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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다리 ㅣ 사계절 1318 문고 31
이옥수 지음 / 사계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여년간 강원도 탄광에서 일하시던 아버지와 술먹고 휘두르는 남편폭력을 피해 도망 갔던 엄마, 모범생인 형 혁제, 나(윤제)는 서초동 법원 단지 앞 꽃마을로 다시 모여 살면서 비닐하우스가 철거되기까지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과 이웃 도시 빈민들의 애환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옆집 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어 동네 사는 사람들이 한집안 식구같고, 어느 집이나 돈 없고, 아프고, 힘없는 사람들만 모여있으며 , 술먹고 부리는 행패나 폭력이 동네 어디서나 일어나는 곳, 밥 벌이에 바빠 아이들은 방치되어 있고 언제 어디서나 쉽게 범죄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동네~ 그 곳에서 새로 이사 온 사춘기 소년 윤제는 여러가지 일들을 겪는다. 엄마를 폭력으로 내 몰았던 아빠에 대한 원망과 불만, 초라한 집을 보이기 싫어 빼먹은 수업에서 이어지는 가출과 엉겹결에 걸려든 범죄조직의 올가미, 결국 소년원의 생활을 거쳐 학교로 돌아왔을 때에 그에게 따라붙는 딱지, 그 와중에서도 여친 혜미에 대한 감정과 태욱과의 진정한 우정을 나누기까지 어린나이에 수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며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그를 끝까지 사랑으로 지키내는 엄마와 애증관계의 아버지에 대해 관계회복의 실마리를 찾고, 형과의 관계에서 친밀감을 느끼며, 푸른 꿈과 희망을 회복하게 된다.
이 책은 빈민가를 통해 삶의 남루함과 고통을 여과없이 섬세하게 표출하고 있다. 사춘기에 접어든 초등 6학년 윤제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그들의 세상은 윤제가 우여곡절을 겪은 것 만큼이나 힘이 들고, 안타깝다. 그가 느끼는 창피함과 불만, 분노는 하우스에 불을 지르고 싶다는 윤제, 혁제 형제의 대화에서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답답하고, 자신들의 힘으론 어쩔 수 없는 환경속에서의 또 다른 위험은 탈선행위에 노출되기가 너무 쉽다는 것이다. 어른들로부터, 환경으로부터 막아줄 아무런 방어기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학교는 아이들에게 든든한 방패막이로써 기능을 잃었고, 빌딩청소와 식당일로 생계를 꾸려가는 어머니와 매일 인간시장에 나간다는 아빠 또한 하루 하루가 버겁다.
하지만, 어둡고 힘든 일의 연속 가운데서도 건강성을 볼 수 있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아들의 성장을 생의 낙으로 여기시는 어머니의 정성과 관심은 윤제를 바른길로 잡아주는 나침반같은 존재로 끝내 희망을 품게 해 주시고, 어려운 이웃간 싸움이 그칠 날이 없지만 이웃일을 자기일처럼 서로 도와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따뜻함이 스며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