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뤼팽의 사랑, 기암성

기암성 - 최신 원전 완역본 ㅣ 아르센 뤼팽 전집 3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셜록 홈즈의 팬이지만 헐록 숌즈의 팬은 될 수 없는 것 같아요. 기암성을 읽고나서 느낀건.. 헐록 숌즈에게 실망했다는거에요. 기암성을 읽기전에 가장 유명한 이야기중에 하나라서 기암성이 어디 있는걸로 나오는지 노르망디는 어디인지 찾아보고 읽어보게되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보는 중에도 더 상상이 잘되고 그 사이를 누비는 뤼팽의 모습이 너무도 좋더라구요.

기암성을 보면서 새로운 캐릭터가 나왔는데요. 바로 젊고 진중한 보트를레였어요. 보트를레는 뤼팽만큼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였는데요. 어마어마한 추리력을 가지고 나이에 어울리지않는 무게를 가진 그런 모습이었던것 같아요. 아마도 모리스 르블랑은 셜록 홈즈는 뤼팽에게 대적할수 없으니 새로운 더 멋진 캐릭터를 만들어내려고 보트를레를 등장시킨거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에 가장 기억에 남는건 뤼팽의 달라진 모습이었어요. 자신의 사랑을 지키고 그녀와 함께하기 위해 자신이 모았던 찬란한 영광들을 모두 기부하고 그의 완벽하고 또 완벽한 기암성까지도 다 버리는 모습이 아직까지 잠시 봐왔던 뤼팽의 모습이 아니고 진실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난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자신의 일도 포기하고 모든 부귀영화를 포기하면서까지 지키고 싶던 한사람, 레이몽드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모습이 어쩜 이렇게 멋지던지요. 스스로 한번도 자신이 하는 일을 부끄럽거나 수치스럽다고 생각한적없고 멋지고 재미있는 인생이라고 생각했던 뤼팽이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바라봐주는거에 비하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고 오히려 자신의 과거가 수치스럽다고 느낄정도로 레이몽드에게 푹빠졌었죠.

기암성은 정말 보트를레가 뒤쫒는 뤼팽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며 오히려 뤼팽보다 보트를레의 매력을 더 많이 보여준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의 등장이었으나 아무리 그런 보트를레도 뤼팽에게는 어쩔수 없다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거기다가 1편에서 나왔던 하트-7 잠수함을 뤼팽이 가지고 있다니! 감탄스러울 따름이었죠. 모든 이야기가 뤼팽의 모든 행동이 다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에 전율이 오더라구요. 

아직까지 3편밖에 보지 못했지만 뤼팽이 그의 사랑을 잃으며 끝나는 기암성은 저에게 너무도 슬픈 이야기였어요. 읽으면 읽을수록 뤼팽의 팬이 되어가고 그의 매력을 하나씩 더 알게되는데 이번엔 헐록이 미워질정도로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너무 아쉬운 마무리였지만 그래도 뤼팽이 새로 떠날 다른 모험이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