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라디오
이토 세이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영림카디널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어느날 지인과 이야기를 한적이 있어요. 제 기억엔 작년 여름이었던것같아요. 작년 여름은 우리나라에 힘든일이 있고난후 잊혀지지않는 잃어버릴수 없는 세월호일이 있고난 후였어요. 전 나라에 큰일이 있던 작은일이 있던 왠만하면 뉴스를 보지 않는 사람이에요. 나쁜 뉴스를 매일 접하는게 스스로 힘들기도 하고 점점 듣기 싫어져서 뉴스는 다 외면하고 있을때였죠. 아무리 외면하려고 해도 너무 큰일이었기에 저도 잘 알고 있는 이야기였죠. 지인이 저에게 말하더라구요. "세월호 이야기 때문에 많이 울었어. 넌 어때?" 저는 무심결에 말했어요 "울었어? 난 그닥.." 말하고나니 지인이 많이 놀라며 사연이 슬프지 않더냐고 제가 이상하다고 하더라구요. 그땐 많이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 상상라디오를 읽으며 제가 외면하고 회피하고 싶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것같더라구요.


어느날 갑자기 자기자신도 어떻게 된일인지 모르고 죽음을 만난다면.. 우린 항상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수 있는건 바로 죽음이라는 장치가 있기때문이지만 그래도 준비되지 않은 죽음은 누구에게나 힘들수 밖에 없는것 같아요. 상상라디오의 첫장을 펴고 밝은 DJ아크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오히려 더 슬픈 느낌이었어요. 왠지 모르게 읽으며 그 사람의 인생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내 인생은 나중에 뭐라고 이야기해야할까..그런 생각도 들고 갑자기 왜 그러고 있는지도 모르는채 나무에서 하늘을 내려다보며 상상으로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는 그를 상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죽음이란건 어느누구도 쉽게 이야기 할 수 없는게 바로 그 상황을 겪어보지 못해서 일텐데요. 아크의 이야기와 다른 사람들이 보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혹시 나도 죽으면 그 라디오를 들을까..그럼 안심이될까 아니면 슬플까?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주말동안 상상라디오를 읽으며 너무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한건지 스스로도 많이 지칠정도로 몰입해서 읽게된것 같아요. 몸도 마음도 왠지 너무 힘들었지만 책을 덮으며 이 소설을 읽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상상라디오를 읽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제가 가장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부분을 정면으로 돌파한 기분이었어요. 같이 슬퍼하고 암담해하며 답답했던 부분을 그냥 마주보니 그것또한 인생의 마무리를 위한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S씨의 이야기 또한 공감가는 부분이 많이 있었어요. 차안에서 대화하던 내용중 가장 기억에 남는것은 바로 감히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이라는 이야기였는데요. 일본의 대 지진도 우리나라의 세월호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세월이 지나고 시간이 흘러가며 다른뉴스에 잊혀지고 흐려지는 존재가 되는것같아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어요. 가장 슬픈건 잊혀지는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구요. 죽음보다 더 슬픈게 바로 잊혀져가는거니까요. 누군가의 기억에 남아있다면 그 사람은 그 기억속에서 계속 살아있는거라던 말이 어딘가에서 들었는데 문득 떠올랐어요. 이야기를 듣다보면 너무 평범해서 더 서글픈 하루를 이야기하곤해서 맘이 많이 아팠는데요 특히 타라모샐러드씨의 절대 평범하지 않은 하루가 제 하루를 생각나게 해서 더욱 욱씬거리더라구요. 또 아크씨가 자랑하듯 이야기한 소스케에 관한 이야기는 아버지의 마음을 보여주는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하면서도 애틋해졌어요. 불판위에 있는것같이 안절부절하다는 아크씨의 마음은 아직 부모가 아닌 저는 알수 없는 이야기 이겠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슬프고 또 슬퍼졌어요. 


책을 덮으며 엉엉 울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도 없던 제가 참 안타까웠지만 그보다 잊혀져가고 있는 일들이 더욱 안타까웠어요. 다친 마음을 위로하지만 잊지는 말자는 생각이 가득들었고 또 상상라디오 덕분에 아무리 죽음이라하더라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계속 존재하는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어요. 좋은 이야기를 들은것 같아요. 상상라디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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