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쿠로스의 정원
아나톨 프랑스 지음, 이민주 옮김 / B612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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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의 섬>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아나톨 프랑스의 100주년을 기념하면서 출간 한 <에피쿠로스의 정원>을 읽게 되었다. 사실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은 가벼움으로 접근하였지만 아나톨 프랑스에 대해서도 에피쿠로스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배경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 책의 깊이를 읽어내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다.

어디서부터 배경지식을 준비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모든 것을 버리고 무작정 읽어보자 마음 먹었다.

생각보다 주석이 잘 되어 있어 내용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에피쿠로스의 정원이란 제목은 에피쿠로스가 자신의 철학을 논하던 곳이 정원이었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직접적으로 에피쿠로스의 철학을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프랑스의 명상록을 통해 그의 철학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정신적인 쾌락주의를 말했던 에피쿠로스의 사상에 비해 프랑스는 행복보다는 고통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과 도박, 예술에 관련된 접근이 무척 신선하여 처음엔 무척 당황스러웠다. 혹시 말장난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는데 프랑스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연의 의미를 파악해 보니 정말 흥미로운 접근이란 생각이 들었다.

뤼시앙 뮐펠드 등 중간중간 친구에게 편지를 쓴 글들이 있어 형식적인 구성의 변화도 좋았다.

새로운 인물에 대해서도 소개된 책들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된 용어에 대해서도 배우는 시간이 즐거웠다.

평소에 가장 큰 잘못은 무지한 것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었는데 무지는 행복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인간이 존재하기 위해서도 필요조건이다란 말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문장 자체의 속뜻에 놀란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것을 나도모르게 절대적인 가치라 만들어 놓고 편협적인 생각에 갇혀 살고 있었다는 상황을 깨닫게 되니 평소 다름의 가치를 안다고 말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프랑스는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을 다른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생각의 크기를 넓혀주었다. 아파하는 것은 신비로운 것, 악은 필요한 것, 걱정은 매력적인 요소라 표현한 부분들을 보면서 우리가 그동안 부정적이라 생각하여 피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와 닿았다. 에피쿠로스의 행복의 조건인 쾌락의 바탕에 고통이 존재한다는 것과 상통하는 것 같다.

사람이 곤충이었다면이란 독특한 발상이 그럴 듯 하단 생각이 들면서도 노인들에 관련된 내용에서는 예라는 기본 도리에 걸려 이렇게 표현해도 되는 것일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서양 철학을 접하면서 신과 영혼의 영역을 기피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배우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엘리시온 평원에서 부분에서 여러 철학자들의 대화처럼 구성된 부분도 흥미로웠다.

그 철학자들이 어떤 철학 사상을 품고 있는 인물인지 알고 있었다면 문장을 읽는 즐거움이 더욱 컸을 텐데 나는 이런말을 진짜 했을까 아니면 작가의 상상일까를 구분하는 것조차 버거운 상태였다.

230쪽의 그리 두껍지 않은 책 속에 많은 의미를 품고 있는 책이었다. 수박 겉핥기 수준으로만 읽어낼 수 밖에 없었지만 연계독서로 그 속의 내용을 하나씩 파헤져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번째로 에피쿠로스에 대해 제대로 배워보고, 그 후 아나톨 프랑스를 이해하기 위해 <펭귄의 섬>을 읽어 보아야겠다.

책을 덮으면서 문득 세상에는 쓸모없는 가치란 없군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쓸모 같아 슬펐던 사람들에게 잔잔한 위로가 되어 줄 책이란 생각이 든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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