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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ㅣ 에프 클래식
버지니아 울프 지음, 김율희 옮김 / F(에프) / 2021년 3월
평점 :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거의 다가 나의 지적 허영을 채우기 위한 만남이었습니다.
<올란도>란 영화를 처음 선택했던 것도 버지니아 울프라는 낯익은 이름에 끌려서였으나 영화를 보는 내내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어 지루하기 짝이 없단 생각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엄청 유명하고 대단한 작가라 할 지라도 나랑은 안맞는 작가라 치부하고 관심을 접었더랍니다.
그러다 세월이 한참 흘러 <댈러웨이 부인>을 도서관 강의에서 듣으면서 의식의 흐름 기법에 대해 배우게 되었고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책을 읽고 영화도 재밌게 본 작품이 되었지요. 그 후 거부감 보다는 울프의 작품을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이 책 <자기만의 방>을 꼭 한번 읽어 보고 싶었습니다.
돈과 자기만의 공간이 여성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메세지를 어느 강연에서 메리라는 허구의 인물을 통해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페미니스트들의 필독서라고 부르며 부조리한 제도에 대한 비판과 개선책을 모색하는 방안으로 접근할 수도 있었겠으나 저는 그리 거창한 의미보다는 현재의 제 모습에 견주어 보면서 골똘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사회의 제도적 장치 때문에 여성으로서의 차별을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많지만 모든 여성들이 사회적 진출을 꿈꾸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만 하더라도 편안한 가정을 꿈꾸며 가정을 돌보는 일에 행복함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울프가 6장에서 비아냥 거림처럼 읊어댄 설거지를 하고 아이들을 재우느라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수많은 여성들이 있다고 말한 부분을 읽으면서 실제로 강연에 참석하고 싶은 여성들도 있었겠지만 설거지와 아이를 재우는 일에 더 가치를 두는 여성들도 있었을텐데 일반화시켜 말하기에는 다소 성급한 발언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요즘 제가 진지하게 꿈꿔왔던 지난 날의 생각이 철없던 것이었나 싶기도 하고, 그 꿈 때문에 내게 왔던 수많은 기회들을 스스로 차버리는 실수를 범하였나 싶어 후회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어쩌면 살고자 애쓰는 자기 합리화 속에 스스로를 기망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생각보다 얇은 책은 금새 읽었지만 생각정리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개인의 삶으로 생각하면 행복하나 누군가의 헌신으로 만들어진 삶을 보면 양심과 염치가 발동하여 스스로를 작게 느껴지게 만들어지고, 굳이 공간까지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적 능력은 필요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요즘입니다.
소설을 쓰기위해서 뿐만 아니라 여성으로 살아가기 위해 자기 만의 공간과 돈은 꼭 필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작가가 살던 시절과는 많이 달라진 요즘, 과연 공간과 돈은 여성에게만 필요한 것일까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와 내용을 여성에게만 국한시키지 말고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으로 생각해 볼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내가 벌어 내가 쓰는 남자도 많겠으나 내가 벌지만 못쓰는 사람도 많고, 그 많은 공간 중에 자신만의 공간을 꿈꾸는 가장들도 많기 때문에 각자의 인생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이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이 대학 잔디를 밟고 있다고 불쾌해 하는 시절은 지나갔기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겠지요.
돈과 공간에 치중해 읽다가 문득 작가의 인생이 떠올랐습니다.
유산으로 받은 넉넉한 돈과 오빠 덕북에 나름 지성인들의 모임에 참여하여 지적 자유를 누릴 수도 있었으며 남편의 헌신적인 배려 덕분에 그토록 원하던 책을 만드는 일을 할 수 도 있었고 외부 환경으로 볼 경우 부모님의 사망 외에는 그리 큰 어려움을 느낄 수 없었던 것 같은데 결국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최후를 맞이한 것을 보면 인간의 삶에 물질적인 공간과 돈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안락함을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문장이 마음에 콕 박히긴 하였습니다.
누군가는 말하겠죠. 니가 사회생활을 너무 짧게 해서 여전히 여성들이 얼마나 사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살고 있는줄 알기나 하냐고 말이죠.
철없는 안락함을 누리고 있으면서 가끔 찾아오는 염치 때문에 그 안락함의 비용을 나의 경제력으로 지불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기초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 주제에 여성 평등이란 주제는 너무도 커다란 숙제처럼 보입니다. 그 사이 제 시야에 들어온 것은 사회 생활을 하고 있는 남편을 향한 불평등과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 남학생들을 향한 불평등이었지요.
버지니아 울프처럼 사회적 지위가 어느정도 자리잡은 여성의 발언을 통해 시대 문제를 고발했기에 오늘날과 같은 사회를 만들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여성, 남성 성을 이분화 시켜 이야기하기 보다는 개인적 존재로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할 시간이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공교롭게도 초코양락의 통장 개설하는 방송을 보게 되었는데, <자기만의 방> 이나 초코양락이나 모두가 꿈꾸고 있는 것은 자유인 듯 싶습니다.
저 또한 궁극적으로 원하고 있는 것은 자유였을 테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과 돈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역시 변하지 않은 버지니아 울프의 문체는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코로나19가 어느정도 잠잠해지고 우리가 다시 모일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독서모임에서 꼭 한번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