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염세주의자 - 흔들리는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마지막 태도
염세철학가 지음, 차혜정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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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세주의란 말이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면서 무작정 이 단어가 좋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인생을 비참한 것으로 보고 발전은 없을 것 같은 일종의 허무주의라 생각했던 것 같은데, 딱히 그 의미를 곰곰히 생각할 만한 생각 능력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자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전혀 아닌 것도 아니였나 싶기도 합니다.

무튼 이 책 겉표지에는 제가 좋아하는 단어들이 수두룩 빽빽하게 나열되어 있어 너무도 좋았습니다.

우선 염세주의가 보이는데, 게다가 당당하기까지 하다니요. 나를 지키는 태도며 서두르지 않는다는 말 또한 끌림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염세와 장자의 만남이란 설정이 설렘과 동시에 궁금증으로 다가오게 해줬답니다.

책은 그러한 기대감을 실망시킴 없이 프롤로그부터 밑줄 쫙 그을 태세를 갖추게 해 주었습니다.

지은이 이름이 염세철학가라 되어있다는 것만 확인하고서 곧장 내용을 읽기 시작하였는데, 대만 사람이였나 봅니다.

대만에서 말하고 있는 염세대라는 호칭을 새로 발견하긴 하였지만, 지금의 우리 나라 청년들도 마찬가지 상황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쓸모에 대한 생각을 좀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키워드가 쓸모란 점도 시선을 끌었습니다.

쓸모있는 인생을 생각하다 보면 굳이 밝히고 싶지 않은 저의 비루함이 까발려지는 것 같아 불편한 마음이 앞서곤 하였는데, 이 책은 장자의 말을 빌어 평생 사회에 기여하지 않아도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굉장한 위로의 말을 건네줍니다.

한해를 마무리 하는 독서 모임에서 늘 나에게 편지쓰기를 시도합니다.

이 책을 읽기 전 올해는 첫 문장을 가장 잘 알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는 나에게란 말이었는데, 이 또한 이 책과 통하는 구절이 되어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나다움을 찾기 위해 노력해보고, 나는 누구인지 생각하라는 질문에 불편했습니다.

당당함이란 단어를 좋아하지만 어느 한구석 당당할 것 없는 인생이 슬퍼져서 생각하기를 회피하는 방향을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인건지, 현재 삶은 부족함 없이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제 자신만 들여다 보면 그렇게 한심할 수가 없단 생각이 드는 아이러니에 빠지게 되었지요.

하지만 장자는 진정한 자기 자신은 누구도 모른다고 주장한다고 합니다.

이 또한 얼마나 위로 되는 말인지요. 열심히 살지 않은 자들에게 게다가 저처럼 자기 합리화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구미에 딱 맞는 발언만 해 주시고 계시니 원래도 좋아하였지만 장자 덕후가 되어야겠단 생각마저 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장자의 모른다는 개념은 저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습니다.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내가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만이 비로소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해석의 한끗 차이겠고 장자가 말한 뜻을 어렴풋이라도 알 것 같으면서도 저도 모르는 사이 위로가 필요했었던건지 자꾸만 자기합리화의 도구로 이 말씀들을 활용하려 합니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고, 나는 없는 존재라 인정할 수도 있고, 외부 영향은 오히려 없는 것이 더 좋은 것이니 틀에 맞춰 생각해 보니 저 자신도 꽤 괜찮은 사람일지 모른다는 착각에 빠져보기도 하였습니다.

허무주의에 대해, 죽음과 자유, 예술, 사랑 등 인생과 연관 있는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모르는 것을 인정하라는 말씀에 어긋나게도 왠지 제 자신에게 한발작 더 다가선 느낌이 들었습니다.

장자의 이야기만으로도 흥미로울 수 있으나 염세철학가의 필력이 주춤거리며 방황하는 인생에 작은 지침서 역할을 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고전 작품을 해석해주는 책들도 왕왕 읽어보았지만, 간혹 그 풀이가 껄끄러우면 원작 또한 읽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때가 있었는데, 해석 자체의 위로 또한 마음에 새겨짐에 기대했던 염세와 장자의 매력에 충분히 빠져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반드시 해야할 일이 없다는 그 한마디가 주는 위로, 무언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시간 속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었기에 이 말이 주는 힘이 크게 느껴졌고, 자신의 생각보다 외부가 새겨놓은 상식이라는 틀을 깨지 못하는 우물안 개구리 같은 생각습관을 고쳐보려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우리가 부정적으로 느꼈던 단어들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한번 해 보게 되었습니다.

절대진리는 없다는 말도 참말인 것 같고, 쉽게 읽혀지지만 생각의 깊이는 깊어지는 한 해 마무리 하면서 읽어보시길 추천하는 책이었습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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