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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신발
마리베스 볼츠 지음, 노아 존스 그림, 정경임 옮김 / 지양어린이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그림 속 저 신발 하나로 많은 생각할거리를 던져준 감명 깊은 책이었습니다.
표지 그림만 보고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 거 같냐고 아이에게 물어보니 똑같은 신발을 신은 아이들이 신발을 못 산 아이를 왕따 시키는 장면이라고 말을 해 주네요.
다행히 이야깃 속 아이는 왕따 문제와는 거리가 멀어 참으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한창 아이* 점퍼가 유행했습니다. 메이커를 알리 없는 유치원 친구들은 알파벳 e로 시작하는 그 옷을 입고 싶다면서 부모를 졸랐다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사실 지금도 딱히 옷이나 신발에 관심 없는 아들녀석은 그 때는 더더군다나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지요. 개인적으로 독특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터라 누구나 다 원하는 그런 것 보다는 개성있는 옷을 더 선호하는데, 그런 영향을 받아선지 아이도 독특한 디자인의 옷이나 물품을 선호하고 있답니다. 그러나 또래 집단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그 속에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머지 않아 아이도 남들과 똑같은 물건을 좋아하게 되겠지요.
한창 바퀴 달린 운동화가 유행하고 있는데, 아이는 그 신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물론 이유는 금전적인 것보다 위험하기 때문에 딱 잘라 엄마는 사주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주인공의 심정을 이해해 보기 위해 돈이 없어 사지 못하는 경우라 상상해 보라 하였습니다.
절실함을 느껴보지 못했던 탓일까요. 아들 녀석은 금새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을 접을 거라고 단정지어 말해 줍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가난에 대한 이야기보다 더욱 강렬한 메세지를 던져주는 한 장면이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아이와 제가 동시에 꼽았던 장면이긴 한데, 해석하는 마음이 달랐던 장면이기도 하였지요.
소유욕이 강한 제 아들녀석은 똑같은 물건을 두개 이상 가지고 있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이랍니다. 옷이 작아져 나눔을 할 때도 선뜻 먼저 그러하겠다 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장황하게 나눔의 기쁨을 설명해 줘야만 하는 상황이었죠.
그런 마음가짐과 생각이기에 그림책 보는 마음도 오로지 자기 중심적 사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친구 안토니오와 함께 농구를 하면서 그럴 수 없다고 외치는 주인공의 심정은 어떤 것인지 유추해 보고자 할 때, 아들은 끝까지 발에 맞는 신발을 구하지 못해 짜증나서 하는 말이라고 말했답니다. 그런 마음이면 혼자서 농구하면 되지 굳이 친구 안토니오는 왜 등장하겠냐고 물어봤더니 그제서야 신발을 친구에게 선물해 주는 것이냐며 놀라더군요.
짧은 글이지만 인물의 심리를 정말 잘 표현한 그림책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에게 정말로 소중한 무언가를 베풀 때 느끼는 나눔의 기쁨은 넘쳐서 줄 때와는 완전 다름이란 것을 간접 경험할 수 있었고,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대단하고 힘든 일인지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었답니다.
당신은 기부 천사라는 장난스런 멘트가 얼마나 하기 힘든 일인지 조금은 과장되어 표현해 보기도 하였지요.
물론 이 이야기를 한번 보고 감동 받았다고 바로 생각의 변화와 태도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 또한 머릿속에서만 뱅뱅 돌 뿐 실천으로 옮기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고, 그러기에 아이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가치였는데..
잔소리나 강요가 아닌 그림책을 통한 스며듦으로 그 가치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이 시간이 참으로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들과 함께 인상깊은 장면으로 꼽았던 장면은 신발을 몰래 안토니오 집 문앞에 놓고 도망치는 장면이었는데, 주인공이 도망치는 이유가 아들은 산타처럼 깜짝 놀라게 해 주려고란 이유를 말했고, 저는 쑥스러워서라고 말했답니다.
꼭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아이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라 좋았습니다.
그림 책의 힘 또 한번 느껴보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