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가 된 날
무라나카 리에 지음, 시라토 아키코 그림, 현계영 옮김 / 인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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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어른은 한때 아이였다!


🐇마음속에 조용히 웅크린 작은 토끼 한 마리를 품고 있는 이들에게,
"토끼가 된 날"은 분명 그를 일으켜 세울 부드러운 손길이 될 것입니다.


"토끼가 된 날"은 우리가 애써 외면해온 ‘조용한 목소리’들의 합창입니다. 누군가에겐 이야기 노트가, 누군가에겐 자전거 바퀴가 되어 주는 이 책은,
마음 한켠 웅크리고 있는 내 안의 토끼를 조심스럽게 일으켜 세워줍니다.

결국, 삶에서 중요한 것은 지름길이 아니라 ‘나만의 걸음걸이’라는 작가의 메시지는 조용하지만 분명히 다가옵니다. 부끄러움으로 시작된 걸음이, 언젠가는 자신만의 리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을 선물해준 이 따뜻한 동화책에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토끼가 된 날"은 부끄러움, 슬픔, 상실, 그리고 성장 앞에서 흔들리는 아이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담은 동화와 시의 모음집입니다. 각기 다른 상황에서 마음을 웅크린 채 조용히 세상과 맞서는 아이들이 조력자의 따뜻한 손길과 스스로의 발견을 통해 용기를 내는 과정을 그립니다. 약한 듯 보이지만 자신만의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결국 어른에게도 위로와 성찰을 건네는 조용한 울림이 됩니다.


무라나카 리에는 일본의 대표적인 아동문학 작가이자 시인입니다. 그녀는 ‘조용한 아이들’, ‘내성적인 아이들’, ‘작지만 단단한 존재들’을 이야기의 중심에 세우는 데에 탁월합니다.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 명예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만큼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깊은 감정을 일으키는 문장력과 섬세한 관찰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토끼가 된 날"은 그런 그녀의 작가적 감성이 가장 빛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 책은 동화와 시의 형태를 빌려, 어린이 독자들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어른 독자들에게는 반성과 따뜻한 회복을 전합니다. 별도의 역사나 사회적 배경지식은 필요하지 않지만, 아이들의 감정세계나 심리적 발달에 대해 이해할수록 더 깊은 감상이 가능합니다. 특히, ‘내향성’이나 ‘불안’, ‘사회적 소통’ 같은 감정에 민감한 독자일수록 강한 울림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그림책이나 일본 문학 특유의 서정성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추천됩니다.


무라나카 리에는 이 작품을 통해 “약함 속에서도 우리는 강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토끼’는 겁이 많고 섬세한 동물로 여겨지지만, 동시에 놀라울 만큼 예민하게 세상을 감지하고 조심스럽지만 꾸준히 움직이는 존재입니다. 저자는 아이들이 각자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그 감정을 들여다본 뒤 결국에는 자기만의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기르길 바랍니다. 그 과정은 눈에 띄게 화려하지 않지만, 가장 근본적인 성장입니다.

📌“약하다고 해서 강하지 않은 건 아니다!”
— 이 책의 핵심 메시지로, 표제문과도 같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웅크리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유 없는 불안,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가 되돌아가는 순간, 속상한 마음을 숨기고 그냥 지나치는 날들.
무라나카 리에의 "토끼가 된 날"은 그런 순간들 속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던 우리 마음 안의 작은 존재를 발견해냅니다. 이 책은 약함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피어나는 용기의 이야기를, 조용하지만 강하게 들려줍니다.

이 책을 펼친 순간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 한 문장이 독자의 가슴 속에 따뜻한 잔상을 남깁니다. 무라나카 리에 작가가 들려주는 "토끼가 된 날"은 조용하고 여린 마음을 가진 아이들의 작은 진동을 섬세하게 포착한 이야기입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데 서툰 아이들, 세상의 기대에 부딪혀 움츠러든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 곁에서 조용히 손을 내밀어주는 어른들—이 책은 그런 이들의 마음에 스며들어 조용히 말을 겁니다. ☁️“괜찮아. 너는 이미 잘하고 있어.”


각각의 이야기는 아이들의 현실적인 고민에서 시작합니다. 친구들 앞에서 말문이 막히는 리코, 연극 무대에 서는 게 두려운 나나, 할머니를 잃고 무너진 할아버지를 위로하고픈 아즈미, 선생님과 이별하는 것이 견디기 힘든 타쿠토. 이들은 어른들이 보기엔 작고 사소해 보일 수 있는 감정들에 휘청이지만, 작가는 그 흔들림의 깊이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들은 단순한 동화를 넘어, 존중받아야 할 감정의 기록으로 남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아이들이 조력자와의 ‘연결’을 통해 자신을 회복하고 세상에 조금씩 마음을 여는 장면들입니다. 리코는 “굳이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돼”라며 노트를 건네는 하마구치 선생님의 배려 속에서 진심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나나는 친구 고우키의 따뜻한 애드리브에 용기를 얻습니다. 아즈미는 할머니의 사랑을 기억하는 춤을 통해 할아버지의 상실을 감싸고, 타쿠토는 선생님의 너그러운 눈빛 속에서 실수를 깨닫고 성장합니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은 3편의 시입니다. 이야기와 함께 실린 시들은 감정을 이미지화하는 능력이 탁월해서, 꿈속을 걷는 듯한 잔잔한 울림을 줍니다. 또한, 시라토 아키코의 그림은 글 속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확장시킵니다. 꿈결 같은 색감과 섬세한 선은 마치 토끼의 부드러운 숨결처럼 이야기를 감쌉니다.

개인적으로는 '슬로우 댄스'가 가장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후 무너진 마음을 손녀의 시선으로 담백하게 그려낸 이 이야기는, 어린이 독자는 물론 어른 독자의 마음에도 잔잔한 울림을 줍니다. 사랑이 사라진 자리를 슬픔이 채우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함께한 몸짓이 채운다는 사실. 아즈미가 할머니의 스카프를 건네는 장면은 말없이 깊은 위로를 전해줍니다.


📌“오늘을 평온한 하루로 마무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토끼는 나름의 방식으로 잠을 청한다”

책 속 시들도 잔잔하지만 울림이 있습니다. '낮이 지나고, 밤이 지나고'에서 토끼가 잠들 수 있는 조건은 외적인 것이 아니라 ‘평온한 하루를 마무리했을 때’입니다. 이 문장은 이 책 전체의 메시지를 축약한 듯합니다. 결국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르거나 크고 눈부신 변화가 아니라, 자기만의 속도로 하루를 무사히 살아내는 것이라는 깨달음입니다.


무라나카 리에의 문장은 시와 같습니다. 짧지만 농도 깊은 표현들은 등장인물의 감정을 응축해 전합니다. 그림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시라토 아키코의 삽화는 독특한 색감과 몽환적인 분위기로, 이야기의 섬세한 감정을 그대로 담아냅니다. 그림만 바라보고 있어도 어느새 마음 한편이 고요해집니다.


책을 읽는 동안 자꾸만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누군가의 칭찬 한 마디, 혼자 울던 시간, 말을 꺼내고 싶지만 끝내 삼켰던 감정들. 그 모든 게 이 책의 아이들과 겹쳤고, 어느새 마음속 토끼도 조용히 고개를 들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리코였고, 나나였고, 아즈미였고, 타쿠토였습니다.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그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이들에게는 용기를, 어른에게는 위로를 전합니다.
아이는 “나처럼 느끼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위안을 받고,
어른은 “그때의 나를 안아주는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토끼가 된 날"은 누구도 다그치지 않고, 누구도 미워하지 않으며, 누구도 잊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름길이 아닌 나만의 걸음걸이”를 지지합니다. 작은 발걸음에도 진심을 담고, 나아가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이야기들. 그래서 이 책은 어느 순간엔 눈물 한 방울을, 어느 순간엔 기분 좋은 미소를, 어느 순간엔 오래 가는 여운을 남깁니다.

책장을 덮고 나서 문득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이 책은 세상 모든 ‘조용한 아이’들, ‘내성적인 어른’들, 그리고 ‘용기 내어 걷고 있는 토끼들’에게 전하는 하나의 ‘응원가’일지도 모르겠다고 말입니다.

아이와 함께 읽어도, 어른 혼자 읽어도 충분히 울림이 있는 책.
마음이 지친 하루 끝에 이 책을 펼쳐보는 것만으로도,
토끼처럼 조심스레 다시 세상과 마주할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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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 - 충돌하는 역사 속 진실을 찾아서
일란 파페 지음, 유강은 옮김 / 교유서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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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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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의 침묵은 이 책 속에서 말이 되고, 그 말은 다시 양심을 깨운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는 역사의 가장 어두운 골목을 함께 걷는 책이다. 조용하지만 흔들림 없이 쓰인 이 책은 ‘침묵’이라는 공범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 첫걸음이 되어줄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불편한 질문들을 직면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왜 팔레스타인의 고통에 둔감한가?
왜 그들의 폭력은 비난하면서, 그 원인을 묻지 않는가?
팔레스타인의 아이들이 “이스라엘이 떨어뜨린 폭탄을 통해 폭력의 언어를 배운”다는 말은, 이 분쟁의 본질을 간결하면서도 잔혹하게 드러냅니다.
우리는 이 아이들의 분노와 절망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까요.


이-팔 분쟁의 복잡하고 장기적인 역사를 입문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간결하고 명료하게 정리한 일란 파페의 최신작. 19세기 시온주의의 시작부터 2023년 하마스 사태, 그리고 현재진행형 나크바까지 팔레스타인인의 시선에서 참상의 맥락을 짚어냅니다. 국제 사회의 방관, 종교와 민족 너머의 정치적 탐욕, 종족 청소라는 단어조차 무뎌진 현대사의 뒷면을 뼈아프게 직시합니다.


일란 파페(Ilan Pappé)는 이스라엘 태생의 유대인 역사학자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신(新)역사학파’의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이스라엘의 종족 청소와 팔레스타인에 대한 역사 왜곡을 학문적 기반에서 비판해 왔습니다. 오랜 시간 영국 엑서터대학교에서 중동사를 가르치며, 시온주의의 민낯과 점령의 본질을 드러내는 연구를 지속해왔습니다. 그의 주요 저작으로는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The Ethnic Cleansing of Palestine)', '가자 연대기' 등이 있으며,
그는 이스라엘 내에서는 끊임없이 비판받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양심적인 학자로 인정받습니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중동 지역의 지정학, 시온주의 운동, 1·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국가들의 분할 통치 전략, 유엔 결의안 181호(팔레스타인 분할안),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나크바(Nakba, 대재앙)’, 인티파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대치 역사 등에 대한 개념이 필요합니다. 특히 ‘종족 청소’라는 단어가 역사적으로 구체적이고 반복된 실천이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파페는 역사 설명을 넘어,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싼 서방의 이중잣대와 국제사회의 무책임을 낱낱이 고발합니다. 그는 이스라엘이 정치적으로 기획된 종족 청소를 "국가 안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의 존재는 ‘통계적 피해자’로만 전락했다고 말합니다. 저자의 글에는 분노가 깃들어 있지만, 그것은 역사학자로서의 양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는 독자들에게 "당신이 어떤 위치에 서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외면하지 않았느냐"를 묻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 역시 가자 지구에서 말살 정책을 시행하는 구실로 활용했다.”


파페는 이스라엘 건국 서사에 갇혀 있던 주류 역사 기술에서 벗어나, 팔레스타인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다시 씁니다. 책은 19세기 말 시온주의자들의 이주부터 2023년 하마스의 ‘알-아크사 홍수 작전’과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까지 한 세기 넘는 갈등을 일관된 시각으로 관통하며, 팔레스타인의 ‘소리 없는 역사’를 되살려냅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양측의 충돌”이라는 말로 이 분쟁을 설명해온 기존의 언론 보도가 얼마나 빈약하고 편향되었는지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책의 핵심은 ‘종족 청소’라는 개념입니다. 1948년 나크바 이전부터 이미 계획되고 실행된 팔레스타인인의 축출과 박탈은, 단발적 사건이 아닌 체계적인 국가 전략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팔레스타인은 결코 사막이 아니었고,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유랑민이나 원시인이 아니었다”는 문장은 그간의 신화를 바로잡으며, 이들이 단지 사라져야 할 존재가 아니라 역사의 정당한 주체였음을 강조합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대의”를 놓지 않고 끊임없이 저항하지만, 이 저항은 언제나 더 큰 폭력과 억압으로 돌아옵니다. 1차·2차 인티파다, 가자 지구의 고립, 그리고 최근의 공습까지… 이 반복되는 비극 속에서 국제 사회는 일관되게 침묵하거나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옹호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 결과, 팔레스타인의 참상은 전 세계의 외면 속에 끊임없이 되풀이됩니다.


파페는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민주주의와 다원주의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유대인만을 위한 국가로 기능한다고 지적합니다. 📌“중동 유일의 민주주의 국가”라는 자부심 뒤에 숨은 인종적 우월주의와 식민주의적 폭력은, 이스라엘의 내러티브를 지배해왔습니다. 팔레스타인은 ‘자국을 말살하려는 아랍국가들에 둘러싸인 유대 민족국가’라는 신화 속에서 일방적 가해자가 되었고, 이스라엘은 피해자의 얼굴로 무기를 정당화해왔습니다.


책의 인상 깊은 점은 두 가지다.
1️⃣첫째, 팔레스타인 문제를 단지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 시점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19세기 후반부터 장기적인 맥락으로 바라본다는 점입니다. 시온주의의 이주와 영국의 이중 외교, 종족 청소의 서막이 20세기 초부터 구조적으로 준비되었음을 상세히 보여줍니다. 이 관점은 '이해할 수 없는 종교 갈등'이라는 피상적인 시선을 넘어서게 만들며, 우리가 얼마나 단순화된 정보 속에 갇혀 있었는지를 깨닫게 합니다.

2️⃣둘째, 파페는 분쟁을 분석할 때 ‘누가 더 폭력적인가’ 혹은 ‘양비론’으로 흐르기 쉬운 틀을 거부하고, 국제 정치와 제국주의, 인종주의의 맥락에서 이스라엘의 정책을 구조적으로 조명합니다. 이는 매우 용기 있는 관점입니다. “팔레스타인은 결코 사막이 아니었고,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유랑민이나 원시인이 아니었다”는 선언은 역사적 사실을 넘어서, 그동안 서구 세계가 필연적으로 외면하거나 지워버린 목소리를 되살리는 일입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이른바 ‘나크바’(대재앙)의 서술입니다.
1948년 분할 결의안 이후 벌어진 대규모 팔레스타인인의 축출과 마을 파괴는
단지 ‘유대 국가의 방어적 조치’가 아니라 ‘조직적 종족 청소’였으며,
그것이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 나크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저자의 지적은
독자로 하여금 무거운 침묵에 잠기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침묵은, 단지 이스라엘의 침묵이 아니라, 국제 사회와 독자인 ‘나의 침묵’이기도 합니다.

한편 파페는 서구 국가들이 유대인 문제를 ‘자기 땅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해결하려는’ 시도, 즉 홀로코스트의 책임을 전가하면서 팔레스타인인의 고통에는 무감각했던 점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이는 21세기에도 여전히 반복되는 제국주의적 태도이며, ‘인권’이란 말이 얼마나 선택적이고 위선적일 수 있는지를 드러냅니다. 예를 들어 유엔의 침묵이나 미국, 영국의 외교적 편향성은 단순한 정치적 중립이 아니라 ‘묵인된 폭력’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또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급습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보복, 수만 명의 민간인 사망을 둘러싼 전쟁 상황을 다루며 한 가지 중요한 통찰을 던집니다.
그는 “하마스 투사들은 대부분 이스라엘이 떨어뜨린 폭탄을 통해 폭력의 언어를 배운 젊은이들”이라고 말합니다. 이 문장은 도발적이지만, 전쟁이 무기의 충돌만이 아니라, 역사적 억압과 상처가 물리력으로 분출된 결과라는 사실을 통렬하게 보여줍니다.


파페의 글은 때로는 분노에 가득 차 있고, 때로는 가슴이 미어질 만큼 슬픕니다. 하지만 이 감정은 단지 선동이나 감정적 호소가 아니라, 충분히 축적된 역사적 증거와 논리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중립'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무책임할 수 있는지를 다시 깨달았습니다. 때로는 “중립을 가장한 외면”이 가장 잔인한 선택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는 분쟁의 원인을 명료하게 알고 싶은 독자뿐 아니라, 우리가 어떤 세계에 살고 있으며, 어떤 세계를 지향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꼭 필요한 책입니다. 분쟁의 지식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남기고 행동을 촉구하는 책입니다. 읽고 난 후, 우리는 더 이상 "모른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읽는 내내, 이 책은 윤리적 사유의 장이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외면하며, 어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를 묻는 일종의 도덕적 시험지 같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실향, 구금, 포위, 폭격, 그리고 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끈질기게 짓밟아온 수많은 과정들을 읽으며, 한 사람의 독자로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해, 또는 더 넓게는 제국주의적 역사와 식민주의, 인권과 국제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모든 이에게, 이 책은 묵직하고도 절실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입니다. 짧지만 가장 길고, 무거운 책 중 하나였습니다. 절대 외면할 수 없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입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떠오른 것은 평화에 대한 비전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전의 무지로 돌아갈 수 없는 감각’이었습니다.
🗞그 어떤 뉴스보다, 어떤 보도보다 깊고 뼈아프게 남는 기록이었고,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하나의 윤리적 실천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세상의 침묵을 뚫고, 억압당한 자들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에 함께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아픔을 아는 이들은 절대 다시 그 아픔을 외면하지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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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 최신 개정판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 휴머니스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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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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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이 총보다 강할 수 있음을 증명한 가장 고통스럽고도 정직한 기록.”

"팔레스타인"은 우리 모두가 외면해온 뉴스 뒷면의 얼굴들을, 그림으로 일으켜 세운 증언입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연대’의 시작입니다.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은 1991년 작가가 팔레스타인 웨스트뱅크와 가자지구를 직접 취재하며 기록한 논픽션 그래픽노블입니다. 점령과 억압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실상을 세계에 알립니다. 뉴스가 전하지 못한 진실, 통계가 놓치는 인간의 얼굴을 만화 저널리즘 형식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분쟁의 현실을 직시하게 합니다.


조 사코(Joe Sacco)는 몰타 태생의 미국 만화가이자 저널리스트로, ‘만화 저널리즘’이라는 독보적인 장르를 개척한 인물입니다. 저널리즘을 전공한 그는 글보다 그림이 독자의 감정을 직접 자극할 수 있다는 신념 아래, 전쟁과 인권 문제를 만화라는 수단으로 정면 돌파합니다. "팔레스타인"은 그의 데뷔작으로 이후 '고르지아 전쟁', '사브라와 샤틸라' 등 여러 분쟁 지역을 다룬 작품들을 발표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습니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그를 “우리 시대의 가장 정직한 증언자”라 평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은 제국주의, 냉전, 종교, 민족주의, 지정학이 얽힌 20세기 최대의 국제 분쟁 중 하나로, 그 뿌리는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과 함께 시작된 팔레스타인 대규모 난민 사태에 있습니다. 이후 이어진 6일 전쟁,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대봉기), 가자지구 점령, 유대인 정착촌 확대 등은 지금까지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대서사에서 소외된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역사의 이면을 들추어냅니다.


"팔레스타인"은 ‘증오’의 감정에 포획되지 않으면서도 점령당한 자들의 삶을 담담히 보여주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도덕적 감정을 일깨웁니다. 조 사코는 현지에서 실제로 살아보고, 대화하며, 이동하고, 검문을 당하고, 심지어 곤혹을 치르는 과정을 만화로 남깁니다. 그는 “나는 관찰자지만, 그 관찰은 내 몸을 통과한 것이다”라고 말하듯, 자신을 중립적인 시선이 아닌 ‘육체의 통과자’로 설정하며, 독자를 ‘보는 자’에서 ‘느끼는 자’로 끌어들입니다.

📌“이 시점에 《팔레스타인》의 개정판을 내는 일은 그다지 축하할 만하지 않다.… 하지만 한편으로, 일반적인 구도에서는 슬플 만큼 적절하기도 하다.”

조 사코는 “총 대신 펜으로, 증오 대신 공감으로” 팔레스타인 점령하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강렬하면서도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냅니다. 30여 년 전의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그 현실이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은 이 책의 메시지를 더욱 비극적이고 절실하게 만듭니다.

그래픽노블이라는 형식은 이 주제와 기막히게 잘 맞아떨어집니다. 현실의 폭력과 비극, 인간의 고통과 존엄을 단지 활자나 숫자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과 표정, 몸짓과 공간으로 생생하게 드러냅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이름 없는 사람들입니다. 도서관 사서, 어린아이, 외판원, 사제, 학생. 이 책은 이들에게 번호가 아닌 이야기를 부여하고, 피로 물든 통계가 아닌 삶의 감각을 전달합니다. 이 점에서 "팔레스타인"은 강력한 인권 서사이며, 저널리즘의 윤리를 되묻는 작품입니다.

📌“도서관 사서, 열네 명의 아이를 둔 아버지, 장애인 재활센터 직원 등이 그런 살인과 얼마나 어울릴까? 하지만 누구든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 이 문장은 ‘집단적 낙인’이 얼마나 폭력적이며 무고한 사람을 짓밟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책을 펼친 순간, 독자는 먼 타국의 이야기 속으로 던져집니다. 분쟁이나 정치 이슈로 치부되기 쉬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서 숨 쉬고 살아가는 개개인의 고통, 절망, 그리고 삶의 단단한 결기를 마주하게 되는 것입니다.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점은 이 책이 보여주는 '기록의 힘'입니다. 저널리스트이자 만화가인 조 사코는 1991년 직접 팔레스타인 지역을 방문해 수 개월간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병원에서 총알에 맞은 아이들을 만나는 장면, 불시 검문으로 인해 통행이 막히고 일상이 파괴되는 모습, 검거도 없이 구금된 채 고문당하는 사람들… 그 어느 장면 하나도 허구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유는 조 사코가 구술, 취재, 체험, 시각 기록이라는 네 가지 층위를 모두 겸비한 드문 기록자이기 때문입니다.

📌“이 소년은 오늘 아침 실려 왔다. 집에 있는데… 총알이 벽을 뚫고 들어왔다고 한다.”
→ 이 장면은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사망자 수’라는 숫자 뒤에 어떤 개인의 삶이 있었는지를 낱낱이 보여줍니다.


책을 통해 저는 제 안에 은근히 자리한 ‘편향된 시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슬람과 테러, 서구와 문명이라는 이분법적인 이미지가 얼마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졌는지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사코의 기록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종교적 과격주의자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자신의 땅, 가족, 일상을 빼앗긴 채 억압 속에서 생존하고자 몸부림치는 이들입니다. 그들이 끊임없이 언급하는 ‘1948년’이라는 해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을 옥죄는 ‘현재의 뿌리’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나는 과연 무엇을 알고 있었나?”
중동, 이슬람, 팔레스타인에 대해 떠올리는 이미지 대부분은 서구 미디어가 만들어 놓은 선입견이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종교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땅을 빼앗기고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우리가 외면했던 ‘구체적 고통’의 기록.


개인적으로 가장 울림이 컸던 장면은 ‘빗속에 선 소년’의 이야기였습니다. 비를 피한 채 처마 밑에 선 이스라엘 군인들과 달리, 어린 소년은 비를 맞으며 심문을 당합니다. 이 짧은 장면 하나만으로도, 누구의 권력과 폭력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지를 압도적인 감정으로 전달합니다. 작가는 “언젠가는…”이라는 소년의 희망 어린 눈빛으로 장면을 마무리짓지만, 독자는 그 ‘언젠가’가 오기를 차마 확신하지 못한 채 책장을 덮게 됩니다.


"팔레스타인"은 뉴스에서 보여주지 않는 것을 보여주고, 우리가 들은 적 없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합니다. 이 책은 비극의 역사뿐만 아니라, 비극을 지속시키는 무관심과 왜곡에 대한 고발이기도 합니다. 그간의 언론 보도와 외교적 수사를 통해 접했던 '문제'가, 이 책을 통해 '사람'으로 전환됩니다. 숫자가 아닌 얼굴, 통계가 아닌 삶의 무게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그 일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라고 말하며
분쟁과 비극을 외면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묻습니다.
“멀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정당한가?”라고.
그 물음 앞에서 잠시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리고 그 침묵은 분노와 슬픔, 그리고 연대로 이어졌습니다.


"팔레스타인"은 중동 문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뿐 아니라, 정의와 인간의 존엄에 대해 생각하는 모든 이가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뉴스보다 생생하고, 소설보다 강렬하며, 현실보다 슬픈 이 기록은 '보는 것, 듣는 것, 그리고 함께 아파하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은 후, 더 이상 팔레스타인에 대해 무관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이 강력한 이유는 충격적인 사실 때문만이 아닙니다. 저자 사코는 자신의 시선이 결코 중립적이지 않음을 분명히 합니다. 그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를 제거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보도 자료가 아닌 연대의 서사로 읽힙니다. 점령, 검문소, 폭격, 장례식—그 잔혹한 일상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 무너진 일상 속에서도 농담을 나누며 하루를 버티는 인간들의 ‘사람다움’을 정직하게 그려냅니다.


"팔레스타인"은 독자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알고 있습니까?
그리고 당신은 그것을 기억할 준비가 되었습니까?”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단순하게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은 한 번 덮으면 끝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고통이 ‘현재진행형’인 이상, 독자의 몫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총성이 멎지 않은 그 땅, 언론조차 외면하는 소리 없는 죽음들—
우리는 이제 그 얼굴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무지라는 이름의 방패 뒤에 숨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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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 문학이 되어버린 삶
뤼디거 자프란스키 지음, 편영수 옮김 / 사람in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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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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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디거 자프란스키의 "프란츠 카프카"는 카프카 사망 100주기를 기념하여 출간된 깊이 있는 평전으로, 작가의 삶과 그의 문학이 어떻게 하나의 존재로 융합되었는지를 조망합니다.

작가는 편지, 일기, 메모, 미완의 작품들을 엮어 카프카의 불안, 고통, 사랑, 그리고 실존적 투쟁을 입체적으로 조명합니다. 이 책은 카프카라는 인간과 문학의 경계에서 길을 찾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아리아드네의 실’이 되어줍니다.

📚이 책은 '카프카'라는 미궁의 출구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길을 잃을 용기를 줍니다.

그 용기가 바로, 우리가 문학을 읽는 이유 아닐까요.


뤼디거 자프란스키는 독일의 대표적 철학자이자 전기 작가로, 괴테, 하이데거, 니체, 쇼펜하우어 등 사상가들의 삶과 사상을 통합적으로 조망해온 작가입니다. 그의 글은 문학과 철학, 예술과 실존을 넘나드는 통찰로 가득하며, 인물의 내면을 시대와 연결해 재조명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이번 "프란츠 카프카" 평전에서도 그는 카프카의 삶과 문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단순한 연대기가 아닌 ‘실존 탐험서’로 승화시켰습니다.


카프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학적 배경뿐만 아니라,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 프라하라는 다중언어·다문화적 환경, 그리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그의 작품이 지닌 상징성과 부조리함은 현대문학의 핵심 개념인 실존주의, 초현실주의, 구조주의 등의 사상과 깊이 연결됩니다. 법학을 전공했지만 문학에 전적으로 몰입한 카프카는, 이율배반적 삶에서 비롯된 혼돈과 불안을 끊임없이 문장으로 치환해 나갔습니다.


이 평전의 가장 핵심적인 목적은 카프카를 신화나 관념이 아닌 "한 인간"으로 되살리는 데 있습니다. 저자는 📌“글쓰기 자체가 곧 실존이었던 사람”을 추적하며, 위대한 작가의 삶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그는 글을 써야만 했고, 왜 글쓰기가 그에게 고통과 구원이 되었는지를 탐구했습니다.


책의 첫 문장은 이 평전의 핵심을 단숨에 요약합니다.

📌“나는 문학에 관심이 없지만 문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는 문학 이외 다른 것이 아니고 다른 것이 될 수 없다.”

이 문장은 반어적이고 역설적인 동시에 카프카적인 슬픔과 진실이 응축된 선언입니다. 그는 문학을 사랑하거나 추구한 것이 아니라, 문학으로만 존재할 수 있었던 인간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글쓰기는 예술적 탐구나 직업이 아니라, “존재의 근거” 그 자체였습니다. 이 점에서 자프란스키는 단순히 카프카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서술하지 않습니다. 그는 독자가 카프카라는 인간 안에서 ‘글쓰기’가 어떤 위치였는지를 실감나게 체험하도록 유도합니다.


자프란스키는 카프카의 삶과 내면을 구성한 주요한 축들을 하나씩 조명합니다. 그의 불행했던 가족관계, 특히 아버지의 그림자 아래에서 겪은 자기 부정과 분열은 “글쓰기를 통해 존재의 근거를 찾아가려는 투쟁”으로 이어집니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것은, 그 투쟁이 단지 고통으로만 남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광기의 시간에 호되게 얻어맞은 후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 글쓰기는 미친 사람에게 그의 광기처럼...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네.”

이 고백은 카프카에게 있어 글쓰기가 현실 도피가 아닌, 오히려 현실 그 자체였음을 보여줍니다. 그는 자신의 육체와 정신이 망가지는 중에도 글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것이 곧 자신의 정체성이었음을 시종일관 천명합니다.


이 책은 단지 카프카의 대표작들—'변신', '소송', '성'—을 분석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것들이 어떻게 그의 생과 연결되는지를 하나하나 실타래처럼 풀어냅니다. 예컨대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가 겪는 소외와 고립은, 실제 카프카가 가족과 사회 속에서 느낀 감정과 맞닿아 있습니다.

📌“죽어 가는 그레고르가 화해했을까? 그의 가족과?... 마지막 가족 구성은 생존자들의 치명적인 승리로 실현되어야 했다.”

이와 같은 해석은 독자로 하여금 ‘문학 속 카프카’와 ‘삶 속 카프카’를 하나의 연속선상에서 이해하도록 만듭니다. 책이 강조하듯, 그의 글은 단지 허구가 아니라 그의 삶이었고, 삶은 곧 글이었으며, 그 안에서 “무한한 상상과 무한한 고통”이 함께 움직입니다.


역자가 이 책을 “카프카의 미궁을 빠져나갈 아리아드네의 실”이라 평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 평전은 카프카라는 복잡한 존재를 단순화하지 않으면서도, 그의 생과 문학을 탐색할 수 있는 명료한 안내서이자 해설서 역할을 합니다.

특히 각 장의 구성과 주요 사건, 인용의 배열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독자의 몰입을 돕습니다. 카프카가 베를린의 공원에서 인형을 잃어 울던 소녀에게 쓴 편지 일화는 그의 문학이 얼마나 진실하고 따뜻했는지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그 거짓말은 허구의 진실에 의해 진실로 바뀌어야 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괴기와 불안의 아이콘으로 알려진 카프카가,
사실은 누구보다도 삶과 타인에게 따뜻한 감수성을 지녔던 사람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카프카의 삶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미궁’이지만, 자프란스키의 이 평전은 그 미궁 속을 천천히 걸어 나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아직 얼음을 깨지 못했을지언정, 그 얼음 위에 생긴 잔잔한 균열은 분명 무언가를 바꾸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책 말미에 소개되는 인형 이야기, 카프카가 공원에서 인형을 잃고 우는 아이를 위로하기 위해 날마다 편지를 써주었던 에피소드는, 이 비극적인 작가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보게 합니다. 그는 삶의 허구를 ‘진짜 이야기’로 바꾸는 데 진심이었습니다. 아무리 허구라도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면, 그건 더 이상 거짓이 아니라는 그의 태도는 문학의 본질을 되묻게 합니다.

그리하여 이 책은 한 작가를 이해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왜 우리는 글을 쓰는가?’, ‘삶과 문학은 얼마나 맞닿아 있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집니다. 자프란스키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친절하게 제시하기보다, 독자가 스스로 실을 쥐고 미궁을 걷도록 유도합니다.
그 실이 바로 ‘아리아드네의 실’이었습니다.


"프란츠 카프카"는 한 인간의 실존에 대한 정직하고 뜨거운 탐구입니다.
문학을, 글쓰기를, 인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 번은 읽어야 할 책입니다.

"프란츠 카프카"는 결국 미궁 속 카프카를 따라가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책장을 덮으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미궁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두렵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이 실을 쥐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카프카는 우리를 흔들고, 깨어 있게 만들었습니다.

📖 카프카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그를 읽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를 닮기 위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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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200쇄 기념 스페셜 에디션)
이민규 지음 / 더난출판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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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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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끌림은 작은 진심에서 시작된다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든다는 말이 실감 나는 책.
끌림은 ‘운’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라는 사실을 이 책이 가르쳐줍니다.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건 지능, 외모, 화려한 말솜씨가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일관성 있는 행동입니다. 호감을 사는 능력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메시지는 희망적입니다.
이민규 작가는 그 가능성을 ‘작은 습관의 변화’에서 찾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구나 읽을 수 있고, 누구에게나 유효합니다.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는 인간관계에서 '호감'과 '끌림'이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는지를 설명하는 심리 교양서입니다. 저자 이민규는 누구나 일상에서 겪는 관계의 어려움을 작지만 실질적인 행동 변화로 풀어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공감 가능한 사례와 현실적인 조언을 담아내며, 독자가 스스로 관계를 돌아보고 개선하도록 돕습니다.


이민규 교수는 임상심리학과 상담심리학을 전공한 심리학 박사로, 인간 행동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실용적인 처방을 제공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심리학계에서 ‘심리학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으며, '성격 사용 설명서', '굿바이, 게으름' 등 자기계발서와 심리학 기반의 도서를 다수 출간했습니다. 그의 저작은 독자의 ‘자기 인식’을 자극하며 삶의 방향을 전환할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이 책을 읽기 위해 특별한 학문적 배경지식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책은 우리 모두가 살아가며 겪는 ‘관계’라는 일상 속 감정, 경험, 갈등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사회심리학, 인간행동론, 대인관계 이론에 관심이 있다면 내용이 더욱 풍성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건 독자가 얼마나 ‘관계에 대해 돌아보고 싶은가’ 하는 마음의 준비입니다.


이 책은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성찰하게끔 만듭니다. 특히 저자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창한 작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우리의 일상 속 작고 사소한 말투, 표정, 행동이 관계의 질을 결정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 변화의 시작은 타인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합니다.

어떤 사람은 특별한 재능이나 눈에 띄는 외모가 없어도 유독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을 지닙니다. 첫 만남에서부터 호감이 가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하며, 나도 모르게 먼저 연락하고 싶어집니다.

이민규 저자의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는 바로 그 '끌림의 비밀'을 아주 사려 깊고 실용적으로 풀어낸 책입니다. 2005년 출간 이후 수많은 독자들에게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이 책이 200쇄를 맞이하며 재출간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내용의 실효성과 감동은 이미 입증되었습니다.


이 책은 ‘왜 어떤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끌리고, 어떤 사람과는 만나기만 해도 피곤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감정의 흐름과 관계의 역학을 심리학적 분석과 일상 사례를 통해 정밀하게 풀어냅니다. 그 출발점이 ‘1%의 차이’라는 데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있습니다. 바로 그 사소한 행동, 단어 하나, 표정 하나가 인간관계를 결정짓는 열쇠가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어떤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끌리고, 또 어떤 사람은 이유 없이 피하게 됩니다. 이 책은 그런 ‘끌림’이 단순한 이미지나 화려한 자기PR 때문이 아니라, 아주 작은 행동이나 태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신은 너의 내면을 보지만, 사람들은 너의 겉모습을 먼저 본다’는 말처럼, 책은 우리가 외면했던 ‘작은 차이’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한편 저자는 ‘사람들과 잘 지내려면 먼저 나 자신과 친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합니다. 자기애가 결여된 사람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형성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랑받기를 원한다면 먼저 자기를 사랑해야 한다’는 조언은 단순하지만 강력합니다.


이 책이 특히 빛나는 지점은, 인간관계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화려한 이벤트나 말솜씨가 아니라 ‘일상 속의 친절’이라는 진리를 반복적으로 상기시킨다는 점입니다. 아침에 배우자의 손을 잡는 일, 아이의 실내화를 대신 빨아주는 일, 부하직원의 자녀 생일을 기억하는 일. 모두 작고 사소하지만, 그것이 관계의 온도를 바꾸는 열쇠임을 책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조언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고, 어렵지 않지만 우리가 자주 놓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특히 인간관계에 있어 '퍼주고 망한 장사 없다'는 말은 이해득실을 따지는 관계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는 ⁉️‘어떻게 해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외부 요인이 아닌, 자신의 내면과 태도에서 찾습니다.
‘그 자리에 항상 자기 자신이 있다’는 말처럼, 갈등의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는 태도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특히 관계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타인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먼저 바꾸는 것이 출발점이라는 조언은, 이 책이 자기계발서로서의 깊이를 갖추게 만듭니다.

또한 이 책은 ‘Stop & Think’라는 섹션을 통해 독자 스스로 성찰의 시간을 갖도록 유도합니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내가 관계에서 반복하는 실수는 무엇인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끊임없이 자문하게 됩니다. 이는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입니다.


책에서 묻는 질문 — ⁉️"사람들이 과장을 해서라도 자기PR을 하려고 하고, 대신 결점을 감추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는 우리 시대의 인간관계를 압축합니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그 욕구가 진정성보다 앞설 때 오히려 사람들은 등을 돌립니다. 끌리는 사람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허용과 유연함, 배려를 겸비한 사람임을 이 책은 반복적으로 상기시킵니다.


책은 말합니다. 인간관계의 핵심은 큰 이벤트가 아니라 평소의 ‘작은 행동’입니다. 말투를 바꾸고,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인사를 한 번 더 하고, 사과를 먼저 하는 것. 이런 사소한 변화들이 관계를 바꾸고, 나를 바꿉니다. 인간관계로 인해 지치고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진 오늘, 이 책은 “먼저 나를 돌아보자”는 평범하지만 강력한 조언으로 돌아옵니다.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자, ‘어떻게 나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길잡이입니다. 누구나 겪는 일상적인 사례들을 통해 독자에게 말합니다.
좋은 관계는 태도에서 비롯되며, 끌리는 사람이 되는 것은 노력의 영역이라는 것을.

모든 관계의 시작에는 ‘작은 차이’가 있고, 그 차이가 바로 나의 삶을 바꿉니다.
인간관계가 부담스럽거나 피로한 이들, 스스로가 반복적으로 관계에 실패한다고 느끼는 사람들, 혹은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면, 이 책은 그 출발점이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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