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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야간비행 - 정혜윤 여행산문집
정혜윤 지음 / 북노마드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책에 대해 편식이 심한 저는 항상 여행을 꿈꾸고 여행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여행 이야기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특별할 것 없이 그 곳의 멋진 사진들과 그 곳에 어떻게 가게 되었고 무엇을 하였고 그런 것들을 하는 시간을 보내고 그 공간에서 살아가며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게 되어있잖아요. 이번에도 스페인 야간 비행이라니! 분명 멋진 스페인 여행 이야기이겠구나 싶은 생각에 꼭 읽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책을 받아들게 되었어요. 스페인하면 생각나는 가우디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멋지고 정열적인 사람이라던가 아니면 멋진 해변 맛있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가득 들어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기대하면서 책을 펼쳤어요.
책을 펴고나서 가장 깜짝 놀란것은 사진이 정말 한장도 없다는 것이었어요. 순간 너무 당황스럽고 여행 산문집이라는것이 여행 에세이와 다른것인가 싶은 마음에 조금 어색하고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그렇다면 분명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하겠구나 싶은 생각을 하며 저자에 대한 소개를 읽게 되었어요. 사실 전 작가님이 그렇게 유명한 분인지도 잘 몰랐거든요. 그냥 여행 얘기라면 뭐든 좋으니까 읽어야지 싶었던 마음이었는데 깊은 감성을 글로 전하는 분이라길래 정말 기대하고 처음 글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두장을 읽었는데 머리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서 다시 앞으로 돌아와 다시 읽었어요. 미스 양서류는 도대체 무엇인가?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다른 글들이 읽어지지 않았고 또 분명 스페인 여행인줄 알았는데 갑자기 필리핀 보홀 섬이라니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일까 싶은 생각에 집중이 안되어서 혹시 표지와 안의 내용이 잘못 된건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했어요. 도저히 제가 평소에 알던 그냥 여행 에세이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책을 뒤적이다 뒷장에 있는 용어 해설과 주 그리고 인용 도서들에 대한 설명을 읽어 내려가며 스페인 야간비행은 가벼운 여행기가 아니구나 느낄 수 있었어요.
다시 마음을 다잡고 미스 양서류를 다른 마음으로 이해한 뒤 그녀의 여행에 다이빙 연습하듯 푹 빠져보기로 했죠. 제가 아직까지 그냥 스쳐지나가듯 가벼운 감성에 집중하고 있었다면 이렇게 무거운 감성과도 만나서 진짜 제대로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거든요. 용어를 이해하고 부르는 미스 양서류는 처음과는 많이 다른 의미로 다가왔어요. 필리핀 보홀에서 해변에서 아이들의 추락연습을 보고 같이 해보거나 돌고래를 만나는 이야기들을 듣고 아름다운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을 직접 만나는것처럼 그 순간을 즐기다보니 왠지 제가 그녀의 여행을 전해듣는 미스 양서류가 된 듯한 느낌이었어요. 바다 속이던 하늘이던 땅이던 그녀가 가는 곳을 다 따라다니며 그 여행을 함께 하는 것 같았거든요.
또 필리핀에 있는 그녀가 다시 생각하듯 지난 리스본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마드리드 광장에 대해 말하며 여행 중에 지난 여행에 대한 자세하면서도 몽롱한 이야기들을 전해주었어요. 그러면서 새로운 작가들을 소개해주었죠. 스페인의 시인인 후안 라몬 히메네스를 만나게되고 그의 당나귀 이야기와 하얀 나비같은 영혼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 새롭고 잘 알지 못하는 시인에 대한 비밀 이야기를 듣고 있는것 같아서 더더욱 주의를 기울여 읽어 내려가게 되었죠. 그리고 미스 영장류도 알게 되고 그녀의 생각에 대해서도 듣게 되었어요. 또 그녀가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는 알함브라의 정원에 대한 궁금증도 생기게 되었죠.
책을 읽어내려가며 제가 얼마나 책을 편식하고 있었던가에 대한 반성을 하며 짙은 감성을 느낄 수 있었던 그녀의 책을 만나서 참 다행이구나 싶었어요. 새롭게 흥미가 생긴 멋진 곳들에 대해서도 알게되었고 또 새로운 작가들도 소개 받았지만 가장 좋았던것은 제가 이 책을 다 읽게 되었다는 것이었어요. 몽롱하게 꿈에서 길을 떠난것처럼 현실적이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인 그녀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고 그리고 그 이야기를 같이 끝마칠 수 있었다는것에 가장 큰 기쁨을 느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