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플레
애슬리 페커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10년 전인가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으로 터키 소설을 처음 접했습니다.

어린 나이는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보다는 덜 성숙된 영혼을 지녔던 탓인지..

재미는 있었지만 내용 이해가 더뎌 책장을 넘기기 힘들어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두 번째 만나게 된 터키 소설 <수플레>

수플레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표지 그림만으로 맛있는 머핀 같은 빵인가보다 싶은 추측을 했더랬죠.

달콤한 디저트인 듯 싶어 알콩달콩 재밌는 로맨스 소설이란 상상을 했었는데..

"주저앉아버린 영혼을 다시 일으켜주는 인생 레시피"란 간략한 소개글에

인생 치유와 관련된 글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책 표지를 보자마자 아들녀석은 꼭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호들갑을 떱니다.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먹어보고픈 수플레란

달걀흰자를 거품을 낸 것에 그 밖의 재료를 섞어서 부풀려 오븐에 구워낸 요리 또는 과자라 합니다.

수플레란 '부풀다'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식으면 부푼 것이 쭈그러들므로 구워낸 즉시 따뜻할 때 내야 한다고 합니다.

작가는 이러한 수플레의 특성을 예측할 수 없는 우리네 인생에 비유하며

이 글을 쓰기 시작하신 듯 합니다..


뉴욕의 릴리아, 파리의 마크, 이스탄불의 페르다의 이야기를

각 번호마다 순서대로 들려줍니다.

처음엔 수플레라는 공통된 요리를 통해 이들 셋이 만나는 이야기일거란 생각을 했었는데..

공간이 다른 각자의 인생 이야기와 각자의 인생과 얽혀 있는 수플레로 풀어가는 이야기였습니다.

공통점은 어느 날 뜻하지 않게 찾아온 인생의 좌절을..

수플레를 통해 치유하고 회복한다는 희망적인 메세지를 품고 있다는 점입니다.


뉴욕의 릴리아.. 필리핀계 화가로 남편 아니와 베트남계 입양아 둘을 키우고 있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남편과는 식사시간에 얼굴만 마주할 뿐 각방을 쓰며 각자의 시간에 몰두하고..

입양된 아이들은 정부에서 나온 보조금을 노리고 자기들을 키워준 것 아니냐는

뻔뻔한 반항심을 내비치기도 합니다. 

세 인물 중 가장 고독한 인물로

병든 남편을 간호하며 매일매일을 좌절하고 마음고생하며 살지만..

하숙을 하면서 만나게 된 인연들에게 요리를 해 주면서 조금씩 마음을 다독여 주게 됩니다.


프랑스의 마크.. 사랑하는 아내 클라라를 잃은 상실감에

아내가 생전에 가장 사랑했던 부엌 근처에는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되었지만..

결국 주변 지인들과 여자사람친구 사비나를 통해 조금씩 안정을 되찾게 됩니다.

클라라의 일주기가 다가오자 다시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될까 두려움이 앞서지만

아내를 사랑했던 주변 지인들의 마음까지 헤아릴 수 있는 마음이 되어

사랑하는 친구가 오랫동안 살았던 집에 초대하여 저녁식사와 함께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줍니다.


이스탄불의 페르다.. 엄마와의 악연으로 끝까지 힘이드는 인물..

어쩌면 뗄레야 뗄 수 없는 혈연의 관계이기 때문에

가장 혹독한 마음 고생을 치르고 있는 인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다행인건 멀리 파리에 있지만 딸 오이쿠가 있다는 것입니다.

요리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모녀 관계는 페르다가 견뎌낼 수 있는 버팀목이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엔 뭐 이런 엄마가 있고, 이런 가족이 있어!

이런 건 소설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란 생각으로 치부해 버렸을 텐데..

살아 온 세월이란 것을 무시 못함은

이 이야기들이 공감 간다는 이야기들이란 것입니다.

그러함에 이 책은 오르한 파묵의 책보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도 빨라졌고,

공감의 깊이도 컸던 것 같습니다.

<내 이름은 빨강>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아름답게 내용을 치장하려 하지 않고,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너무 힘들어 죽어버렸음 좋겠단 마음을 내비칠 정도로

솔직 담백하게 이야기하는 글의 표현이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국 내 주변에 있는 지인들이 관계의 핵심 답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롭지 않게 또는 내 주변의 사람들이 외롭지 않도록

좀 더 신경쓰며 살아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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