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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다 - 혼자여서 아름다운 청춘의 이야기
신혜정 글.그림 / 마음의숲 / 2016년 3월
평점 :

꽃 향기가 스멀 스멀 올라오고 있는 요즘, 이제야 얼었던 몸이 좀 녹아가는구나 싶게 날이 풀리고 있다. 몸만 꽁꽁 얼어있던 것이 아니라 마음도 꽁꽁 얼어있었던것 같아서 뭔가 봄같은 책이 읽고 싶어졌다. 꽃 향기가 책에서도 날듯한 그런 글을 읽고 싶었다. 핑크빛에 표지를 만나는 순간 참 마음에 드는 봄의 책이 되겠구나 싶었고 흐드러진다는 제목 또한 너무 좋았다. 무언가에 어딘가에 내가 흐드러져본적이 있던가 곰곰히 생각하게 만들었다. 흐드러지게 아름다운 꽃 아래에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급한 마음에 책을 폈다. 그리고 책 속으로 흐드러지게 되었다.
그녀의 여행이자 생활은 참 좋았다. 처음으로 만나게 된 공간은 독일이었고 나는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공간에서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그녀의 말을 아니 글을 느끼고 있자니 내 주변은 그녀가 1유로를 주고 마시던 커피숍이기도 했고 동물원이 되기도 했다. 시를 쓰는 그녀는 과학책을 보며 시를 생각한다는 이야기에 이건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과학책을 보며 글을 쓰는 이유를 조금은 알것 같았다. 그녀의 사진이 아닌 마음에 남아있는 풍경을 같이 그려보며 산책을 했고 그녀가 즐기는 아침시간을 만났고 그 곳에서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일상이 참 좋았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지금 나의 일상과 다른것은 과연 무엇일까 싶었다.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일상이 과연 독일이라서 아름다운걸까 아니면 그녀의 기억이 아름다워서 이렇게 멋진걸까 고민을 잠시 해봤다.
외롭지만 편안하게 느껴지던 독일에서 벗어나 터키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이스탄불이라는 책은 정말 궁금했고 그녀와 함께 다리가 아프도록 걷고 싶었다. 어색한 지명들 사이사이로 나도 산책을 다녀보고 싶었다. 내가 다리가 아프도록 걸었던 때가 언제 였던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흠뻑 빠져서 걷는 힘을 주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매혹적인 도시였다. 고양이와 개들이 있고 차를 마시는 사람들 사이로 다니는 그녀의 모습을 상상해보며 참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터키어가 늘어가는 그녀에게 규젤이라는 단어는 미소가 번지게 했고 히잡이나 새로운 단어들을 들으며 새로운 언어와 단어는 또 새로운 느낌을 선물하는구나 싶어 다양한 언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다크라는 곳은 한번정도 들어본 적이 있다. 산 높은 곳 그 어딘가라는 생각이 드는 레에 가면서 산은 가까워지고 전자기기는 멀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답답하거나 불안하거나 심심한것이 아니라 마음이 후련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편안한 시간이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산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그린 바람에 날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그 시간을 그리고 그 장면을 남겨준 그녀에게 고마운 느낌이 들었다.
어떤 곳에 머무르며 전해주었던 이야기는 참 기분 좋은 시간들을 선물했다. 내가 크게 관심가지지 않았던 곳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 곳을 생각하고 그리고 가보고 싶게 만들어주었다. 또 새로운 곳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나만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