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 - 충돌하는 역사 속 진실을 찾아서
일란 파페 지음, 유강은 옮김 / 교유서가 / 2025년 7월
평점 :
#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_
📚“팔레스타인의 침묵은 이 책 속에서 말이 되고, 그 말은 다시 양심을 깨운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는 역사의 가장 어두운 골목을 함께 걷는 책이다. 조용하지만 흔들림 없이 쓰인 이 책은 ‘침묵’이라는 공범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 첫걸음이 되어줄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불편한 질문들을 직면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왜 팔레스타인의 고통에 둔감한가?
왜 그들의 폭력은 비난하면서, 그 원인을 묻지 않는가?
팔레스타인의 아이들이 “이스라엘이 떨어뜨린 폭탄을 통해 폭력의 언어를 배운”다는 말은, 이 분쟁의 본질을 간결하면서도 잔혹하게 드러냅니다.
우리는 이 아이들의 분노와 절망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까요.
이-팔 분쟁의 복잡하고 장기적인 역사를 입문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간결하고 명료하게 정리한 일란 파페의 최신작. 19세기 시온주의의 시작부터 2023년 하마스 사태, 그리고 현재진행형 나크바까지 팔레스타인인의 시선에서 참상의 맥락을 짚어냅니다. 국제 사회의 방관, 종교와 민족 너머의 정치적 탐욕, 종족 청소라는 단어조차 무뎌진 현대사의 뒷면을 뼈아프게 직시합니다.
일란 파페(Ilan Pappé)는 이스라엘 태생의 유대인 역사학자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신(新)역사학파’의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이스라엘의 종족 청소와 팔레스타인에 대한 역사 왜곡을 학문적 기반에서 비판해 왔습니다. 오랜 시간 영국 엑서터대학교에서 중동사를 가르치며, 시온주의의 민낯과 점령의 본질을 드러내는 연구를 지속해왔습니다. 그의 주요 저작으로는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The Ethnic Cleansing of Palestine)', '가자 연대기' 등이 있으며,
그는 이스라엘 내에서는 끊임없이 비판받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양심적인 학자로 인정받습니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중동 지역의 지정학, 시온주의 운동, 1·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국가들의 분할 통치 전략, 유엔 결의안 181호(팔레스타인 분할안),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나크바(Nakba, 대재앙)’, 인티파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대치 역사 등에 대한 개념이 필요합니다. 특히 ‘종족 청소’라는 단어가 역사적으로 구체적이고 반복된 실천이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파페는 역사 설명을 넘어,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싼 서방의 이중잣대와 국제사회의 무책임을 낱낱이 고발합니다. 그는 이스라엘이 정치적으로 기획된 종족 청소를 "국가 안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의 존재는 ‘통계적 피해자’로만 전락했다고 말합니다. 저자의 글에는 분노가 깃들어 있지만, 그것은 역사학자로서의 양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는 독자들에게 "당신이 어떤 위치에 서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외면하지 않았느냐"를 묻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 역시 가자 지구에서 말살 정책을 시행하는 구실로 활용했다.”
파페는 이스라엘 건국 서사에 갇혀 있던 주류 역사 기술에서 벗어나, 팔레스타인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다시 씁니다. 책은 19세기 말 시온주의자들의 이주부터 2023년 하마스의 ‘알-아크사 홍수 작전’과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까지 한 세기 넘는 갈등을 일관된 시각으로 관통하며, 팔레스타인의 ‘소리 없는 역사’를 되살려냅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양측의 충돌”이라는 말로 이 분쟁을 설명해온 기존의 언론 보도가 얼마나 빈약하고 편향되었는지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책의 핵심은 ‘종족 청소’라는 개념입니다. 1948년 나크바 이전부터 이미 계획되고 실행된 팔레스타인인의 축출과 박탈은, 단발적 사건이 아닌 체계적인 국가 전략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팔레스타인은 결코 사막이 아니었고,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유랑민이나 원시인이 아니었다”는 문장은 그간의 신화를 바로잡으며, 이들이 단지 사라져야 할 존재가 아니라 역사의 정당한 주체였음을 강조합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대의”를 놓지 않고 끊임없이 저항하지만, 이 저항은 언제나 더 큰 폭력과 억압으로 돌아옵니다. 1차·2차 인티파다, 가자 지구의 고립, 그리고 최근의 공습까지… 이 반복되는 비극 속에서 국제 사회는 일관되게 침묵하거나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옹호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 결과, 팔레스타인의 참상은 전 세계의 외면 속에 끊임없이 되풀이됩니다.
파페는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민주주의와 다원주의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유대인만을 위한 국가로 기능한다고 지적합니다. 📌“중동 유일의 민주주의 국가”라는 자부심 뒤에 숨은 인종적 우월주의와 식민주의적 폭력은, 이스라엘의 내러티브를 지배해왔습니다. 팔레스타인은 ‘자국을 말살하려는 아랍국가들에 둘러싸인 유대 민족국가’라는 신화 속에서 일방적 가해자가 되었고, 이스라엘은 피해자의 얼굴로 무기를 정당화해왔습니다.
책의 인상 깊은 점은 두 가지다.
1️⃣첫째, 팔레스타인 문제를 단지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 시점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19세기 후반부터 장기적인 맥락으로 바라본다는 점입니다. 시온주의의 이주와 영국의 이중 외교, 종족 청소의 서막이 20세기 초부터 구조적으로 준비되었음을 상세히 보여줍니다. 이 관점은 '이해할 수 없는 종교 갈등'이라는 피상적인 시선을 넘어서게 만들며, 우리가 얼마나 단순화된 정보 속에 갇혀 있었는지를 깨닫게 합니다.
2️⃣둘째, 파페는 분쟁을 분석할 때 ‘누가 더 폭력적인가’ 혹은 ‘양비론’으로 흐르기 쉬운 틀을 거부하고, 국제 정치와 제국주의, 인종주의의 맥락에서 이스라엘의 정책을 구조적으로 조명합니다. 이는 매우 용기 있는 관점입니다. “팔레스타인은 결코 사막이 아니었고,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유랑민이나 원시인이 아니었다”는 선언은 역사적 사실을 넘어서, 그동안 서구 세계가 필연적으로 외면하거나 지워버린 목소리를 되살리는 일입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이른바 ‘나크바’(대재앙)의 서술입니다.
1948년 분할 결의안 이후 벌어진 대규모 팔레스타인인의 축출과 마을 파괴는
단지 ‘유대 국가의 방어적 조치’가 아니라 ‘조직적 종족 청소’였으며,
그것이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 나크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저자의 지적은
독자로 하여금 무거운 침묵에 잠기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침묵은, 단지 이스라엘의 침묵이 아니라, 국제 사회와 독자인 ‘나의 침묵’이기도 합니다.
한편 파페는 서구 국가들이 유대인 문제를 ‘자기 땅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해결하려는’ 시도, 즉 홀로코스트의 책임을 전가하면서 팔레스타인인의 고통에는 무감각했던 점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이는 21세기에도 여전히 반복되는 제국주의적 태도이며, ‘인권’이란 말이 얼마나 선택적이고 위선적일 수 있는지를 드러냅니다. 예를 들어 유엔의 침묵이나 미국, 영국의 외교적 편향성은 단순한 정치적 중립이 아니라 ‘묵인된 폭력’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또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급습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보복, 수만 명의 민간인 사망을 둘러싼 전쟁 상황을 다루며 한 가지 중요한 통찰을 던집니다.
그는 “하마스 투사들은 대부분 이스라엘이 떨어뜨린 폭탄을 통해 폭력의 언어를 배운 젊은이들”이라고 말합니다. 이 문장은 도발적이지만, 전쟁이 무기의 충돌만이 아니라, 역사적 억압과 상처가 물리력으로 분출된 결과라는 사실을 통렬하게 보여줍니다.
파페의 글은 때로는 분노에 가득 차 있고, 때로는 가슴이 미어질 만큼 슬픕니다. 하지만 이 감정은 단지 선동이나 감정적 호소가 아니라, 충분히 축적된 역사적 증거와 논리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중립'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무책임할 수 있는지를 다시 깨달았습니다. 때로는 “중립을 가장한 외면”이 가장 잔인한 선택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는 분쟁의 원인을 명료하게 알고 싶은 독자뿐 아니라, 우리가 어떤 세계에 살고 있으며, 어떤 세계를 지향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꼭 필요한 책입니다. 분쟁의 지식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남기고 행동을 촉구하는 책입니다. 읽고 난 후, 우리는 더 이상 "모른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읽는 내내, 이 책은 윤리적 사유의 장이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외면하며, 어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를 묻는 일종의 도덕적 시험지 같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실향, 구금, 포위, 폭격, 그리고 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끈질기게 짓밟아온 수많은 과정들을 읽으며, 한 사람의 독자로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해, 또는 더 넓게는 제국주의적 역사와 식민주의, 인권과 국제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모든 이에게, 이 책은 묵직하고도 절실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입니다. 짧지만 가장 길고, 무거운 책 중 하나였습니다. 절대 외면할 수 없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입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떠오른 것은 평화에 대한 비전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전의 무지로 돌아갈 수 없는 감각’이었습니다.
🗞그 어떤 뉴스보다, 어떤 보도보다 깊고 뼈아프게 남는 기록이었고,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하나의 윤리적 실천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세상의 침묵을 뚫고, 억압당한 자들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에 함께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아픔을 아는 이들은 절대 다시 그 아픔을 외면하지 않을 테니까요.
_
#이스라엘팔레스타인분쟁의아주짧은역사
#일란파페 #교유서가
#역사 #전쟁 #세계 #이슈 #뉴스 #신문
#독서 #독서습관 #책소개 #도서추천
#책추천 #추천도서 #책리뷰 #북리뷰
#도서리뷰 #도서 #신간도서 #신간
#서평 #도서서평 #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