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 - 묵점 기세춘 선생과 함께하는
기세춘 지음 / 바이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양 사상을 배우기 위해서는 무조건 공자 부터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인과 예와 지에 집착하며 공자의 논어를 먼저 읽어야한다 생각했다. 그러다  노자와 장자의 도가 사상, 그 중에서도 중용의 덕의 가치가 매력적이라 생각하며 도덕경을 읽었다. 그러다 한비자의 법가사상을 읽었는데 현대의 법치주의에 걸맞는 내용이라 이 또한 옳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나의 동양 철학에 대한 관심은 딱 여기까지였다. 묵자의 묵가 사상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강조되지 않은 이유에선지 더 알고자 하는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아이 수행평가 주제를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제자백가에 대한 내용이었었는데 묵자의 묵가 부분에서 딱 막혔던 것이다. 차별없는 사랑을 주장한 묵가라고 소개한 교과서의 이 짧막한 한 줄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이는 다른 제자백가의 사상을 선택해 수행 평가를 준비했지만, 묵자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때마침 묵점 기세춘 선생님의 묵자가 개정판으로 나왔다. 다른 사상가들의 책도 원전으로 읽을 능력이 없어 주로 청소년 도서로 읽으며 겨우겨우 이해하고 있는 수준이였기에 기세춘 선생님의 존재감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묵점이란 호도 묵자를 너무도 좋아하셔서 지었는 줄 알았는데 서문을 읽다보니 그저 고향 이름이었을 뿐 우연이라 하셨다.  신영복 교수와의 일화와 문익환 목사님과의 일화가 담긴 서문글에서부터 이 책엔 두께만큼의 깊이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구성은 해설과 원전 읽기로 되어 있다. 청소년 책 구성은 주로 번역된 원문에 대한 분량 많은 해설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읽기 수월했는데 이 책은 해설 부분을 읽는 것 조차도 그리 쉬운 과정은 아니었으나 관련된 기록들의 원문을 상세히 담고 있어 겉핥기 식이 아닌 깊이 파고들며 공들여 알게 되는 것 같아 뿌듯했다. 고사성어 부분에서나 접했던 백이숙제에 대한 수록 글들을 통해 아마도 묵자는 백이숙제의 후손일 것이고 동이족 설에 더 가까울 것이라는 근거를 제시해 주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입장을 공자와 묵자의 대립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동시대 살았던 인물들이었으나 추구하는 바가 달랐고 지지층도 달랐다. 당시에는 공자의 완벽한 승으로 묵자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게 되었다. 지금도 유교 사상이 팽배한 교육아래 살고 있지만 사라질 뻔한 묵가 사상이 조금씩 되살아 나고 있음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묵자는 옳고 공자는 그르다는 이분법적인 생각은 아니지만 서로 절충하는 사고가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독교와는 다른 하느님을 비롯 책 속에 담긴 묵가 사상을 소개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역시 교과서가 진리였나보다. 차별없는 사랑, 그것이 진리였다.
'겸치별란'이란 편액의 글귀 의미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다.
철학사상을 이야기 하는 부분에서는 서양철학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좀 안다고 생각했던 인물들의 사상이 나와 반갑기도 했지만 동서양 철학을 비교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원전 읽기도 재미있었다. 틈새를 중용이라 말하였는데 역시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를 것 같아 좀 더 배우고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묵자란 인물과 묵가 사상을 한 권에 다 담고 있어 900쪽이 넘는 분량의 책이지만
오랜 시간 공들여 깊이 있게 읽고 싶은 책이다. 오랜 마라톤과 같은 책읽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완독 후 성취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 같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