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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리 - 높고 고운 사랑노래
선유 지음 / 황소자리 / 2017년 11월
평점 :

시험의 굴레에서 벗어난 책읽기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너무도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엔 좀 더 연령이 낮아져 즐거운 독서를 해야한다 의식하지만 어쩔 수 없이 더욱 처절히 시험 대비용 독서를 해야하지요.
난도질 하듯 분석하며 배웠던 문학의 갈래 중 고려 가요는 딱딱한 내용보다는 절절한 사랑 노래란 점에서 한번쯤 읽어 봤으면 하는 생각을 품다가도 배경과 관련된 이야기를 음미하기엔 마음의 여유를 품지 못했더랬죠.
한번 쯤 그 감정 느껴보고 싶다 했던 기억도 희미해지고 잊혀질 즈음 제목만으로도 문학 자습서가 떠오르는 서경별곡, 가시리, 정석가, 청산별곡, 한림별곡, 만전춘별사 등의 제목을 담고 있는 <가시리>란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혹여 이 책이 짧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요점 정리된 내용의 집결체면 어쩌나 싶은 기우가 앞서긴 하였지만 첫 페이지부터 펼쳐지는 아청과 우와 좌란 인물들의 이야기에 금새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시대는 고려, 공간은 강화경에서 시작됩니다. 좌와 우가 소속되어 있는 삼별초가 몽골에 항쟁하는 역사적 관점에서의 이야기로 볼 수 있지만, 그보다 사랑이란 주제로 얽히고 설킨 친구 좌와 우, 그리고 그들이 사랑한 가인 아청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역사적 관점과 고려 가요, 그리고 등장 인물들의 적절한 조화로 잘 어우러진 이 작품 속에서 다시한번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열살 때 있었던 일화를 더듬어 보면 그들의 행동에서 좌와 우의 성품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대를 품고 있었던 고려가요들은 적재 적소에 가인 아청의 노래소리로 표현되고 있지요.
막연했던 주제들을 상황 설정에 맞춰 생각하다 보니 노랫 속 의미들이 이해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끝까지 몽골에 대항했던 좌, 몽골에 투항하여 남에게 충성하는 우의 활약을 통해 고려 시대 몽골에 항쟁하던 삼별초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좀 더 탄탄히 이해할 수도 있었겠지만 오로지 한 여인을 위한 사랑을 놓치 못한 우라는 남자의 인생을 엿보면 결국 작가는 사랑을 쓰는 사람이 맞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됩니다.
고려가요라는 장르적 특성을 생각하다보면 왠지 해피앤딩이 떠오르진 않지요.
세 인물의 결말을 예측해 보는 것도 슬프지만 재미진 활동이 될 듯 합니다.
난도질 하던 문학 읽기는 진저리난다 말하면서도 어쩌면 또 다른 방법의 난도질 된 고려가요를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느낀 점은 다행이다. 였답니다.
한창 고전 읽기의 중요성에 몰입하여 고전을 찾아 읽고 있었는데, 우리 고전에 대한 특히 우리가 깊게 알고자 노력하지 않고 있던 분야에 대한 글읽기를 시도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