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악마다

사람이 악마다
안창근 지음 / 창해 / 2015년 11월

살아가면서 무조건 안된다는 말이 가장 이해하기 어렵다. 난 착한척을 하는 사람도 무조건 선한척을 하는 사람도 아니다. 솔직히 살인을 하는것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해할수 없는 일은 아니라는게 내 생각이다. 살아가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던지 무조건 안된다는 말을 하는 사람을 만난적이 있었다. 물론 그 사람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것에 관련해서는 내가 이야기할 것이 없지만 난 세상을 살아가며 어마어마하게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들에 관한 뉴스를 들을때면 사람보다 악한 것도 세상에 없고 또 그런 악한 사람을 만드는것도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동안 미친듯이 열심히 봤던 드라마가 있었다. 바로 크리미널 마인드였는데 다양한 캐릭터들의 프로파일러들이 연쇄살인범을 잡는 이야기였다. 크리미널 마인드를 보면서 내가 어렸을때 이 직업에 대해 알게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보았다. 만약 미리 알았다면 분명 내 인생의 목표가 달라졌을수도 있다. 그만큼 나는 범죄심리에 관심이 많은편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그게 단지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실제로 인간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며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었다. 부모라는 존재가 새로 태어나는 하나의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되었고 또 사회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는 유명한 프로파일러였다. 어떻게 내가 존경해마지않는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사람을 죽일수 있었을까? 심지어 그는 연쇄살인범이었다. 나는 그녀와 마찬가지로 그를 믿을수 없었다. 그녀는 상처가 있었다. 그녀의 상처는 감히 나같은 사람이 이해한다고 말할수 있는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안타까운 사람이었지만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왠지 그녀와 함께 나도 수사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책을 펴고 한번도 손에서 떼어낼 수가 없었다. 내가 책을 읽는것인지 수사를 하는것인지 모를정도로 푹 빠져서 그녀와 함께 이곳 저곳을 찾아다녔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두려웠지만 그녀와 함께 한발씩 나아갔다.

유령은 내가 생각해왔던 악마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경찰을 조롱했고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고 여성들을 재미로 죽이는것 같았다. 그의 엽기적인 모습에 심장이 쪼그라드는 느낌이었고 도저히 어떤 사람인건지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배경이 홍대라는것이 날 더욱 두려웁게 만들었다. 홍대는 내가 즐겨가고 자주 가는 곳인데 롯데월드도 내가 좋아하는 공간인데 그런 곳에서 살인이 일어난다니 내가 숨쉬고 있는 이 공간에 공포가 가득 차게 되었다. 그가 주는 다양한 암호들은 내가 알고있는 지식의 한계를 깨닫고 두려움이 커지게 만들었다. 그가 말했던 홍대에서 살인예고는 현실이 되었고 폭탄까지 터지는등 예측할 수 없는 악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두려웠던 사람이 악마다는 읽으며 사람이 죽고 세상이 썩어가도 어디서든 자신의 앞길만 알고 스스로의 이익만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고 결국 사람이 악마가 될수밖에 없게 만드는 이 사회가 우리를 얼마나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는지 알려주었다. 태어나면서부터 공감을 못하는 사람은 있을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단지 공감을 못하는것일뿐 주변에 좋은 사람과 좋은 사회안에서 살아간다면 과연 우리 주위에 악마가 있을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사람은 얼마든지 악마가 될수 있다. 하지만 악마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기회와 상황을 줄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오페라의 유령을 생각하면 애잔한 마음이 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