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겨울 국민서관 그림동화 200
케나드 박 지음, 서남희 옮김 / 국민서관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을 산 세월은 제가 아이보다 훨씬 많았는데, 수도 없이 반복되어 경험했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 경험을 아이를 통해 하게 되었답니다.

결혼하면서 살게된 지금 살고 있는 저희집 베란다 앞에는 나무 한그루가 있어요.

무슨 나무인지 궁금하지도 않았고 집앞을 가리고 있는 듯 싶어 거슬리곤 했었죠.

그러다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아이는 그 나무를 보면서 계절을 알려주었답니다.

특히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눈 앞에 붉은 노을과 같은 활홀함을 안겨주는 가을 나무는 언제나 기분 좋게 해 주었지요.

그러다 겨울이 왔는지 눈치도 못채고 있을 때 텅 빈 나뭇가지를 보면서 아이는 쓸쓸함을 느꼈고 이제 겨울이다라고 제게 알려줬어요.

이런 마음을 품고 있을 즈음 <안녕, 겨울> 이란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책의 제목보다 표지 그림이 눈에 띄었는지 펼쳐보기도 전에 연결되어 있는 뒷부분은 가을일 것이라 아이가 일러줍니다.

기대 않고 펼쳐보았던 책에는 정말 가을 풍경이었고, 아이가 예견한대로 <안녕, 가을>이란 책 소개도 있었답니다.

케나드 박 작가의 사계절 시리즈 책인 줄 알았는데, 이 이야기는 가을부터 시작되어 겨울이 두 번째 이야기네요.

봄 부터 학기가 시작되는 우리와는 달리 가을부터 학기가 시작되는 미국사람이라설까 싶은 추측도 해 보았지요.

읽고 넘길 제목에 모처럼 아이가 집착을 보입니다.

처음엔 글자 색에 관심을 보이며 가을이 안녕 하며 겨울이 오는 이야긴가 하더라고요.

엄마는 문장부호 쉼표에 집착합니다.

잘가라는 안녕인지 반갑다는 안녕인지..

결국 모자는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다가 한국어는 어렵다는 결론을 짓고 이제서야 겨우 책장을 넘겼답니다.
 


모처럼 엄마가 읽어주는 그림책, 언제부턴가 각자 읽고 이야기 나누게 되었는데 아이와 함께 그림책 읽는 시간은 엄마도 행복했던 시간이란 걸 잠시 잊고 있었나 봅니다.

하지만 충분히 그림책에 빠질 준비가 안된 엄마였던 탓인지 글을 읽는 속도가 빨랐나봅니다.

게다가 짧은 이야기이고 알만한 이야기일텐데 싶은 자만감도 있었나 봐요.

아이는 엄마에게 천천히 읽어달라 부탁합니다.

글 내용보다 그림이 몹시 흥미로웠나 봅니다. 차근차근 나뭇잎도 따라가보고 양들과 사슴도 훑어봅니다.

그 사이 엄마는 또다시 안녕의 문장 부호에 집착합니다. 만나서 반갑다는 것인지 곧 헤어질 것이라 잘있으라는 안녕인지..

원서를 보면 Hi 인지 Bye 인지 나왔을 텐데 궁금해서 못견디는 철없는 엄마입니다.

그 사이 아이는 충분히 가을을 느꼈나봅니다.

지는 해도 보고, 북극성도 보고, 늘 푸른 상록수들도 보면서 서서히 겨울이 다가옴을 느껴봅니다.
 


겨울이 왔지만 아이는 가을의 흔적을 놓치지 않고 있었습니다.

책 그림 앞장에서 나뭇잎을 모으던 아이들. 그리고 장면 장면 마다 따라왔던 나뭇잎.. 혹시 마지막장 아이들이 만든 눈사람의 나뭇잎이 이것이였을 거라며 아이는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정말 작가의 의도가 그거였을까 싶은 의문이 생긴 엄마였지만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 주기로 하였습니다.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져 있던 엄마는 그림책을 보아도 정답을 찾듯 제한된 생각만으로 상상하는 것을 힘들어 했습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은 엄마였지만 그림책을 통해 상상하는 법을 배운 사람은 엄마였던 것 같아요.

그 어떤 작품 해설보다도 아이가 들려주는 책에 대한 이야기가 언제나 즐겁습니다.

뭣모르고 처음에 맞다 틀리다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무지한 엄마였지만 이제는 아이가 상상하는 것을 함께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열린 사고를 품게 되었지요.

짧은 그림책이었지만 오래 읽고 긴 여운이 남긴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안녕의 쉼표가 의문이네요.. ㅎㅎㅎ 못 말리지요?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