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단어들 - 혼돈과 모순의 향연 그리고 한 잔의 시
최인호 글.사진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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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느낌도 감히 앞에 내세울수 없을만큼 간단히 정리해버릴수 없는 책이었어요. 정말 오랫만이에요. 이렇게 글자 하나하나 단어 하나조차 읽고 또 읽고 다시 읽어보고 생각하게 된건요. 어느 순간부터 생각이 짧아지고 공상은 줄어가고 글도 간단명료해지기 시작했죠.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내 습관들이 부유하는 단어들을 읽으며 예전의 감성적이고 조금 특이하고 생각이 많고 뭔가 깊이가 있던 저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잠시 사라졌던것 같아요. 


처음에 책을 폈을때 첫 단어인 사막을 가볍고 간단한 마음으로 읽어내려가려고 하였으나 단 한마디도 이해가가지 않았어요. 똑같은 줄을 20번을 넘게 읽고 또 읽고 멍하니 읽고 이해가 안가서 또 읽는것을 반복했죠. 꼭 제가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이 된것같은 느낌이었어요. 글씨 하나하나는 알겠는데 소리도 낼수 있겠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전혀 모르겠는 느낌이요. 그래서 책을 덮고 한참 시간이 흐른 밤에 다시 읽게 되었어요. 아무런 소리도 밝은 햇살도 없는 고요한 시간에 온전히 책에만 집중해서 읽어내려갔죠. 책을 들어가며 들었던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이 맴돌아 마음을 비우고 차분히 읽어내려갔어요.


예전과 다르게 요즘엔 정말 글을 빨리 생각없이 읽었는데 오랫만에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읽으니 생각도 많아지고 재미있더라구요. 그래 난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았었지하고 오래전의 저의 모습을 기억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어요. 가장 좋았던건 바로 나무라는 단어였어요. 노르웨이 숲을 거닐며 작가가 생각했던것들 우리가 지식이라고 배워왔던것들에 대한 이야기, 사과를 그것이라고 배워서 모두가 그렇게 알고 지식이라는것을 얻어가지만 그것에 지배당하며 살아오고 주체성을 상실했고 그 지식의 근원들이 이미 존재해오던 오래전부터 감각적으로 활동해왔던 자연이고 지구고 우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이 존재하고 나는 다만 알아차릴 뿐인거죠. 살아가며 그런것들을 느끼고 생각한지 얼마나 오래되었을까? 사색에 잠기는 밤이었어요. 고독이라는 단어를 만나게 되며 전 결심하기도 했어요. 고독의 심줄을 단단히 잡고 더 어두워져야겠다 그래야 내가 더 맑고 밝은 하늘을 만날수 있겠구나, 그리고 뒷모습이라는 단어를 만났을때는 나의 진실된 뒷모습이란 무엇인가 난 언제쯤 타인에게 나의 진실된 뒷모습을 당당히 보일수 있을까, 정말 내 인생의 해가 질 무렵 내 뒷모습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궁금해하고는 했어요. 한 단어 한 이야기 그리고 하나의 시와 사진 모든것이 너무도 잘 어우러져 사막을 걸었다가 숲을 걸었다가 길과 마을을 다녔다가 글을 향한 여행을 잘 마치고 온 느낌이에요. 


내 머릿속을 떠돌아 다니던 단어들과의 만남이 오랫만이라 더 반가웠던것 같아요. 깊은 제 안으로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고 이 책이 저에게 어떤것이 된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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