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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창
구병모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평점 :
품절
상처를 매개로
사랑과 인간관계를 통찰하는
흥미로운 [절창]을 만나게 되었다.
절창(切創)이란 소설의 제목은
칼이나 유리조각의 예리한 날에
베인 상처이다.
주요인물로 아가씨는 타인의 상처에 손을 대면
상처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활용하여
오언(烏焉)이라는 후원자의 일을 도우며
감시 속에 지낸다,
아가씨의 입주 독서 교사인 나는
3자 시선의 화자로
이 소설의 내용을 이끌어가고 있다.
3명의 주요 인물 중
단 한 사람의 오언(烏焉)의 이름만 밝혀지듯이
오언은 서로 글자 모양이 비슷해서
틀리기 쉬운 글자라는 뜻으로
이름만 보아도 이 소설의 주제를 나타내고 있다.
책 읽기와 사람의 마음 읽기,
말을 통해 책 읽기를 가르치는 독서 교사인 나와
상처를 통한 타인 내면 읽기,
나중엔 정확도가 떨어지는
현실을 마주하는 아가씨,
이 두 가지 읽기에서 보이는 공통점은
'글이나 말, 타인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가능한가' 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
"또한, 거짓말의 반대가 진실이라는 법도 없지.
진실은 사실하고는 또 달라."(p151)
"진실을 진심으로 대체하기는 더 어렵지 않나?"
"전자(진실)는 자기 감각과 인지라는 분광기를 통과한 해석의 문제에 불과하고,
후자(진심)는 가만 놔둬도 변동이 심하니까"
"내가 아무리 선명하게 들여다보았다고 한들
사람의 머릿속은 어떤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생각을 자의로 바꿔버리면 그만이라고."(p114)
"그러니 우리는 불이해 혹은 오해를 이해인 양
착각하면서 살아가는 게 고작이야.
이해란 자기만족에 불과할 수 있고.(p301)"
이렇듯 작가는 타인에 대한 오독은 필연이라 말한다.
우리는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고,듣고 싶은 것만 듣기 때문에,
타인을 읽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왜곡과 변형, 취사선택을 포함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소설은 '읽기'라는 행위 자체의 불완전성을 예리하게 해부한다.
또한, "아가씨가 나에겐 ... 질문이다"라고 얘기한 오언은 어떠한 왜곡도 없이
아가씨에게 마음을 읽히고자 노력했고, 그런 자신을 완벽히 이해 받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을까?
마지막에 작가는 우리에게 몇 가지 의문을 남긴다.
하지만 "상처는 사랑의 누룩이다."
상처는 필연이고, 용서는 선택이지만 어쩌면 상처를 통해서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작가의 말로
아가씨와 오언의 사랑의 본질적 모순과 복잡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인간은 영원한 암실 속에서 서로 보고 듣고 헤아린다는 착각과 함께 살아가는 유기체로서 오독과 오해의 불가피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상처와 직면하고
대화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노력만이 인간다움으로
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나는 너무나 가깝기에 너무나 사랑하기에
당신을, 내 아이들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과연, 이 소설을 읽고도 내가 아는 진실이
오독한 내용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