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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코의 날
미코 림미넨 지음, 박여명 옮김 / 리오북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턴가 북유럽은 선망의 대상이 된 것 같아요.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 등의 작품을 통해 북유럽 특유의 정서와 문화를 접하며 낯설고도 신선함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빨간 코의 날> 독특한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보게 되었는데, 책 소개글에서 본 퓨어코미디란 것도 느껴보고 싶었답니다.
이 책 또한 지명과 등장 인물의 이름 외우는 것이 벅차긴 했지만요.
이름이 뜻하는 의미를 정확히 알면 책 읽기가 더욱 즐거워 졌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인 50대의 이르마.. 그녀의 외로움을 이해하는 관점에서 책 읽기를 시도했으나 상황이 점점 꼬여감에 감정 이입하면서 오지랖 넓은 푼수 할머니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고 게시판에서 본 서양 토란을 받기 위해 케라바까지 가서 잘못 초인종을 눌러 이르야를 만남으로써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이르마가 외롭다라는 것을 자각한 것이 이르야를 만나 평온한 시간을 갖은 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르마의 외로움을 설명하기 위해 아들의 무관심일 거란 생각이 들었었는데.. 여러번의 아들의 전화를 무심하게 대처하는 이르마의 행동을 보며 살짝 이해 되지 않았습니다. 교육의 나라 핀란드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아들에게 무척 자상하고 친절한 엄마일거라 생각했는데, 정작 아들보다 타인의 인생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보며 어딘가 아이러니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친숙하고 평범한 일상과 수다가 그립지 않아서라기보다는 그냥 말을 많이 하고 싶지 않은 이르마의 일상이 어딘지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끊이 없이 말을 걸어오는 아들에게 친절히 반응해 주지 않았던 제 모습을 보는 듯 싶어 아들에 대한 태도에서 잠시 불편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끝까지 이르마가 왜 모르는 사람을 찾아가 설문조사 연구원인척 행동하는 일을 계속하였는지 직접적으로 알려주진 않습니다. 그러나 글을 읽다보면 이 모든 것이 외로움에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게 되죠.
제목인 빨간 코의 날은 광대 코가면을 쓰고 일종의 선생을 하는 그런 날이랍니다. 실제로 있는 날로 기부하는 날이가 봐요.
제목의 의미를 이해하기까지 어려움이 있었는데, 빨간 코의 날 이르마는 이르야에게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의 메세지를 전하게 됩니다.
일방적으로 찾아간 이르마가 자신의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타인을 방문했다는 생각이 잠시 잠깐 들었었는데, 이르마의 방문으로 이르야도 힘든 순간 위로를 얻게 되고 술주정뱅이 비르타넨 또한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으며 위로 받았던 것 같습니다.
어떤 날엔 나를 너무도 잘 아는 지인보다 전혀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에서 위로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이르마와 같은 사람이었단 생각이 드네요.
문체와 상황은 단조로왔는데, 정말 흥미롭게도 매 순간 긴장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선 저도 모르게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평론가들이 감탄한 작가의 필력이 이런 것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아들의 사건에 대한 상상을 극단적으로 살인까지 생각한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펼쳐진 결말에 있어서는 허무하다기 보다는 다행이다라는 안도감과 함께 인생은 특별히 큰 사건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다이나믹하게 살아가는 것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케라바라는 큰 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로 알고 지내며 장례식장에 참여한 것이 너무도 신기한 이르마..
10년 동안 아들의 집을 한번도 방문해 본 적이 없는 이르마..
이 책을 덮고난 후 이르마의 삶은 어떻게 펼쳐질까 잠시 상상해 보았습니다.
아들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생겨나 대화를 자주 했음 좋겠고, 굳이 케라바까지 가는 수고로움을 덜고 가까이 사는 이웃 주민들에게 관심을 보여줬음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저 자신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