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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기억들의 방 - 우리 내면을 완성하는 기억과 뇌과학의 세계
베로니카 오킨 지음, 김병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6월
평점 :

저는 기억이 선명하지 않은 편 입니다.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지난 일도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고 흐릿한 적이 많습니다. 저와는 다르게 제 동생은 모든 기억을 굉장히 선명하게 기억하고 그때의 감정까지도 고스란히 떠올리고는 합니다. 오히려 가끔은 그렇게 제대로 기억하는 동생이 안쓰러울때도 있습니다. 좋은것도 잘 기억하지만 나쁜 일도 슬픈 일도 그대로 기억해내기에 때론 그 마음이 안쓰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쁜일이나 좋은 일을 잘 기억해내지 못하거나 잊어버려서 결국 저에겐 뭔가 크게 남지 않는듯한 느낌이 들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생각해보는게 나는 왜 이렇게 모든 일에 대한 기억이 흐릿하고 선명하지 않은지 궁금했습니다. 때론 잘 기억을 못하는 내 뇌가 고마울때도 있지만 무슨 이유로 이렇게 기억을 잘 하지 않는건지 궁금할때가 있어서 이 책을 읽으면 알게 되지 않을까 싶어 책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왜 내 기억은 이렇게 쉽게 사라질까? 혹은 정말로 사라진것일까 아니면 내 뇌가 의도해서 지워가고 있는것일까 궁금한데 그 이유가 어쩌면 기억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처음에 기억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듣게 되어서 좋았던것 같습니다. 뇌에 대해 듣고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감각은 어떻게하여 기억이 되는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처음이라 굉장히 흥미롭고 새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좋았던것 같습니다. 내가 느끼고 보는 이런 모든 감각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기억으로 남고 또 그것들이 어떻게 전달되어 생성되는지 어렵기는 했지만 그래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큰 트라우마로 인해 기억이 사라지는것은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가 아닌 오히려 나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하니 그런 이야기들도 참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마들렌은 어쩌면 그 맛보다는 향이 더욱 기억에 남는 빵인데 프루스트의 영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어떤 향을 맡게되면 그 향을 맡았던 기억이나 추억이 떠오르며 그 기분이 다시금 느껴지고는 하는데 이런 감각들이 기억에 더 많이 남도록 도와주는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양한 기억에 관한 질환들은 기억이 어떻게 남는지 혹은 그 기억의 변화로 인해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었고 그 덕분에 내가 생각하고 있는 기억에 대한 이미지도 많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기억은 참 많은것들을 나에게 남기는데 그런 기억들이 모여 나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것을 깨닫게 되며 지금까지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이유는 이런 기억들이 알게모르게 나에게 남아서 이런 결과가 된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뇌에 관한 이야기들은 조금 어렵기도 했지만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지금 내가 가진 기억은 진짜 있었던 진짜 기억인지 아니면 나 스스로 만들어내고 뭔가 내 뇌에서 새롭게 이해하는 가짜 기억인건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억들은 결국 나를 만들고 지금의 내가 될 수 있도록 알게 모르게 많은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내가 인지 하지 못하는 기억이라 할지라도 내 삶에 큰 흔적을 남기고 영향을 주는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며 정말 재미있게 많은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