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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싶다 ㅣ 문득 시리즈 5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이상원 옮김 / 스피리투스 / 2021년 6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715/pimg_7195101833022962.jpg)
안톤 체호프, 꽤 유명한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을 만나게 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제목으로만 익숙한 <갈매기>를 영화로 접했던 것이 그의 작품을 처음 만난 것이었는데 대단한 갈등없이 밋밋한 현실 그대로 표현한 내용을 보며 이게 뭐지? 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 권장도서 목록에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 있어 책으로 접한 첫 번째 작품이 되었다.
이 책 마지막에 수록된 단편인데, 아이와 불륜을 주제로 이야기 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소설이었다.
바람 피는 소재가 왜 고전이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아이는 인생이란 자신의 사랑도 중요하지만 책임을 지는 삶도 중요하기에 본인은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하여 바람도 안피우고 나의 아내와 이이들을 잘 보살펴 주며 살 것이라는 감상평을 이야기하였다.제대로된 사랑을 한번도 못해 보았던 바람둥이 드미트리의 심정을 아이가 이해하기는 버거웠겠지만 사랑보다는 의리와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도 아이의 결론이 굉장히 맘에 들긴 하였다.
이 책을 계기로 안톤 체호프의 단편집을 읽었던 경험이 있다.
의사 생활과 작가 생활을 함께 하며 수 많은 글을 써냈던 작가의 이력을 어느 정도 알고 난 후에 그만의 독특한 표현과 구성방식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 책에는 아홉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었는데 첫 번째 작품 <관리의 죽음>과 마지막 작품 <개를 데리고 다는 부인>외에는 새롭게 접하게 된 작품들이라 무척 기대하며 읽었다
안톤 체호프 작품의 반전 매력이 돋보인 작품은 아마도 <관리의 죽음>인가 보다. 내가 읽었던 두 권의 단편선 모두 서두를 이 작품으로 연 것을 보면 말이다. 그 선택은 옳다고 생각한다.
무겁지 않은 이야기지만 융통성 없는 체르바코프의 행동을 보면서 고구마 열개를 입에 넣은 것처럼 답답해지다가 황당한 반전으로 끝나는 이야기 구성에 잉? 하다가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생각하며 심적으로 나약해진 주인공의 심리를 들여다 보니 측은한 생각이 들어 아... 하는 생각이 들다가 긴 여운 끝에 이것이 바로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친 체호프 만의 매력이구나 깨달아 와~ 로 끝내는 읽기였던 것 같다.
작품 곳곳에 죽었다란 말들이 등장하는데 작가 본인도 마지막 순간에 "나는 죽는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의사란 직업 덕분인지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배경으로 인물의 심리를 잘 표현해 주고 그 속에서 풍자와 유머를 고루 갖추고 결국 성찰까지 이끌어 내는 대단한 작업을 한 작가라 생각된다.
특히 쉽게 내뱉은 듯 툭 던진 죽었다라는 문장을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의 가치에 생각해 보게 된다.
책 제목인 <자고 싶다>란 작품이 특히 기대되었다. <삶에서 하찮은 일>과 <반카>를 통해 어느 정도 당시 아이들 모습을 예측할 수 있었지만 압권은 <자고 싶다>였다.
당시 사회상이라 치부하기엔 같은 상황은 아닐지라도 아이들에게 저지르고 있는 어른들의 횡포는 여전한 듯 싶어 마음이 참 불편했다. 바르카의 마지막 행동이 옳은 일은 아니었지만 그 심정만큼은 이해할 수 있었다. 너무 극단적인 결말이 아닐까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이 작품의 메세지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었을까?
내 삶을 살아가는데 열중하기에 타인의 삶을 엿보는 것을 게을리하고 있었는데 체호프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저절로 타인의 삶에 스며들게 되고 어느새 연민과 함께 나의 내면까지 들여다 보게 되는 묘한 힘이 있다.
<6호 병동>은 수록된 단편 중에서 다소 분량이 있는 편인데 그 만큼의 깊이가 있는 작품이다.
행복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문득 시리즈의 다섯번째 작품이었는데, 책 날개에 소개된 1권부터 4권까지 목록을 보니 모두 읽어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체호프의 또 다른 작품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