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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말고 파리로 간 물리학자
이기진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9월
평점 :

최근 나는 다시 되돌아보면 그렇게 큰일도 아닌데 그 일에 휩싸여 내 삶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했다. 걱정하고 신경쓰고 화내며 지금 내가 뭘하고 있는건가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몇번이나 들었다. 하지만 쉽게 그 순간에 그 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계속 힘들게 매달리고 있었다. 그런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건가, 내 인생과 시간을 왜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가 싶은 생각에 다시금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했다. 그럴때 최고의 힐링은 책인데 마침 최근 유퀴즈 온더 블럭에 나왔던 씨엘을 멋지게 성장시킨 아빠인 작가님을 보게 되었다. 파리에 가서 살았던 이야기, 일본에서 살며 동화책을 그려준 이야기를 들으며 인생이 하나의 길로 가는 법은 없구나 싶은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이 책을 보자마자 너무 읽고 싶었다. 이 순간을 잘 살아내는 방법을 제대로 배울수 있을것 같기도 하고 워낙 파리는 나의 로망이 가득한 도시이니 더욱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여행을 하며 비행기를 타는것이 이렇게 멋진 일이었나, 그동안 여행을 하며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일들이 이제는 여행이 너무 그리워지다보니 하나하나 다 그립다. 그중에서도 비행기를 타고 다니던 그 시간이 너무 좋은데 이 단순한 이야기도 물리학자에게는 공간좌표의 이동이라니, 책을 펴자마자부터 웃음이 나왔다. 일상의 고단함이 날아가고 어느샌가 이야기에 푹 빠질수 밖에 없었다. 나도 앞으로는 여행을 하며 꼭 이야기들을 짧게라도 어디에서 왜 썼는지 남기고 싶어졌다. 언젠가는 그 이야기들이 모여 추억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었다. 여행을 하며 혹은 그곳에 있으며 당연하게 느끼는 것들이 나중에는 굉장히 그리웁고 애틋해질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의 이야기를 처음 읽으며 누군가는 그에게 물리학자가 맞냐고 물을정도로 일과 일상의 경계가 굉장히 뚜렷했던것 같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난 너무 내가 하는 일과 나를 동일시 했던것은 아닐까 생각해봤다. 일은 그저 일일뿐인데 내 삶을 온전히 휘두르고 방해하게 내가 내버려둔것 같았다. 일과 휴식에는 경계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진심으로 내 일상에 대해 더 소중함을 느끼고 나로 살아가는 시간을 더 많이 보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의 친구들과 함께하는 이야기 그리고 그가 사람들을 만나서 겪는 일들, 국제적으로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는 신나는 그 시간이 그대로 책에 남아있었다. 어쩌면 그가 매번 그런 일들을 잘 남겨둔것이 이렇게 좋은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를 선물해주는게 아닐까 싶었다.
다양한 음식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의 일상과 그의 생각들이 정말 편안하고 기분좋게 다가왔다. 내가 지금 지내는 이 일상도 언젠가는 그저 흐릿하게 사라져버릴 기억이 되지는 않을까 싶고, 조금 더 나 자신으로 살아가며 인생을 더욱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여행이 그립거나 일상이 고달플때, 이 책을 펼쳐들고 다시금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