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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팽 양 ㅣ 이삭줍기 환상문학 3
테오필 고티에 지음, 권유현 옮김 / 열림원 / 2020년 4월
평점 :

프랑스 소설이라면 좀 어렵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도 읽어냈으니 이 또한 용기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모팽 양이라는 제목에 왠지 모를 끌림이 생겼답니다.
작가에 대한, 작품에 대한, 시대적 배경에 대한 지식을 품고 있었더라면 좀 더 작품을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고 풍요로운 독서를 할 수 있었을테지만 630페이지에 달하는 두께를 보고 나니 준비를 한 후 읽으려면 한참의 시간이 걸릴 듯 싶어 무턱대고 첫 장부터 읽었습니다.
친구여로 시작하는 편지글을 읽으면서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보내는 편지일까 궁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누구에 집착하면서 갑갑한 마음 품고 편지를 읽다보니 어느 덧 누군지는 알 수 없으나 편지를 쓴 화자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기이한 모험들을 좋아함에도 여행한번 못가 보았다는 말과 대조적으로 많은 곳을 누비고 다녔던 하이의 이야기를 보면서부터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차차 그가 꿈꾸는 연애와 이상형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었더랬죠. 차라리 모팽 양이 남장 여자라는 사실을 몰랐더라면 아무런 의심이 들지 않았을텐데 여자를 좋아한다는 말을 보면서도 편지의 말하는 이가 모팽 양일지 달베르일지 너무 궁금했더랍니다.
1장을 겨우 읽어내고 참지 못하고 작품 해설을 읽었습니다. 습관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라 어려운 수학 문제를 만나면 정답 확인부터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험 준비를 위한 독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작품 해설이나 작가의 말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공부 못하는 학생의 모습은 죽을 때까지 버릴 수 없는 것 같아 조금 슬퍼졌답니다.
그리고 작품 해설을 먼저 읽은 것을 후회했습니다.
무작정 읽었더라면 말하는 이가 누구인지에 대한 집착보다 그가 꿈꾸는 사랑에 대해 몰입할 수 있었을 터인데, 작품 해설을 읽다보니 팽하고 버리고 시작하려던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생각을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유미주의, 예술을 위한 예술.. 예전 오스카 와일드 작품을 읽을 때 보았던 사조들이었습니다.
도덕에 갇혀있던 저로서는 현실 세계와 동등한 입장으로 폭력과 성에 관련된 글이나 영화 등을 외면하곤 하였습니다.
작품을 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감이 가장 컸기 때문이었으나 예술을 위한 예술이란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생각이 좀 더 넓어진 듯 싶긴하였습니다. 제대로 된 지성과 이성을 품은 자들은 현실 세계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자세를 취하고 있을 것이며, 작품은 자품 자체로서의 표현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 것이지요.
고전 작품을 읽다보면 왕왕 외설이라 표현될 만큼 진한 내용의 글을 읽으면서 얼굴이 붉어질 때도 있고, 이런 작품을 왜 명작이라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그 부분만 크게 느껴졌기에 그러했음을 나이드니까 깨닫게 되었답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제가 좋아하는 변요한 님이 읊은 대사 중 무용한 것을 사랑한다는 말이 정말 마음에 와 닿았었는데, 같은 의미는 아니겠지만 이 책의 작가 고티에도 아무 데에도 쓸모가 없는 아름다움 만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 주장하면서 유용한 것은 모두 추하다고 말했다 합니다. 작가의 표현 중 하나님은 천사들에게 덕을 가지라고 하지 않고 사랑을 하라고 했다는 말도 맘에 참 와 닿더라고요.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쾌락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윤리적 철학적 가치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닌 문학 그 자체로서의 가치를 중요시 한다는 말에도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토록 궁금하던 편지의 주인공이 달베르였단 사실이 작품해설에 떠억하니 등장했을 때 내가 왜 여기부터 읽었을까 무척 후회하였습니다.
편지를 쓴 자와 받는 자를 모두 알고 읽었기에 글을 읽는 가독력은 빨라졌지만 궁금증과 감정 이입하여 머뭇거림을 느껴볼 여유는 더불어 사라졌었답니다.
하지만 매끄러운 번역 덕분인지 상황에 몰입하기에 충분한 문장력이였답니다.
다음 고전 작품을 읽을때는 꼭 혼자의 힘으로 읽어내 보겠다는 다짐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사랑의 설렘을 느낀지가 언제였을까요. 정도 사랑이고 모성애도 사랑이고 가족도 사랑이고...
이 책 속에서는 참 다양한 사랑의 유형들이 등장합니다.
현실을 살아내기에도 버거워 무슨 사랑 타령일까 싶다가도 책을 읽다보면 현실은 잠시 잊고 사랑 타령 속에 빠져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칫 표현을 잘못하면 막장이 될 수 있는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수려한 문체와 문장력과 설정 덕분인 것인지 아니면 고전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선입견으로 무작정 고전은 그런 것이 아니라 눈가리고 아웅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복잡한 관계들을 보면서 불편한 마음보다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달베르와 로제트의 사랑도, 달베르와 모팽 양의 사랑도, 로제트와 테오도르의 사랑도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서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고, 나름 마무리가 마음에 들긴 하였는데, 과연 달베르와 로제트는 모팽 양의 바람되로 될 수 있을지도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와 나라면 이란 말로 적용점을 찾으라면 여전히 도덕적인 면이 우선이기에 생각만해도 끔찍한 상황이란 생각이 일초의 주저함 없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러함에 예술을 위한 예술.. 작품은 작품으로만 보자는 말이 되려 큰 위안으로 다가옵니다.
어수선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는데 덕분에 흥미 진진한 사랑이야기 잘 보았습니다. 여느 영화나 드라마 보다 재미있었답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