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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 기분
박연희 지음, 쇼비 그림 / 다람 / 2016년 1월
평점 :

우리말을 배우고 익혀왔으나 이제는 조금 어색해진 단어들이 너무 많이 있다. 순수 우리말이라고 하지만 입에 잘 붙지도 않고 잘 알지도 못하는 말이 너무 많이 있다. 살아가면서 점점 더 우리말과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공부를 하던 기간 동안은 우리말에 애정도 가지게 되고 많이 알았지만 언제부터 이렇게 나는 멀어지고 만것일까 생각해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심지어는 종종 띄어쓰기나 맞춤법까지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나 스스로도 조금 한심스러울 지경이다. 이번에 명왕성 기분을 읽게 된것은 내가 워낙 에세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우리말 에세이라는 그 단어가 너무 와닿았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적힌 에세이는 얼마나 크나큰 매력이 있는것인지 궁금했고 우리말도 제대로 다시 만나보고 싶어졌다.
명왕성 기분을 펴서 읽으며 드레드레하다, 그느르다, 그리고 새살대다 등등 다양한 우리말을 만나게 되었다. 너무 좋았던 단어들의 어감덕분에 이야기는 더 풍성하고 부드럽게 느껴졌다. 난 에세이를 참 좋아한다. 다양한 에세이들을 읽어보면서 에세이가 주는 느낌이나 분위기를 참 좋아했다. 이번에 읽은 명왕성 기분은 더욱 좋았다. 총 43개의 우리말 단어들이 나왔는데 난 발맘발맘하다는 단어가 참 마음에 들었고 책을 발맘발맘하며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그 시간이 행복하고 참 편안했다.
그녀의 어머니 이야기와 외조부모님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퐁신퐁신 구름속에서 기억을 만나는 듯한 기분을 느꼈고 그녀가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남편과 술마시던 이야기를 들으니 아픈 마음까지도 알아주는 사람이라는것을 듣고 그래서 그녀의 글이 이렇게도 따뜻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느 하나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다정한 시선으로 다양한 일들을 바라보던 그녀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추운 겨울 하루종일 떨고 온 나에게 따뜻한 아랫목을 내어주며 달달한 저녁밥을 먹는 시간 같았다. 따뜻한 국물을 후후불어 한수저 넘기듯 그녀의 이야기들은 더 나를 나른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추억의 더께를 읽으며 지나간 내 추억을 생각해봤다. 온통 어려웠다 힘들었다 생각했던 그 시절에도 내가 행복하고 기분 좋았던 기억과 추억이 더께더께 쌓여있었다. 그녀가 사라지기 전에 만나본 아파트처럼 다 무너져버리기 전에 나도 사랑스러운 내 추억을 만나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행복하고 따뜻한 시간을 선물받은 명왕성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