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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 문학이 되어버린 삶
뤼디거 자프란스키 지음, 편영수 옮김 / 사람in / 2025년 6월
평점 :
#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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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디거 자프란스키의 "프란츠 카프카"는 카프카 사망 100주기를 기념하여 출간된 깊이 있는 평전으로, 작가의 삶과 그의 문학이 어떻게 하나의 존재로 융합되었는지를 조망합니다.
작가는 편지, 일기, 메모, 미완의 작품들을 엮어 카프카의 불안, 고통, 사랑, 그리고 실존적 투쟁을 입체적으로 조명합니다. 이 책은 카프카라는 인간과 문학의 경계에서 길을 찾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아리아드네의 실’이 되어줍니다.
📚이 책은 '카프카'라는 미궁의 출구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길을 잃을 용기를 줍니다.
그 용기가 바로, 우리가 문학을 읽는 이유 아닐까요.
뤼디거 자프란스키는 독일의 대표적 철학자이자 전기 작가로, 괴테, 하이데거, 니체, 쇼펜하우어 등 사상가들의 삶과 사상을 통합적으로 조망해온 작가입니다. 그의 글은 문학과 철학, 예술과 실존을 넘나드는 통찰로 가득하며, 인물의 내면을 시대와 연결해 재조명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이번 "프란츠 카프카" 평전에서도 그는 카프카의 삶과 문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단순한 연대기가 아닌 ‘실존 탐험서’로 승화시켰습니다.
카프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학적 배경뿐만 아니라,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 프라하라는 다중언어·다문화적 환경, 그리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그의 작품이 지닌 상징성과 부조리함은 현대문학의 핵심 개념인 실존주의, 초현실주의, 구조주의 등의 사상과 깊이 연결됩니다. 법학을 전공했지만 문학에 전적으로 몰입한 카프카는, 이율배반적 삶에서 비롯된 혼돈과 불안을 끊임없이 문장으로 치환해 나갔습니다.
이 평전의 가장 핵심적인 목적은 카프카를 신화나 관념이 아닌 "한 인간"으로 되살리는 데 있습니다. 저자는 📌“글쓰기 자체가 곧 실존이었던 사람”을 추적하며, 위대한 작가의 삶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그는 글을 써야만 했고, 왜 글쓰기가 그에게 고통과 구원이 되었는지를 탐구했습니다.
책의 첫 문장은 이 평전의 핵심을 단숨에 요약합니다.
📌“나는 문학에 관심이 없지만 문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는 문학 이외 다른 것이 아니고 다른 것이 될 수 없다.”
이 문장은 반어적이고 역설적인 동시에 카프카적인 슬픔과 진실이 응축된 선언입니다. 그는 문학을 사랑하거나 추구한 것이 아니라, 문학으로만 존재할 수 있었던 인간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글쓰기는 예술적 탐구나 직업이 아니라, “존재의 근거” 그 자체였습니다. 이 점에서 자프란스키는 단순히 카프카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서술하지 않습니다. 그는 독자가 카프카라는 인간 안에서 ‘글쓰기’가 어떤 위치였는지를 실감나게 체험하도록 유도합니다.
자프란스키는 카프카의 삶과 내면을 구성한 주요한 축들을 하나씩 조명합니다. 그의 불행했던 가족관계, 특히 아버지의 그림자 아래에서 겪은 자기 부정과 분열은 “글쓰기를 통해 존재의 근거를 찾아가려는 투쟁”으로 이어집니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것은, 그 투쟁이 단지 고통으로만 남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광기의 시간에 호되게 얻어맞은 후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 글쓰기는 미친 사람에게 그의 광기처럼...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네.”
이 고백은 카프카에게 있어 글쓰기가 현실 도피가 아닌, 오히려 현실 그 자체였음을 보여줍니다. 그는 자신의 육체와 정신이 망가지는 중에도 글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것이 곧 자신의 정체성이었음을 시종일관 천명합니다.
이 책은 단지 카프카의 대표작들—'변신', '소송', '성'—을 분석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것들이 어떻게 그의 생과 연결되는지를 하나하나 실타래처럼 풀어냅니다. 예컨대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가 겪는 소외와 고립은, 실제 카프카가 가족과 사회 속에서 느낀 감정과 맞닿아 있습니다.
📌“죽어 가는 그레고르가 화해했을까? 그의 가족과?... 마지막 가족 구성은 생존자들의 치명적인 승리로 실현되어야 했다.”
이와 같은 해석은 독자로 하여금 ‘문학 속 카프카’와 ‘삶 속 카프카’를 하나의 연속선상에서 이해하도록 만듭니다. 책이 강조하듯, 그의 글은 단지 허구가 아니라 그의 삶이었고, 삶은 곧 글이었으며, 그 안에서 “무한한 상상과 무한한 고통”이 함께 움직입니다.
역자가 이 책을 “카프카의 미궁을 빠져나갈 아리아드네의 실”이라 평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 평전은 카프카라는 복잡한 존재를 단순화하지 않으면서도, 그의 생과 문학을 탐색할 수 있는 명료한 안내서이자 해설서 역할을 합니다.
특히 각 장의 구성과 주요 사건, 인용의 배열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독자의 몰입을 돕습니다. 카프카가 베를린의 공원에서 인형을 잃어 울던 소녀에게 쓴 편지 일화는 그의 문학이 얼마나 진실하고 따뜻했는지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그 거짓말은 허구의 진실에 의해 진실로 바뀌어야 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괴기와 불안의 아이콘으로 알려진 카프카가,
사실은 누구보다도 삶과 타인에게 따뜻한 감수성을 지녔던 사람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카프카의 삶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미궁’이지만, 자프란스키의 이 평전은 그 미궁 속을 천천히 걸어 나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아직 얼음을 깨지 못했을지언정, 그 얼음 위에 생긴 잔잔한 균열은 분명 무언가를 바꾸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책 말미에 소개되는 인형 이야기, 카프카가 공원에서 인형을 잃고 우는 아이를 위로하기 위해 날마다 편지를 써주었던 에피소드는, 이 비극적인 작가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보게 합니다. 그는 삶의 허구를 ‘진짜 이야기’로 바꾸는 데 진심이었습니다. 아무리 허구라도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면, 그건 더 이상 거짓이 아니라는 그의 태도는 문학의 본질을 되묻게 합니다.
그리하여 이 책은 한 작가를 이해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왜 우리는 글을 쓰는가?’, ‘삶과 문학은 얼마나 맞닿아 있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집니다. 자프란스키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친절하게 제시하기보다, 독자가 스스로 실을 쥐고 미궁을 걷도록 유도합니다.
그 실이 바로 ‘아리아드네의 실’이었습니다.
"프란츠 카프카"는 한 인간의 실존에 대한 정직하고 뜨거운 탐구입니다.
문학을, 글쓰기를, 인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 번은 읽어야 할 책입니다.
"프란츠 카프카"는 결국 미궁 속 카프카를 따라가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책장을 덮으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미궁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두렵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이 실을 쥐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카프카는 우리를 흔들고, 깨어 있게 만들었습니다.
📖 카프카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그를 읽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를 닮기 위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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