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ek Seok: Poems of the North (Hardcover)
Baek Seok / EXILE Press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관 고전 강의를 들으며 마음에 새겼던 단어가 허영과 고상이었습니다.

저완 전혀 상관없는 단어들이었고, 그 단어에 치중한 적도 없었는데 단어에서 부정적 의미를 제외하고 난 후 곰곰 생각해 보니 문학적 허영과 고상의 단어 곁엔 부지런함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고상에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시를 읽고,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시를 짓는 것이라 말씀하셨죠.

시하니 떠오르는 인물이 백석 시인이었습니다.

사실 문예 사조도 시대적 배경에 대한 지식이 짧아 옛글을 접했을 때 담겨있는 본연의 뜻을 파악하는 것이 참으로 힘듭니다.

잘 알지 못하지만 막연히 멋있어 보이는 사람은 이상과 백석 시인이었는데, 잘 모르면서도 모더니즘이란 단어를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와 남편과 함께 길상사를 다녀왔던 추억 속에서 백석과 자야의 사랑이야기를 접했습니다.

백석 시인의 겉모습만 보고 세련된 분이란 생각을 하였고,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란 몽환적인 시의 제목에 꽂혀 백석 시인을 좋아한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였습니다.

백석과 자야, 그리고 법정 스님의 이야기를 길상사에서 접하던 날 추적추적 비가 내렸었는데 그 고즈넋함이 좋아서 우리 가족 모두 한동안 아무말도 없이 서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집에 돌아와 <백석 평전>을 읽겠노라 다짐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사 그 분의 시 모음집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느끼는 설렘이라 사진 속 백석 시인의 모습만 보아도 떨림이 있었습니다.

흑.. 그런데.. 책을 펼쳐보니 영문 시집이었어요.

다행히 시는 한글 원문을 수록해 주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작가에 대한 해설은 영문으로만 나와 있어 짧은 영어 실력이 무척 원망스러웠답니다.

곁에서 보고 있던 아들 녀석은 덕분에 영어 공부도 할 수 있으니 좋은 책이라고 격려해 주네요. 진정한 격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좋은 의도로 받아들이기로 했답니다.

원서를 본다는 생각 때문인지 파란색 인쇄물이 이국적으로 느껴지며 마음을 들뜨게 하였습니다.

제 허영을 여기서 발견하게 될 줄이야..ㅎㅎㅎ

순서대로 볼까 하다가 낯익은 시들부터 찾아 읽어 보았습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읽으면서 샤갈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얕은 지식으로 알게된 백석과 자야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도 떠올려 보고, 아름다운 시어도 마음 속에 새겨 놓고 싶어 아이 앞에서 큰 소리로 낭독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시를 난도질 하며 파악하는 주입식 교육으로 배운 저이기에 세월이 이만큼 흘러 학업에 손 뗀지 한참의 시간이 흘렀지만 시대적 배경을 알아야 할 것 같고, 주제를 파악해야 할 것 같고, 시어의 바른 의미를 알아야만 할 것 같고, 소재는 무엇일까 이 시도 공부해야 하는 걸까 수많은 생각들이 마음 속을 어지럽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니 옆에 써 있는 영문도 버겁고 시도 어렵고 슬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 동화책으로 만나 보았던 <여우난골족>을 읽었습니다. 시를 읽을 줄 아는 성인이 되었지만 아이 동화책으로 만나는 시들에 아이보다 제가 더 감동 받는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그런 그림책은 자주 나와줬음 하는 바람을 품어 보았고, 이번엔 오롯이 저를 위해 시에 집중해 보았습니다.

모더니즘은 현대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백석 시인의 시들을 보면 소재도 향토적이고 언어도 토박이어가 많은 것 같아 놀라웠어요. 고향인 함경도 사투리를 사용해서 그런지 의미를 유추하기 어려운 것도 많아 또 다시 낱말 풀이된 자습서가 필요한 것일까 고민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마음을 다 잡고 한 행 한 행 소리내 읽어보니 머릿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그닥 좋아하진 않았지만 시골 풍경들이 머릿 속에 그려지면서 마음 속에 따땃한 무언가가 느껴졌습니다.

시 모음집이기에 단박에 휘리릭 넘겨 읽어버리기 보다는 한 편 한 편 공들여 읽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북 작가라고 하여 한동안 우리 나라에서 금서가 되기도 하였다던데, 작가의 인생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 들여다 보고 싶었고, 시대가 시대니 만큼 이러한 시들이 탄생하게된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공부나 성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저의 허영과 고상을 위해서 시를 읽을 수 있다는 현실에 감사하게 되고, 때마침 만나게 된 시들이 백석 시인의 시들이기에 더욱 행복했습니다.

다음에 또 글을 쓸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땐 잘 모르는이 아닌 내가 잘 아는 백석 시인에 대한 글이라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