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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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마음이 편안치는 않았다. 곧 내게도 다가올 늙음 또한  썩은 관처럼 보인다거나  눈만 감으면 송장이라는 젊은이의 비난처럼 참혹한 모습일 것 같아  두려웠다. 또한 70이 다된 노인에게도  예민하고 건강하게 살아있는 욕망이 한껏 발휘될 수 있다는 사실로 인해 나이차이 50이나 되는 미성년자 은교를 사이에 두고, 스승 이적요와  제자 서지우간의 질투는 난감했고, 가슴이 아팠다.

 

가정도 꾸리지 못하고, 암울한 시대의 역사의 굽이길에서 배신으로 10여년 감옥생활까지 한 시인 이적요는 나이 70이 다되어서야 마음속 영원한 젊은 신부 한은교를 통해 생생한 더운 피가 흐르고 있음을, 본능에 예민한  촉수를 갖고 있음을 진정으로 느낀다. 호텔 캘리포니아에서 은교와 함께하는 시인의 모습은 젊음과 사랑의 욕망을 열망하는 꿈의 세계로  순결하고 성스러운 의식으로 치장하고 있으나 나에게는 너무나 눈물겨울만치 안쓰럽고 슬퍼보이는 대목이기도 했다.

 

 반면,  시인보다 젊다는 이유 하나만이  내세울  전부인 시인의 청지기 서지우는 스승이 써준 소설 [심장]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긴 하지만 그것은 차라리  재능없는 그에겐 하나의 더 큰 굴레가 되어  자신을  옭죄는 결과를 불러온다. 이러한 자괴감과  열등감과 분노는 은교를 소유해야하는  이유였고,  은교에게 대우받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이적요시인과  서지우의 갈망의 대상인  은교가 예쁘게 다가오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붙임성 좋고 하얀 피부를 가진 은교는 두 남자사이에서 자신의 태도나 몸가짐을 분명히 하지 않아 결국 비극을 유발시키는 단초를 제공했다. "할아부지와 서선생님이 서로 깊이 사랑하셔 자신이 낄 자리가 없고 소외감을 느낄 정도로 였다"는 말은 또한 무슨 어이없는 얘기인가? 그때 그 때  자신의 감정에만  솔직한  아이의 모습(그때는 사랑의 감정이 있었는지도 의문스럽지만),  다음에 일어날 아무런 상황 판단없이  몸을 쉽게 허락하는 태도 또한 이해받기 어렵다. 그것은 사랑이라 말하기도 어렵다고 본다. 사랑에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제껏 사회 관습, 도덕으로  본능을 꼭 꼭  깊게 묻어버린 삶이었다는 것 인정한다.  자유로운 영혼을 틀에 가둬 두느라 많은 부분 열정과 즐거움을 손해보고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본능에 충실할 수만은 없다. 개개인마다의 가치관에 따라 수많은 다른 삶을 살겠지만 본능에  귀 기울이지 못해  죽을 때 많이 후회하지 않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이 책은 노인이라고 해도  젊은이와 같은 열정과 오욕칠정의 본능이 존재하며 그 또한 인정하고 이해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새로움을 주었다. 노년이 더 길어질 우리의 세대에서 좀 더 자유롭고 탄력적인 사고를 가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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