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미친 사람들 - 카렐 차페크의 무시무시하게 멋진 스페인 여행기 흄세 에세이 6
카렐 차페크 지음, 이리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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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미친 사람들>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에 이끌려 만나게 된 책이랍니다. 빨강과 흰색의 산듯한 조화로 시선을 사로잡는 책의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게다가 띠지의 무시무시하게 멋진 스페인 여행기라 씌여진 타이틀 문구를 보고선 이 책이구나 싶었습니다. 평소 믿고 보는 휴머니스트 출판이었기에 망설일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카렐 차페크라는 작가 이름이 머뭇 거리게 하였습니다. 이 작가를 모른다는 것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 것은 작가에 대한 소개글을 읽어보면서 였습니다. 프란츠 카프카와 밀란 쿤데라와 함께 체코 문학을 대표하는 3대 작가라 하는데, 작품을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왠만한 작가들의 이름은 알고 있다 생각했었는데 한참 멀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프카와 쿤데라의 책들은 솔직히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지적 허영용으로 소장했던 맘이 컸던지라 혹이 이 책도 그러한 책이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했지만 책을 펼쳤을 때 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책들은 읽어보지 못해서 카렐 차페크의 작품까지 논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은 가독성 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친절한 주석의 덕도 톡톡히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처럼 설레는 맘이 아닌 살짝의 망설임이 생기신 분이라면 뒷쪽에 수록된 해설을 먼저 읽고 본론을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해설 부분을 읽으면서 '로봇'이란 단어를 카렐 차페크가 처음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순간 호감이 확 생기더라고요. 희곡<R.U.R>도 꼭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이 책에는 중간중간 독특한 삽화가 실려있습니다. 때로는 장소에 있는 듯한 느낌으로 때로는 정보로 때로는 유머러스한 장면으로 다가왔는데, 이 책에 묘사된 그림들은 카렐 차페크 본인이 직접 그린 것이라 합니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삽화는 주로 형 요세프가 담당했다 하는데, 그 그림도 사뭇 궁금해집니다.

개인적으로 스페인이란 나라를 꼭 한번 방문해 보고 싶었는데, 여전히 용기내 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서 스페인을 간접 체험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습니다. 관광을 목적으로 한 정보 책들은 자주 읽어보았지만, 관광지가 아닌 그 나라 사람들의 일상으로 스며들어 그들의 삶을 간접 체험하게 표현한 글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습관적으로 생각이란 것을 할 때 항상 나를 중심으로 하게 됩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재 이 시대를 기준으로 과거나 미래의 것들을 비교란 것을 통해 입증하려고 합니다. 그리도 애쓰는 까닭은 과거와 미래를 통해서 어떻게 해서든 현재의 나에게 적용시켜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괜찮은 사람으로 살고자 하는 바람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이 책을 처음 읽을 떄는 그냥 차페크가 그 거리를 거닐고 표현한 1920년대 스페인에 내가 놀러갔다는 마음으로 읽으면 더 재밌을 것 같아요.



다른 시대란 없다. 과거에 있던 것이 지금도 있다.

내가 다른 시대로 들어간다면 그것은 다른 시대가 아닌 것이다.




제가 해석한 내용과는 다른 의미이지만, 이 문장이 참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리고 고야를 비롯한 미술가들의 작품 세계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으며, 건축물과 축제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상상의 이야기인 문학 작품은 즐겨 읽으면서도 직접 보고 듣고 느낀점을 기록한 기행문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또 다른 여행기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차페크의 소설도 읽어 보고 싶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1920년대의 스페인, 그리고 중부 유럽의 일상과 카롤 차페크의 문체와 그림이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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