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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기장 속 영화음악 - 20세기 영화음악, 당신의 인생 음악이 되다
김원중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1년 9월
평점 :
아주 오랜만에 옛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사실 이 책을 만나기 전부터 내 어린 시절 즐겨보던 영화들이 그리워 한 두편씩 찾아보곤 했다. 신작 영화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왜 그리도 과거 속 영화들 속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보는 내내 힐링되는 기분이 들었다.
예전엔 OST가 수록된 음반을 따로 수집하기도 하였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더블 카세트에 복사하여 듣곤 하였다. 영화음악의 경우 영화를 못보았어도 음악이 좋아 즐겨 들었던 경우도 있고, 그 음악이 좋아 영화를 찾아보는 경우도 있었다. 요즘엔 그런 열정따윈 보일 틈이 없었다. 생각해 보면 지금이 그 때보다 더 여유로운 듯 한데 아마도 열정이 식은 것 같다.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책에서 나는 향이 과거를 소화시켜주는 것 같았다. 부록으로 나눠준 책갈피 냄새인지 책 냄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말 그리운 냄새였다. TV방영으로 자주 볼 수 있었지만 아빠가 비디오 녹화를 해 주셔서 돌려 보았던 슈퍼맨을 비롯, 남편이 여전히 음악과 영화를 애타게 찾고 있는 유 콜 잇 러브, 제목만 보아도 떠오르는 반가운 영화 음악들이 다수 포함된 이 책들의 목차를 보는 것도 행복이었다.
나와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작가의 프롤로그를 읽을 때도 무척 공감이 갔다.
먼지 쌓인 일기장을 털어낼 수 있는 작가가 부러운 생각도 들었다. 기록을 좋아했던 나는 어릴 때부터 참 많은 기록을 남겼었는데 결혼하고 오면서 나의 기록들을 모두 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 안에 담겨진 내용이 무가치할지라도 요즘 부쩍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정작 요즘엔 기록에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데, 나의 이 시간들이 어제가 되어 그리워질 날을 떠올려 보니 아이가 곁에 있어도 그립다고 말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핀잔주었던 그 말 뜻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시대가 좋아져 온라인 검색으로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어 다행이라 작가는 말하였지만 QR코드의 편리함에 익숙한지라 그 부분이 참 아쉽게 느껴졌다. 음악을 틀어놓고 해당 영화 설명을 읽을 수 있다면 더욱 큰 행복이었을텐데 그러한 호사로움을 느끼기엔 약간의 수고로움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직접 찾아서 들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음을 작가는 미리 말해 주었다.
선곡의 워너칙과 이글을 쓰는 시점을 10~20대의 마음으로 전하려고 노력하였던 작가의 마음이 이 책을 읽는 내내 설렘을 더하게 해 주었던 것 같다.
알듯 알듯한 영화 <러브 어페어>가 저누도 궁금했다. 보았던 것 같은데 음악을 떠올려 보려 해도 떠오르지 않고, 내용을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런데 음악을 들어보니 모든 것이 떠올랐고, 찾아보니 영화도 볼 수 있어 그 시간이 너무도 좋았다.
피아니스트 스콧 조플린의 음악을 좋아해서 한동안 애정하여 들었었는데 부끄럽게도 그 분이 19세기 사람이란 것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Easy Winners'이 장학퀴즈 시그널 음악이었다는 것이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영화 음악 대부분 검색해 보면 낯익은 곡들이라 반가웠다.
반가운 영화와 반가운 영화 음악도 많았지만 제목만 익숙하거나 생소한 영화나 영화 음악들을 찾아 보는 것도 즐거웠다.
책은 두껍지 않은 분량에 가독성이 있지만 제대로 한껏 추억을 누리고 싶다면 몰아치듯 읽어내리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직접 영화도 찾아 보고, 영화 속 음악도 다시 감상하고 싶다.
아이의 학교 음악 모둠 활동이 영화음악 조사하는 것이었는데, 학창 시절을 그것도 수업시간을 그리워 할 날이 내게 올 줄은 정말 몰랐다.
내가 살았던 시절의 것들이 벌써 고전이 되었다는 기분은 살짝 서글프지만 고전이라는 이름의 이것들을 나의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이 책을 통해 마련하고 싶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