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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산책 - 일본 유명 작가들의 산책잡담기 ㅣ 작가 시리즈 3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2년 5월
평점 :

불과 10년전만해도 걷는것은 즐기지 않았고 산책을 공식적으로 해본적이 없는것 같다. 걸어야하는 거리가 아니라면 왠만하면 탈것을 타고 다녔고 의미없이 걷는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딘가를 가는것은 많이 했지만 생각하거나 사색하며 딱히 걷는 의미없이 걷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봐야한다. 사람들이 산책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예전에는 그런 매력을 전혀 몰랐다. 걷는것을 우선 싫어했으니 당연한거 아닐까 싶다. 그러던 내가 어느 순간 걷는 일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마 좋아하게 되었던 이유는 일본 여행을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일본에서 여행을 하며 걷는것이 좋아졌다. 뭔가 주변을 자세히 보게 되고 새로운 골목 모르는 길을 걷는것이 이토록 재미있다는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 후로 산책은 나의 취미가 되었다. 이렇게 걷다보면 힘든 마음도 슬픈 생각도 그래도 좀 가벼워지고는 했다. 많은 작가들이 산책을하며 영감을 얻는다고 들었는데 그들의 산책은 어떨까 너무 궁금했다.
내가 산책을 좋아하게 된 그곳에 그 시절에 살던 작가들은 무엇을 만나고 보았을까 거의 백년전에 살았던 작가의 산책을 따라가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 더욱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짧은 산책을 같이하는 기분은 참 좋았다. 그러고보면 나도 혼자 산책하는것을 좋아하고 그리고 혼자 어마어마한 생각에 빠져드는데 그 생각을 훔쳐듣는 기분이란 뭐나 조금 짜릿하기도 했다. 그 시간으로 잠깐 달려가 그 풍경을 만나고 그 생각을 들으니 마치 내가 순간 시간도 공간도 모두 지배하는듯 했다. 그들의 생각과 표현은 역시나 남달랐다. 그 시절 그 동네는 이랬구나, 책의 가장 큰 장점인 상상으로 재현하기를 해내는 기분이 꽤나 좋았고 같이 수다떨며 산책하는듯한 느낌이었다. 어떤 때에는 짧은 산책이었고 어떤 때에는 길고 긴 산책이었다. 구석구석 하나하나 보고 듣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다음날 산책까지도 따라 나섰다.
책을 읽으며 좋았던 점은 작가의 이력에 대해서도 먼저 알수 있다는것이었다. 이름이 익숙하나 잘 모르는 작가도 혹은 이름도 작품도 잘 알지만 작가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작가에 대해서도 알고 같이 산책을 나갔다. 마치 소개를 서로 하고 친구가된 후 시간을 보내는것 같은 느낌이어서 더욱 좋았던 시간이었다. 같이 꽃을 보고 사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람은 나를 포함 주변의 모든 사람들 혹은 상상속에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같이 바라보고 느끼고 생각하고는 했다.
조용함 그리고 여유로움은 산책에서 누릴수 있는 최고의 축복이다. 다양한 시간,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생각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것은 어찌보면 시간을 가지고 있는 자의 사치로운 모습은 아닐까 생각해봤다. 작가들의 산책을 따라다니며 이야기를 들을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나도 어쩌면 시간을 누리고 사치를 부리는것이 아닐까 싶었다. 깊고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을 궁유해준 모든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할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