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덕후와 철학자들 - 덕질로 이해하는 서양 현대 철학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20
차민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5월
평점 :
인생을 살아가는데 철학이 참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는 머리만 아프고 그딴거 몰라도 잘 살 수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철학 서적 읽기에 심취했던 나는 좋은 책을 발견하면 함께 읽기를 권했다.
어느 날 아이가 말하기를, 생각하는 것이 철학이라면 본인이 젤 잘하는건데 이렇게 쉬운게 철학이라면 자기도 철학을 좋아하는 거라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접해보지 않고서는 선입견을 갖기 마련이다. 특히 철학은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것이라는 선입견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생의 어느 부분에서 읽는다 하더라도 모자람이 없는 부분이 철학이지만 바람으로는 청소년기에 많이 접할 수 있는 분야였으면 한다.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영역이기에... ...
그런면에서 이 책은 청소년 인문 도서로 완전 적합하다. 일단 호기심을 자극해야 책을 손에 넣고 만지작이라도 할터인데 덕후라는 타이틀이 철학자들과 대등하게 맞서고 있는 이 책이 딱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 서문에서도 아이가 딱 좋아하는 철학이란 무엇일까란 궁금증으로 시작한다.
기말고사 벼락치기 공부 중이라 시험이 끝나고 읽게할 계획이지만 왜 성적이 안오를까?란 질문에 공감하는 일이 없기를 조심스레 바라본다.
덕질과 덕후와는 거리가 먼 아이지만 그동안 자주 접했던 아리스토텔레스나 데카르트 등 고전 철학이 아닌 새로이 알게될 서양현대철학에 대한 접근을 재밌게 할 수 있을거라 확신한다.
소쉬르, 시니피앙, 시니피에... 어딘지 모르게 무척 익숙하게 다가왔다. 생각해 보니 음운론 공부할때 자주 보았던 철학자였는데 무턱대고 외우기만 했었구나 싶었다.
언어의 특성 중 언어의 자의성을 배웠기에 아이도 이 부분을 몹시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이름과 별명이 주는 의미에 대한 접근 방법이 재밌었다. 센과 치히로에서도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 돌아갈 수 있는 열쇠였는데 <너의 이름은> 등 아이들이 재밌게 봤을법한 소재를 예로 삼아 시니피앙과 시니피에의 관계를 설명해 주어 이해가 더욱 쉬웠다.
덕질의 핵심인 기호놀이를 설명하면서 기호학의 변화를 계단으로 그려놓은 발상도 신선했다.
미술학 박사학위까지 받은 작가의 소개를 읽고 니니 깔끔하게 표현된 이미지들에 시선을 고정 시킬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 또한 선입견이 만들어낸 발상이겠지만 그림이 이해를 도와준다는 것 만큼은 팩트다.
굿즈와 사르트르의 관계도 인상깊었다.
이 책의 대부분의 연결이 그러하지만 그저 당연한 일상의 것들이라 여겨온 모든 것들이 철학이었다.
철학을 배우면서 삶에 적용점을 찾겠노라 애쓰려 했었는데, 인식하지 못했을 뿐 나름 철학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현대 철학을 배우게 된 점도 좋았지만 시발비용 등 새로 생긴 신조어를 포함 새로운 문화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어른 입장에서 알고 있는 말들을 아이들이 모를 때 요즘 애들은 이라고 치부하곤 하였는데 문득 아이들은 알고 있는 말들인데 모르는 어른들은 무엇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꼰대라 비웃는 말에 서운해만 하지 말고 서로의 언어에 관심 갖고 소통할 수 있었음 좋겠다. 이 책이 그러한 관계 개선을 위한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엔 청소년을 위한 좋은 책이 나왔다 싶었는데 읽다보니 나에게도 유용한 책이었다.
덕질, 덕후.. 연예인을 향해서만 쓰임이 있는 단어라 생각했는데 책을 덮는 순간 나의 덕질이 향하는 방향이 어디가 될 지 설레여졌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