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성별 - 가족은 어떻게 불평등을 재생산하는가 Philos Feminism 7
셀린 베시에르.시빌 골라크 지음, 이민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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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베시에르와 시빌 골라크가 쓰고 이민경 번역가가 옮긴 자본의 성별은 부의 불평등을 분석하는 기준으로 가족 단위의 문화/학력자본이 아닌 가족관계와 성별을 제시한다. 경제자본은 상속으로 가족 내에 대물림된다


경제 공동체라는 가족의 속성은 산업화 및 후기 산업화 사회에서약화되었으며, 이 자리는 가족 간 관계로 대체되어 가족은 친밀성을 기반으로 하는 정서적공동체로 여겨졌다. 부르디외는 사회 계층 재생산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상징자본의 상속개념을 도입하였으나, 대물림되는 경제/교육자본에도 가족 내 부의 불평등을 설명하긴 어렵다. 경제학자들의 통계자료는 사회계층 간 자산 불평등을 잘 드러내 주지만, “조사 단위 내부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파악되지 않는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 저자들이 도입한 새로운 준거는 성별이다.

 

하나의 가족 내에서도 어떤 사람은 빈곤하다.”

 

자본의 성별은 남성이다. 이혼과 상속을 통해 가족 내 자산으로부터 여성이 배제된다. “아들은 가족 내에서 특권을 가진 자이며 성장 과정에서부터 딸들은 가족 자산에 관심을 두지 않도록 교육받는다. “가족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금전적 보상뿐 아니라 이타심, 헌신과 같은 상징적 보상에 대한 선호를 여성들에게 교육한다. 그 결과, 동일한 문화자본을 상속받은 딸과 아들은 각기 다른 경제자본을 상속받는다


아들이 상속받는 재산의 가치는 과소평가 되고 딸이 상속받는 재산의 가치는 과대평가(현금 대신 불확실한 가치의 자산) 되며 평등의 가면을 부여받지만, 사실 딸들은 이것이 불평등하다는 사실을 안다. 가족의 친밀성을 깨어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기 때문에 침묵한다. 가족 사업에서 딸들은 부모의 가계에서 일을 했으되 항상 무급이나, 아들은 정식 직원으로 임금을 받았다. 딸들이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되기 위해선 아들이 가지지 않은 학력자본을 추가로 획득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가족의 모습에서 아들은 쉽게 가족의 가업을 이어받아 누나들을 위해 희생했다는 이미지를 얻는다. 그렇기에 아들의 수익은 평등해진다.



여성이 행하는 돌봄노동을 평가절하하는 사회의 시선은 여성의 임금 노동에도 적용되고, 이는 가족 내 부의 불평등을 초래할 뿐 아니라 부부 관계까지 이어진다. 가족 내부의 불평등은 상속으로 드러난다면 부부 내 불평등은 이혼 시 재산분할을 할 때 드러나게 된다. “형식적으로 가족법과 재산법이 평등주의적이지만, 이 법 시행과 관련한 전문가들과 법조인들은 평등하지 않다. 공증인, 변호사는 역회계를 이용하여 부부의 재산을 평등하게 나누는 대신, “가장 중요한 자산을 남성에게 할당하고 자산의 목록과 평가를 조정하여 공식적으로 평등하게 만든다.” 또한 이를 해결할 사법부의 판사들은 가정에서 돌봄 및 가사 노동을 수행하는 여성의 노동력 가치를 무시하며 아내에 대한 도덕적 비난을 수행한다


판사라는 상위 계층의 여성들은 어떻게 여성이 자신의 커리어와 시간을 희생해서 가장이라는 이름 아래 남성의 커리어를 만들어 주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이혼보상금을 성평등 시대에 여성을 주저앉히는 유인제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여성은 일을 하지만 자본을 쌓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여성은 딸, 아내의 위치에서도 불평등을 겪으며 빈곤에 쉽게 노출된다. 그리고 양육자로서 여성은 자녀 돌봄, 교육에 기여할 뿐 아니라 양육비와 수당 청구하기 위하여 수급자 혹은 청구인의 역할을 부여받아 법 제도 아래 국가에 계속하여 자신의 빈곤을 증명해 내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다.

 


20세기 이후 프랑스의 불평등한 부의 분배가 전혀 새롭거나 놀랍지 않은 이유는 우리에게는 이미 이러한 양적 통계와 질적 분석으로 긴밀히 조사되기 이전부터 보고, 듣고, 경험한 사사로운(그러므로 학술적으로 다뤄질 가치가 없는 개인적인) 사례들이 많기 때문이다. 늙은 부모의 돌봄 노동을 모두 수행하였으나, 왕래 없는 아들 혹은 아들의 손자에게 상속했다는 이야기는 그리 어렵지 않게 들려온다. 첫째가 아들일 경우에는 더욱이 무리 없이 가장 많은 상속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경제자본은 사랑’, ‘친밀함등과 같은 겉만 번지르르한 단어들 사이로 중요성을 숨긴 채 남성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마치 치킨을 시키면 자연스럽게 닭다리는 아버지와 남자 형제의 것이었다는 여성들의 아주 사사로운 증언처럼. 지적하면 더럽고 치사한 년이 되었던 것과 아주 유사한 논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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