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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내일이 올거야
이시다 이라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여름이 다가오면서 나 역시 인도의 녹아버린 아스팔트 길처럼 늘어지고 녹아내렸다. 생각은 멈췄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매일을 보내고 있었다. 그저 손에 잡히는 책을 읽어 내려가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너무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제목이 훅하고 눈에 들어왔고 마음으로 다가왔다. 나에게 건네주는 한마디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다고 정말 괜찮은 내일이 올거라고 기운을 북돋아주는 그런 제목을 보며 너무 힘이 나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매일이 지겹다고 느낄 수 있지만 막상 그 평화로운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는것은 바로 그 일상이 깨지는 순간에 느껴진다. 일상이 깨지는 순간은 정말 예고없이 찾아온다. 네명의 인간이고 청년이고 삶을 열심히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어느날 아침 계약이 해지된다. 해지 통보는 그들의 상황을 뒤집어 놓았다. 하루 아침에 갈 곳이 없어졌다. 이 느낌을 알것같다. 갑자기 머리가 띵해지고 세상이 뒤집히는 느낌일것 같다. 하지만 젋은 그들은 의외로 조금의 화와 분노를 느끼고 슬픔을 느낀것 같다. 그리고 그들은 걷기로 한다. 어차피 내일 당장 갈곳이 없으니 도쿄까지 가는 길을 걸어가겠다는 것이다.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고 왠지 설레이기까지 했다. 앞으로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 궁금하고 같이 여행을 떠나는것 같았다.
하루 정도 걸어보고 계속 여행을 하기로 결심하게 되는 그들의 이유는 블로그로 올리는것도 그렇고 배고파서 더 맛있는 커피도 마찬가지이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샌드위치였던것 같다. 그만큼 그들에게는 걷는것이 오히려 편안한 일이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나기에 몸을 씻고 폐교에서 자는것에 감사하며 끓어오르고 피어오르는 커피 향에 감사하게 되는 그런 시간이라니 엄청나게 몸은 힘들지만 왠지 정말 그 말 그대로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점점 그들은 캠핑에 익숙해져 갔고 스스로 자신들이 해야할 일을 잘 찾아서 하고 있었다. 당연하게 싸움도 종종 있었지만 그건 힘든 상황에서 겪는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걷는 그들에게 변화가 왔다. 주간지에 내일의 행진이라는 제목으로 그들의 여행에 대한 기사가 올라왔고 그들의 여행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실 자신의 모습이 나오는것을 꺼려했던 마스터때문에 좀 힘들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머지 세명의 부탁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고 그 사이에 이들에게 우정이 생겼구나 싶어서 감동받기도 했었다. 중간에 힘든 일이 생겼지만 넷은 멀어지거나 떨어지지 않았고 나도 진심으로 감동받았다. 이렇게 함께 걸을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거 참 괜찮은 인생이겠구나 싶었다.
고생이라면 치를 떨며 싫어하는 나 조차도 이런 야영과 생고생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만큼 편안한 마음이 드는 그런 이야기였다.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는데 이 책을 읽으며 많이 힘이 났다. 정말 진심으로 나에게 괜찮은 내일이 올거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