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문화 키워드 20
김정남 외 지음 / 문화다북스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딱 저의 이야기를 다루는 글을 만나게 되어 모처럼 추억 여행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수능이라는 입시제도의 변화로 커다란 혼동 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는데, 훌적 20년이 지난 세월 후 뒤 돌아 보니 제가 중심에 서 있던 그 시간들이 참으로 의미가 있던 시간들이었네요.

무엇보다 아날로그와 디지텉을 모두 경험했던 세대라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단 생각이 들어요.

대학 입학 했을 때 선배들은 무언가 심오한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들로 여겨졌고, 우리는 마냥 어린 동생들처럼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선배들 따라 집회에 참여했다가 쇼핑하러 빠져 나가는 철없는 행동도 해보았었고, 포스트 모더니즘과 패미니즘에 빠져 무언가 깊이 있는 활동을 해 보겠노라 여성학 분과 활동도 했지만 가벼이 했고..

모두가 그러했다 일반화 하긴 그러하지만 무거움과 가벼움이 공존했던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제 자신에게 안타까운 것은 옛 세대들의 진중함에도, 그렇다고 개성 넘치는 신세대에도 속하지 않고 어정쩡하게 그 시간들을 보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1990년대 문화 키워드20>에서 제시한 단어들을 보니 새록새록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어 읽는 내내 설레고 즐거웠습니다. 물론 제시어는 낯익고, 그 당시 영화와 책을 보았고, 여전히 집에 소장 중인 책들이 꽂혀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이런 깊은 의미가 있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만 유행이니까 그 흐름에 따라가야 하는 것이 맞다는 자기 소신 없는 행동의 잔재물이었다는 것에 살짝 부끄러움도 느낍니다. 그렇지만 이제라도 그 의미와 가치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 제 손에 손때묻은 세월의 흔적들이 남아있음에 감사한 생각도 드네요.


대학 때 친구로 만난 제 남편과 <건축학 개론>을 보았을 때, 사실 전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지만 남편은 워크맨 하나를 발견하고서도 반가워 했었죠. 응답시리즈는 저희 부부의 수다를 좀 더 길게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해 주었답니다.

엄마가 사준 서태지 1집 CD와 친구와 함께 다녀온 서태지 콘서트, 압구정 땅 한번 밟으면서 호들갑 떨었던 그 시간과 함께 이해하지도 못하면서도 꼭 읽어야만 한다 생각했던 하루키 소설들.. 그리고 귀가시계라 불릴 정도로 열열히 시청했던 <모래시계>, 중독처럼 빠져들었던 공지영, 신경숙, 양귀자 작가들의 소설들, 처음 삐삐를 사서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지금의 남편에게 자랑했던 순간들, 노래방 비디오방 편의방 등등의 여러 방들에 대한 추억들..

20인의 작가가 들려주는 그 당시 이야기들을 듣고 있다보면 마냥 행복했던 시간도, 마냥 괴로웠던 시간도 아니었지만 그립다는 사실만은 선명히 느껴집니다.

집단적 열정보다 개인의 열정이 강렬했던 시기였지만 그 시대 젊은 날을 보낼 수 있었음이 참으로 감사하게 느껴지네요.

디지털만 접해 보아 아날로그적 감성이 결여된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 사이 연결 고리를 잘 만들어 고스란히 전해줘야할 책임감도 느껴집니다.

모처럼 책장에 먼지 뽀얗게 쌓인 그 날의 책들을 꺼내 읽어보고, 영화도 뒤적여 보면서 감상에 빠져보았어요.

제 젊은 날을 고스란히 집약한 반드시 소장하고 싶은 책 <1990년대 문화 키워드 20>이었습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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