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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번의 소개팅과 다섯 번의 퇴사
규영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30살이 넘은 여자에 대한 편견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내가 10대때만 하더라도 30대의 여자는 아줌마인줄 알았으니까 뭐 당연한 결과겠지만 어느 순간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흐르고 흘러 한동안 내가 아줌마라고 불렀던 그 나이가 되어버렸다. 아! 어쩌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나는 30대가 되어버렸다. 30대의 여자는 이래야한다 저래야한다 엄청나게 많은 수식어와 기준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나는 하나도 그 기준에 맞추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사실 그렇게 맞추고 싶지도 않다. 내가 맞추고 싶지 않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다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 그러면 안된다 나중에 후회한다고 말한다. 그런다고 내 생각이 쉽게 변하는것도 아닌데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짜증만 날뿐이다. 내가 언젠가 말했던 노처녀 히스테리라고 불릴수도 있는 그런 증상들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젠 오해받을까봐 화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30대여자들은 결혼하지 않았고 대기업을 다니지 않으면 대부분 다 이렇게 산다. 아닌가? 나만 이렇게 사는건가?
우영과 구월의 집으로 초대 받았다. 그녀들이 족발을 뜯는 사이로 내가 있었다. 퇴사하고 싶은 여자와 결혼하고 싶은 여자, 난 퇴사는 격렬하게 응원했다. 꿈을 쫒아가는것이니까 하지만 결혼을 하고 싶은 구월은 과연 진심인걸까? 왜 그렇게 힘들게 여러 남자를 만나고 쓸쓸하게 차이고 마는걸까?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꼭 결혼을 생각하지 않아도 인생에 큰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 어느날은 크림파스타를 돌돌말고 있었다. 그리고 구월은 울었다. 나도 같이 울고 싶었다. 왜 구월은 이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야하는걸까? 세상에서 거절당하는것이 두렵지 않은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꾸준하게 거절당하는 구월을 꼭 안아주고 싶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인생의 무게를 지고 가고 있다. 어느 누구도 대신 들어줄 수 없는 인생의 무게, 우영에게는 부모님이 그랬다. 사이가 좋은 부모님과 함께 산다는것만큼 인생에서 복이 많은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집에 갈때면 마음을 졸이며 오늘은 싸우셨을까 싶은 마음으로 조심스럽다는 말을 들었을때처럼 그리고 그녀의 어머님이 찾아오셨을때 마음이 철렁했다. 그래도 잘 이겨낼 수 있는 단오씨와 구월이 있기에 우영은 괜찮은것 같았다.
난 우영과 구월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자매같은 친구같은 애인같은 둘의 사이는 아주 진솔한 이야기부터 평범한 일상까지 모두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아보였다. 나에게도 이런 친구가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이런 멋진 친구와 함께라면 인생이 너무 행복하지 않겠는가? 더욱 깊어지는 우정에 부러움이 한가득 넘쳐흘렀다. 나이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툭툭털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그녀들처럼 치열하게 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