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 - 우리 몸 안내서
빌 브라이슨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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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도서라 처음에는 살짝 걱정이 되었는데, 그런 걱정은 무색하게도 이 책은 정말 완벽히 자신의 독자층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으로 하는 일반도서! 우리 몸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를 훑는 어마어마한 해부학 지식이 들어있지만 재밌는 에피소드와 비유를 통해서 서술해나가서 너무 어려워서 포기하는 일은 아마도 없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이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1 사람을 만드는 방법

2 바깥 : 피부와 털

3 우리 몸의 미생물

4 뇌

5 머리

6 입과 목

7 심장과 피

8 몸의 화학

9 해부실 : 뼈대

10 움직이다 : 직립보행과 운동

11 균형 잡기

12 면역계

13 심호흡 : 허파와 호흡

14 음식, 맛있는 음식

15 소화 기관

16 잠

17 거시기 쪽으로

18 시작 : 잉태와 출생

19 신경과 통증

20 일이 잘못될 때 : 질병

21 일이 아주 잘못될 때 : 암

22 좋은 의학과 나쁜 의학

23 결말

빌 브라이슨, 바디 : 우리 몸 안내서 목차

1장에서 사람을 구성하는 원소부터 쭉 안의 기관들에 대해 이야기하다 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이야기를 따라가보면 어렵지 않게 마지막 장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정말 각 장마다 기가 막힌 실험들이나 어처구니없는 에피소드들이 계속 이어지는데 정말 이런 멍청한 짓들로 과학이, 해부학이 발전해나간 건가를 생각하면 꽤나 재밌게 읽을 수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참수형이 빈번히 벌어지던 영국에서 사람들은 몸과 절단된 머리에 의식이 있는가 없는가에 대해 궁금해하던 과학자들이었는데요. 그들은 참수형이 집행되자마자 떨어진 머리에게 달려가서 '내 말이 들립니까?'와 같이 물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에 답하는 머리는 하나도 없었고, 그들은 의식이 남아있는대도 질문에 대답할 정도로 긴 시간 남아있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실험이라 읽자마자 동생한테 말해줬습니다. 과학 책을 이렇게 재밌게 읽어본 적이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서평을 어떤 방향으로 작성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 책의 내용을 모두 다루기에는 너무 어려울 듯해 제가 제일 재미있게 읽었던 파트인 '뇌'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뇌는 우리의 감각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을 꾸며낸다. 존재에 관한 기이하면서 직관에 반하는 한 가지 사실은 광자는 아무런 색깔도 없고, 음파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으며, 후각 분자는 아무런 냄새도 없다는 것이다.

p. 84

이 문장을 읽었을 때,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데도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습니다. 세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각들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로지 대뇌 안에서 만들어진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잖아요. 내가 보는 이 보라색과 남들이 보는 이 보라색이 정말 같은 색일까?

책 안에서 눈의 맹점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눈의 수많은 실핏줄들을 뇌는 아주 자연스럽게 없애고 눈 뒤쪽으로 시신경이 빠지는 부분의 상이 보이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메꿔나가는 것들. 그 부분을 읽으면서는 우리의 뇌가 정말 컴퓨터, 포토샵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결국 인간의 기술은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히 가지고 있는 것들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내는 일에 불과한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우리는 결코 바로 이 순간의 세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잠시 뒤의 세계를 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평생을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살면서 보낸다.

시신경을 통해 받은 신호를 해석하는 뇌는, 항상 그다음의 상황을 예측하며 일생을 보냅니다. 항상 자극 그 자체와 뇌 안에서의 인지는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얼핏 일상을 살아가면서는 우리가 마치 '이해하는 것' 자체를 감지한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 같아요.

이 책은 이렇게 우리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들을 가져와 원리를 알려주며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합니다. 우리의 눈앞에 있는 모든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 사실 그게 과학도서를 찾아 읽는 이유인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나중에 써먹을만한 소재들을 몇 개 열심히 적어두었습니다.

작가는 연골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도,  대체재를 찾는 연구가 아직까지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연골보다 성능이 좋은 것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무언가 인간의 몸이라면 자연발생적이라 인공적인 몸체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여전히 인간의 몸은 아직도 연구되지 않은 것들이 많고(아직까지 열이 왜 나는지 원인조차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인간이 이미 몸속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술조차 만들지 못한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반구 병변 시에 나타나는 증상들이 참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그런 병들을 보면 정말 우리의 뇌가 인식하는 세계 안에서밖에 살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다시금 떠오르기도 하고요.

전체적으로 우리 몸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개론적으로 훑어주는 책이니 만큼, 한 번쯤 지적 호기심이 가득 차는 날에 찾아보시면 후회하진 않으실 겁니다.

오랜만에 읽은 과학도서였는데, 생각보다도 너무 재밌게 읽어서 좋았어요. 오랜만에 또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 오늘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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