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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의 일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은 전에 보았던 『체공녀 강주룡』 의 박서련 작가님의 신작, 『마르타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트위터에서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급히 신청해보았는데, 운 좋게 선정 되었습니다.
표지 느낌부터 마음에 들었는데, 양장본! 얼마만의 양장본인지,,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은 현재를 살아가는 이삽심대 여성이라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사건을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갑니다.
SNS 셀럽이었던 동생 '경아'의 죽음은 예상치 못하게 다가옵니다. 주인공인 '수아'는 자신의 기억 속 경아를 천천히 떠올립니다. 예쁜 경아의 언니 수아.
자살했다는 경찰의 말을 믿지 못하던 수아에게 경찰이 경아의 핸드폰을 넘겨줍니다. 그런데, sns 메세지도, 경아가 자살한 것이 아니며 자신이 그 범인을 알고 있다는 한 익명의 메세지가 도착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예쁘고 착한 SNS 셀럽의 자살"
예쁜 동생과 예쁘지 않지만 공부 잘하는 언니를 사회에서 정의내리는 시선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여성과 여성은 인간 대 인간의 관계가 아닌 허구성의 질투와 시기로만 바라보는 시선, 예쁘고 어린 여자를 깎아내리려 애쓰는 사람들. 이 모든 시선이 현재 한국사회에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한 여자의 인생이 이렇게 쉽게 어떤 남성에 의해 끌어내려질 수 있다는 점, 어쩌면 지금을 살아가는 여자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새겨져 있는 근원적인 공포감 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공포감 말고 다른 단어를 사용하고 싶은데, 마땅히 생각나지 않네요.)
책을 읽으면 자매의 이야기와 그들을 대하는 부모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말 같은 위치의 사람으로써 읽는 내내 너무나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매의 관계는 "예쁘지 않은 언니는 당연히 예쁜 동생을 질투할 것이다"라는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에 의해서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애초에 이 사회에서 그 원인이 무엇인 지 찾을 수도 없습니다. 경아를 좋아하는 교회오빠는 경아를 '꼬리친 여자'라는 단어 하나로 손쉽게 경아를 욕하고, 경아를 보는 모든 사람들도 그를 알아가려 하기 보다 편견으로 만든 상상 속 그를 생각하며 모두들 경아를 물어뜯습니다.
이 흐름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읽으며 문제점들을 곰곰히 따지지 않으면 단지 '현실의 것' 이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저는 이 소설을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공유하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커다란 이야기의 흐름은 경아를 죽인 범일에게 복수를 도모하는 수아의 이야기입니다. 남성가해자에 의한 피해자로서만 그려지는 여성을 넘어서 작가가 화자로 선택한 언니 '수아'의 캐릭터는 지금껏 보던 '동생의 죽음을 슬퍼하기만 하던 언니'와는 다릅니다.
임용고시 1차에 합격하고 면접을 남겨두고 있는 '수아'의 목소리는 동생의 죽음에 온 감정을 소비하지 않습니다.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지 않으며 자신의 삶과 경아의 복수 그 사이의 균형을 잃지 않으려 무섭게 노력합니다. 이런 균형을 잡아가는 캐릭터를 본 적이 없어 너무 새로웠습니다.
경아의 남자친구인 이준서가 엄마에게 '경아가 해주는 떡볶이를 너무 잘 먹어서' 용돈을 들었다는 사실을 읽고, 제 육성으로도 욕설이 바로 튀어나왔지만, 그 다음 문장을 읽어보니 수아도 저와 아주 똑같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밖에서 이야기를 꺼내면 '오버하는 것'아니냐며 입을 다물게 만들던 남성들의 여성혐오용어를 정확히 집어주셔서도 좋았고, 읽는 독자 입장에서도 주체할수 없게 화가 나는데 그 발화는 '수아'가 대신 해주어,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동생의 복수를 다짐하는 언니의 캐릭터가 너무나도 냉철하고 체계적인 것, 그 특성이 '복수극'이라는 장르에 새로운 변주로 와닿아 끝까지 책장을 넘기게 해주었습니다.
현재의 한국사회를 외면하지 않고 살아남기위해 애썼던 자매를 보여주며, 이것이 소설이라는 점에 안도했지만 동시에 그보다 더한 현실감을 느낄 수 있어서 먼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소설 속에서 수아가 '무섭다'는 이야기를 듣는 장면이 나오는데, 과연 수아가 자신을 무섭게 만들었어야만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해봅니다.
복수를 계획하는 새로운 화자, 그에 숨겨진 비밀들을 현대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하나하나 풀어가는 소설 『마르타의 일』, 여러분도 한 번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화 되도 아주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
그럼 감사합니다.
이준서 이 씨발새끼. 죽여버린다. 진짜로 반드시 죽이고 만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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