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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예술가들 - 스캔들로 보는 예술사
추명희.정은주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아주 오랜만에 고상한 독서를 하였다.
악기를 다룰 줄 아는 것도 아니고,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아니지만 난 음악과 미술에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 두 분야를 한꺼번에 접할 수 있는 책이 있다 하여 너무도 반가웠다.
혹시 음악가와 미술가의 사랑이야기일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것이 아닌 각각의 영영에서 이름을 떨친 예술가의 숨겨져 있던 사생활, 즉 스캔들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
음악과 미술을 다루는 책에서는 글로만은 채워지지 않는 한계가 있다. 그들이 만들어낸 작품이 너무도 궁금하기 때문에 멈춰 검색하는 행위가 늘 동반 되었는데 이 책은 그럴 필요가 없다.
한 작가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마다 반가운 QR코드가 등장하는데 관련된 음악가의 곡이 링크되어 있다. 담고 있는 내용 또한 작품을 설명하는 이론보다는 예술가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음악을 링크시켜 틀어놓고 사랑 이야기를 엿보면 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옆에 따뜻한 차 한잔이 있다면 이 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있으려나...
미술가 부분에 있어서는 미술관 컬렉션을 링크시켜 두었는데, 눈으로 볼 수 있는 영역이니 대표적인 한 작품만 이라도 그림으로 담겨 있었더라면 더 좋았겠다란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안토니오 루치오 비발디의 삶을 보면서 안타깝단 생각으로 처음을 시작하였다. 처음부터 달달한 혹은 씁씁한 혹은 열렬한 사랑을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저 사제 지간의 사랑이었나 보다. 아끼는 제자를 위해 로마 카톨릭의 사제인 신분이었던 그는 가짜 뉴스의 희생양이 되어준다.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다가도 비발디의 마지막 순간을 읽고 보니 허망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삼대 악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소크라테스의 아내와 톨스토이의 아내, 그리고 모차르트의 아내였다. 전자의 두 부분은 그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접했던 경험이 있는데 모차르트의 아내는 이번에 만나보게 되었다. 콘스탄체, 경제관념에 문제가 있고 화가 나면 말을 험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 듯 싶었지만 모차르트와 콘스탄체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였고 좋은 아내였다고 생각된다고 한다.
질투에 의해서든 뭐든 이 책에 등장하는 예술가들 중 그래도 서로 사랑하여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았던 인물은 모차르트였던 것 같다. 그에 비하면 베토벤의 사랑은 좀 아프게 느껴진다.
진정성도 없고 귀족 부인이면 사족을 못쓰는 바람둥이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의 결핍은 사람을 외롭게 만들었던 것 같다. 수 많은 여인들 중 그의 임종을 지켜준 여인이 한명이란 것도 그렇지만 그 여인은 익명으로 전해지길 원하여 아직도 누군지 알 수 없다는 것도 슬프다. 당당하지 못한 사랑인가 싶기도 하지만 가는 길 단 한명의 여인이 곁에 있어 준 것 만으로도 베토벤은 마음의 위안을 얻었을까 싶기도 하다. 파가니니나 플레옐과 같이 잘 모르던 음악가들의 등장도 반가웠다.
리스트와 쇼팽의 이야기는 알고 있던 내용이었는데 글로 볼 수 있어 재밌었다.
다 빈치의 키가 190Cm가 넘었다는 것에 놀라웠고, 동성애로 고소 당하고 결국 성을 혐오하는 독신으로 살았다는 이야기에 안타까웠다.
성질이 포악했다는 것도 놀라웠던 세잔이 결혼 한 이유도 흥미로웠다. 예나 지금이나 사랑과 연애, 결혼과 관련된 기본 스타일은 비슷한 것 같다. 예술가나 일반 사람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느껴진 부분도 세잔의 이야기를 읽으면서이다.
책의 시작부분에 장 그르니에의 <섬> 중에서 발췌한 달과 사람들의 삶에 관련된 짧은 문장이 실려있다. 생각하게 되는 문장이라 한참을 머물기도 하였지만,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작가들이 이 글을 왜 실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예술가의 삶이든 연예인의 삶이든 타인의 삶에 집중하기 보다는 나에게 진짜 사랑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