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천자잉 지음, 이지은 옮김 / 사람in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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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틀리면 부끄러울 것 같은 과목이 있었습니다. 바로 도덕 과목이었죠.

그냥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란 생각으로 젤 쉬운 과목이란 생각이 들었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니 가장 어려운 과목이 도덕과 윤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어릴 적 부터 딱히 남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나름 모범적 도덕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했었습니다.

그러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급하다고 빨강 신호등에 건너는 것이며 상점에서 잘못 계산되어 좀 더 거스름 돈을 받을 것을 깨닫게 되거나 바닥에 떨어진 돈을 발견했을 때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하는 것조차 부끄러워졌습니다. 이런 것 하나하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서도 당당하게 지킬 수 있는 것이 도덕이란 생각이 들었고, 어떠한 유혹 앞에서도 작지만 당당히 지켜나가는 제 자신이 아이에게 모범을 보이고 있는 듯 싶어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남편과 아이가 묻더군요. 어차피 바닥에 떨어진 돈은 누군가가 주워갈 것인데, 주인을 찾아줄 수도 없고 안 줍는 것이 바보 아니냐고.. 딱히 반박할 말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생각하는 노력까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냥 도덕이란 단어가 마냥 좋았습니다.

인문학 도서인 <사람은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란 책 제목은 저에게 끌림 그 자체였습니다. 사람이면 마땅히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는데,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 놓으니 그 대답이 너무도 궁금하여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답니다.

그런데, 흑.. 책 두께부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험난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책 뒷편 소개글에서는 이름만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 공자, 노자, 묵자, 애덤스미스, 니체, 데이비드 흄, 제레미 벤덤 등을 통해 윤리적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고 있다고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적절하게 이들의 사상을 고루 섞어 놓아 각각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곤 있긴 한데, 그래도 좀 더 깊은 배경지식이 있었더라면 조금더 깊은 자아성찰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제 자신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작가는 죽국 철학계의 거장 천자잉이라 합니다. 서문에 한국어로 번역되어 기쁘고 한국 문화를 더 깊이 알게 되어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말씀하시며 날카로운 비평과 의견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는 말씀도 남기셨어요.

하지만 비평과 의견을 남기기엔 좀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깨달음만 느끼게 되었답니다.

첫 질문 윤리와 도덕 차이부터 '아~ 그렇지' 하는 공감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윤리나 도덕 같은 것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초등학교땐 도덕으로 배우다가 중학교 가면 윤리로 바뀌는 차이가 무엇일가 언젠가 고민했던 기억은 있는데, 결론 지은 기억은 또 없었던 것 같아요. 윤리는 사회적인 관점, 도덕은 개인적인 관점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사실 제시된 질문들이 단박에 대답할 수 있는 것들도 아니었고, 글을 읽을 때는 공감하다가도 책을 덮고 나면 머리가 텅 빈 듯한 생각이 들어 책장을 넘기는 것이 쉽지는 않았답니다. 이 책이야말로 정말 슬로리딩하며 천자잉 작가의 도움을 받아 나만의 해석을 찾아내는 과정이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돈을 빌렸다면 반드시 돈을 갚아야 하는가? 란 질문에서 처럼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마땅히 그러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어떻게 하면 양질의 삶을 살 수 있을까란 질문에서는 우리는 그저 통속적인 의미에서 행복한 삶을 보내면 된다는 결론에 허무하단 생각이 들다가도 다행이다란 생각이 들었답니다. 어렸을 때는 배움에 힘쓰고 커서는 행동에 힘쓰며, 늙어서는 편안함을 즐기면 된다하니 이제 편안함을 즐기기만 하면 될것인가 싶어 웃음이 나오기도 하더군요.

도덕적인 행동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부분은 따로 수업을 듵고 싶을 정도로 궁금했습니다.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예시였는데, 도덕과 연관지어 설명된 부분을 몇 번이고 읽어보았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도덕이 실천에 옮기기도 어렵지만 이해하는 것도 참 어렵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어렴풋이 이해하기론 윤리도덕 분야도 숙련된 노력을 통해 이미 습득이 되어 저절로 행해져야지 이것이 도덕적 행동이기 때문에 아이를 구하는 것이라 의식하는 것부터가 위선이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싶습니다.

사실 철학적 배경 지식이 얕은 저로서는 책을 읽어내는 것이 다소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읽다보니 철학부분의 책들로 좀 더 확장된 독서를 하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고, 이 책은 조만간 다시 꼼꼼히 읽어내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저만의 해답을 찾아내고 싶다는 목표가 생기게 도와준 책이었습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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