머니를 장의사와 만나는 이야기를 들었을때는 숨이 턱 막혔다. 그의 형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얼굴을 보는것을 거절했지만 그는 만나러 갔다. 난 어떨까? 과연 난 어떻게 행동해야 좋은걸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때 조부모님이 돌아가셨기에 크게 장례식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는 사랑을 담아 어머님께 인사를 건넸다. 이렇게 다정한 인사를 그 순간에 할수 있다니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무신론자였다. 사실 난 종교가 있는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신은 없다고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기에 그가 나중에 생각하게 된 불가지론에 대해 왠지 더 관심이 갔다. 이번에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알게 된 단어였지만 꽤나 나의 의견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불가지론자가 된 그가 생각하는 죽음에 대해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참 좋았다. 다른 생각과 의견을 알고 들어보는것만으로도 나에게는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고 의외로 덤덤하게 이야기들을 받아들이고 읽게 되었다. 그의 아버지가 죽었을때 그의 어머니가 보이는 반응은 꽤나 덤덤했다. 어떻게 그럴수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그만큼 마음의 준비를 했던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는 끝을 참 신경쓰는 사람인것 같았다. 물론 열심히 살아갔지만 끝이 어떨지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것 같았다. 난 아직까지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그 순간에만 신경쓰고 살았는데 앞으로는 조금 더 멀리 보고 나의 마지막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