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피씨주의자의 종생기 The Story of P.C. K-픽션 19
구병모 지음, 스텔라 김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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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았건만 이 얇은 책 한권은 저에게 낯섬 그 자체였습니다.

<어느 피씨주의자의 종생기>라는 제목에 이끌리긴 하였지만 제목 자체도 낯설었고, 표지에 커다랗게 써있는 K의 의미도 낯설었고, 구병모라는 작가 또한 낯설었던 작가였습니다.

책장을 넘겼을 때 또 한번의 낯섬을 느꼈습니다. 왼쪽엔 한글 오른쪽은 영어로 표기된 책의 구성 때문이었죠.

영어는 당연히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접어 두고 반쪽만 읽으면 될 것이라 금새 읽어버리겠지 하는 자만에 빠져 있었지만 짧지만 이 낯섬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 길게 필요했던 책이었답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아들녀석은 엄마가 이런 원서도 읽냐고 뜨악했지만 한글로 쓰여진 내용에도 집중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한심한 생각이 스쳐지나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난 후에는 책 말미에 소개된 아시아 출판사의 K픽션 시리즈를 모두 읽어보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주인공은 소설가 P씨..1년에 한 권 정도 정기적으로 소설을 출간하고, SNS를 보유하고 있지만 본인의 실체는 감추고 어떠한 개인적인 견해는 표현하지 않은 채 아무 의미없는 사진들만 게재하고 있었지요.  그러다 사회비판을 요소로 한 소설 출간을 앞두면서 일이 벌어졌답니다.

SNS 댓글 사회적 문제이긴 하죠. 이 책에서는 소설작가에 대한 비판에 국한지어 표현하고 있지만 확장하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며칠전 있었던 부끄러운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아이가 자기 나름대로 쓴 글을 엄마는 엄마의 기준에 빗대어 난도질하고 파헤치고 비판하기 시작합니다. 분명 아이도 본인이 생각했던 글의 내용과 방향이 있었을 터인데, 읽는 엄마 맘에 안든다고 아이가 쓴 글은 잘못되었고 틀렸다고 말하고 있었지요.

풀이 죽던 아이는 조그맣게 "내 맘대로 쓰지도 못하나." 하소연을 했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엄마는 크게 반성을 했지요. 글쓴이가 자기 마음대로 자기 소신껏 표현한 작품을 나와 생각이 다르다 하여 비판할 자격은 아무도 없는 것이지요. 작가의 의도를 파악도 못하고 다르다고 잘못했다고 잔소리한 엄마가 미안하고 급 사과했었답니다.

소설가 P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어요. 소설의 내용이 맘에 안드는 부분이 있다고 댓글로 많은 비판 글이 올라왔고, 묵묵부답으로 대처했더니 상황은 더욱 커지고, 출판사 차원에서 대처하니 또 그 말이 빌미가 되어 또 다른 비난이 쏟아지고..

이렇게 하면 이렇다고 궁시렁~ 저렇게 하면 저렇다고 궁시렁~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소신껏 자신의 말로 표현해야 하거늘 주변 시선을 의식하여 써야 하고, 그렇다 하더라도 또 비난하는 부류가 생겨나고..

학교에서 소설을 배울 때 소설은 있음직한 이야기를 꾸며쓴 이야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소설과 우리의 삶의 경계선 구분을 잘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구병모 작가도 이러한 고민이 앞서기에 소설가 P씨를 내세워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았던 것은 아닐런지요.

이번 기회에 소설의 가치와 더불어 우리 작가 글에 대한 관심을 더 갖게 되었답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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