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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창 - 제주4.3 ㅣ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김홍모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0년 4월
평점 :

민주주의, 참으로 익숙하고 국민으로써 마땅한 의무와 책임감도 느껴지는 단어임에 분명하지만 선거를 제외하고서는 자발적 적극 참여를 뒤로 미루는 국민이었던 입장이었기에 늘 어렵게만 느껴지는 단어였습니다.
초등 5학년에서 처음 역사 교과서를 통하여 3.15 부정 선거를 비롯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등 굵직한 우리의 역사를 접하게 됩니다.
엄마도 깊이있게 잘 알지 못하지만 아이에게 만큼은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엄마조차도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이 부분을 더 낯설어 하는 아이에게 제대로 알려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 책의 기획의 말을 읽으면서 이 책을 만든 취지를 알게 되었고 얼마나 많이 감사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민주화 운동을 겪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 좀더 다가가기 쉬운 방법을 2년여 고민하였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만화가 각자의 시선과 방식으로 표현된 작품들이었습니다.
그 중 저와 제 아이가 처음 선택한 책은 <빗창>이었는데 이 책을 쓴 김홍모 만화가님은 제주 4.3을 그리기 위해 제주도로 이사까지 가셨다고 합니다.

사실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등은 깊이 있게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주 접했던 사건들이었기에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기도 하였습니다.
제주 4.3 사건은 다소 생소하지만 예전에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보았던 경험은 있지만 위에 제시되었던 민주화 운동들에 비해서는 조금 거리가 느껴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주도라는 공간적 배경이 주는 거리감 때문이였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처음 지녔던 이 마음 가짐이 죄송한 마음으로 가득찼습니다.
제목에서 말하고 있는 빗창은 해녀들이 전복을 딸 때 사용하는 도구라 합니다.
이 이야기에서는 제주해녀항일운동과 제주 4.3 사건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제주 4.3 사건에 항일운동에 참여했던 해녀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했다는 구체적인 기록은 없지만 여러 개연성은 생각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두 사건을 연결해서 그려냈다고 합니다.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이긴 하지만 담고 있는 내용의 무게감과 그림 조차 무거운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휘리릭 넘기던 가벼운 만화를 읽던 습관대로 책장을 넘기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줄글로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는 방법보다는 만화를 통한 전달방식이 사건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그 날을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는 장치였음은 틀림없습니다.
물론 역사적 사건에 바탕을 두고 작가의 상상력이 덧붙여졌음을 아이에게 알려주는 것은 잊지 않았답니다.
가장 가까운 역사인 근현대사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을 뒤로 미루고 늘 조선사에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생각있는 국민으로 살길 바라는 마음이 새겨진 후부터는 역사 바로 알기의 중요성을 깨우치게 되었고, 그 중심에는 민주화운동의 정신과 가치가 크게 자리매김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제주 4.3 사건의 금기시 되었던 전말을 알고 희생자의 넋을 함께 위로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하였는데, 제주해녀항일운동의 내용까지 알게 되었고 노동의 가치를 자각하게끔 만들어준 배움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 주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어쩌면 옛날 사건으로 묻혀버리고 말 숭고한 시간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는 민주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있고, 세계 속에서도 울부짖고 있는 민주화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왜놈들한테 해방되면 어떤 세상을 만들까 생각해 봤냐는 마지막 해녀들의 대화가 마음 속에 새겨집니다.
우리는 어떤 세상을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하고, 아이들은 또 어떤 세상을 꿈꾸고 있을까요?
더이상 마지막 장면과 같은 일들은 일어나지 말아야할텐데, 여전히 빨갱이를 말하며 서로 이념 다툼을 하고 있는 현실이 암담하게 느껴집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