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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 ㅣ 바깥바람 11
최윤정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8년 12월
평점 :
아이와 어른을 '책'을 기준으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어떤 구분짓기를 (선천적으로) 싫어하는 나에게는 그닥 매력적인 제목은 아니었다. 왜 어른은 책 밖에 있다고 하고, 아이는 책 안에 있는 걸까? 어떤 근거로 이렇게 제목을 지은걸까, 한 번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 읽기 시작했다.
작가는 아이들을 키우며 어린이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린이 책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적었던 글들을 모은 것 같다. 어른이 되어 읽는 어린이책은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고, 내 안의 아이를 발견하기도 하고 내가 낳은 아이를 바라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골라주고 싶었던 진심이 이 책 가득 묻어난다. 좋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와 함께 좋은 책을 고르는 눈을 어른이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을 강조한다.
작가가 말해주는 좋은 책에 대한 여러 소개 중에 '어린이 책에는 성숙한 어른의 존재가 있어야 한다.'라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그 이후로 나도 어린이책을 읽을 때마다 책에 등장하는 어른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보게 된다. 책 안의 어른은 다양한 모습이겠지만 그 중 한 명은 성숙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품어주고 아이들과 동행할 수 있는 이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안심이 된다. 이 말은 모든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이나 성숙한 어른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슈퍼맨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고민들과 갈등 속에 있는 아이 곁에 있으면서 아이에게 살아갈 희망과 존재의 가치를 말해주는 어른이 어린이 동화에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요즘 어른다운 어른들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경제적 효용가치로 사람을 판단하고, 정치적 색으로 사람들을 나누는 현실 가운데 아이들 곁에 서 있는 어른들을 찾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존재한다. 그 어떤 모습을 떠나 어려움에 처한 아이를 구해주려하고 도와주려하는 따뜻한 어른, 그 어른의 존재로 아이들을 살아가고 있다. 어른들의 세상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 살아가고 있는 어린이들의 존재를 있는 모습 그대로 표현하고, 그들의 성장에 주목한 어린이책들을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 책이 그런 어린이책을 발견할 수 있도록 좋은 '눈'이 되어준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어린이들 곁에 서자. 더욱 더 적극적으로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듣자. 그리고 함께 읽고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은 미처 모르는 아이들의 세계.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매일매일의 생호라 속에 단단히 뿌리 내리고 있는 이 작은 이야기들을 내 생활 속에서 어린이책을 통해 누릴 수 있어서 참 기쁘고 감사하다.
tip.
이 책은 내 아이에게 어떤 책을 읽어주면 좋을까, 고민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여기에 소개하는 책들이 조금 오래된 책들도 있지만 워낙 고전같은 책들이라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책 평론가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어린이책을 통해 어린이들을 알고자 한다면 이 책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바람의아이들 #책밖의어른책안의아이 #최윤정글
함께 읽었던 독서모임 선생님의 글도 함께 올립니다. :)
특히나 청소년 문학과 성, 금기와 경계 꼭지의 이야기들에 가장 큰 공감을 느꼈습니다.
자신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또래 아이들의 삶 속에서 생겨나는 사건들을 따라가며, 자신도 느낀 적이 있으나 깊이 생각해보지 못하고 밀쳐 두었던 감정들을 소환하여 조용히 반추하고 사색하며 조금씩 자라는 일을 도와주는 것이 청소년 문학이 하는 일이다. (33)
중학교 1학년 쌍둥이 아이들의 엄마로서 나의 아이들이 그리고 지금의 10대 아이들이 좋은 청소년 문학을 좀 더 자주 만날 수 있었으면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책 읽는 즐거움을 위하여 꼭지에서
책의 노예가 되지 않고 책의 주인이 되는 것.
즐겁기 때문에 책을 읽는 아이들은 분명 행복하다. (174)
아이가 읽을 책을 부모가 먼저 읽어본다면 정말로 최상일 것이다. 하지만, 나의 현실을 보면 아이가 책을 읽어내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가 더 많고 그렇게 먼저 읽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가끔씩은 아이가 읽은 책을 아이가 먼저 읽은 후 엄마인 내가 읽어보고 서로 같은 책을 읽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와 조금 더 가까워지는 듯 하다.
프랑스의 방학 교육 꼭지에서
아이들로 하여금 부모의 도움 없이 살아보게 하는 것, 아무것이나 먹고, 아무 데서나 잠을 자보는 것, 단체 생활을 통해서 무엇보다도 타인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몸으로 익히는 것, 이 정도가 어린이 청소년 캠프의 본질적인 목적이다. 그러니까 이들의 ‘방학 교육’이란 방학 이전의 학교생활에서 아이들을 완전히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자기 생활을 꾸려가게 만드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해서 그곳의 아이들은 사유하는 밥을 배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는 법을 배운다. (200-201)
중학교에 입학한 나의 아이들의 여름방학을 되돌아보면 학원 방학을 제외하고는 다른 일정을 잡는 것이 쉽지 않았고 학원에 묶여서 학원 스케쥴을 기준으로 하루하루가 지나가버린 듯하다. 아이들이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는 방학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겨울 방학은 조금은 더 용기를 내어 색다른 방학을 보내도록 부모인 나부터 마음을 열어보고 싶다.
조금 아쉬웠던 점이 있어서 덧붙여 봅니다.
책에 소개된 책들이 주로 1990년대의 책들이 많아서 개정판을 내실 계획이시라면, 2000년대에 나온 프랑스의 어린이, 청소년 문학을 더 소개해주셨으면 합니다.
책의 구성이 크게 3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 안의 꼭지들이 조금은 어색하게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장에 묶어서 넣기에 조금은 편치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 문학에 대해 가볍지 않게 정말 내 아이가 읽어야 할 좋은 책들을 부모인 내가 좀 더 깐깐하게 읽고 점검할 필요성에 대해서 100퍼센트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