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 최신 개정판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 휴머니스트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_

📚“펜이 총보다 강할 수 있음을 증명한 가장 고통스럽고도 정직한 기록.”

"팔레스타인"은 우리 모두가 외면해온 뉴스 뒷면의 얼굴들을, 그림으로 일으켜 세운 증언입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연대’의 시작입니다.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은 1991년 작가가 팔레스타인 웨스트뱅크와 가자지구를 직접 취재하며 기록한 논픽션 그래픽노블입니다. 점령과 억압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실상을 세계에 알립니다. 뉴스가 전하지 못한 진실, 통계가 놓치는 인간의 얼굴을 만화 저널리즘 형식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분쟁의 현실을 직시하게 합니다.


조 사코(Joe Sacco)는 몰타 태생의 미국 만화가이자 저널리스트로, ‘만화 저널리즘’이라는 독보적인 장르를 개척한 인물입니다. 저널리즘을 전공한 그는 글보다 그림이 독자의 감정을 직접 자극할 수 있다는 신념 아래, 전쟁과 인권 문제를 만화라는 수단으로 정면 돌파합니다. "팔레스타인"은 그의 데뷔작으로 이후 '고르지아 전쟁', '사브라와 샤틸라' 등 여러 분쟁 지역을 다룬 작품들을 발표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습니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그를 “우리 시대의 가장 정직한 증언자”라 평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은 제국주의, 냉전, 종교, 민족주의, 지정학이 얽힌 20세기 최대의 국제 분쟁 중 하나로, 그 뿌리는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과 함께 시작된 팔레스타인 대규모 난민 사태에 있습니다. 이후 이어진 6일 전쟁,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대봉기), 가자지구 점령, 유대인 정착촌 확대 등은 지금까지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대서사에서 소외된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역사의 이면을 들추어냅니다.


"팔레스타인"은 ‘증오’의 감정에 포획되지 않으면서도 점령당한 자들의 삶을 담담히 보여주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도덕적 감정을 일깨웁니다. 조 사코는 현지에서 실제로 살아보고, 대화하며, 이동하고, 검문을 당하고, 심지어 곤혹을 치르는 과정을 만화로 남깁니다. 그는 “나는 관찰자지만, 그 관찰은 내 몸을 통과한 것이다”라고 말하듯, 자신을 중립적인 시선이 아닌 ‘육체의 통과자’로 설정하며, 독자를 ‘보는 자’에서 ‘느끼는 자’로 끌어들입니다.

📌“이 시점에 《팔레스타인》의 개정판을 내는 일은 그다지 축하할 만하지 않다.… 하지만 한편으로, 일반적인 구도에서는 슬플 만큼 적절하기도 하다.”

조 사코는 “총 대신 펜으로, 증오 대신 공감으로” 팔레스타인 점령하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강렬하면서도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냅니다. 30여 년 전의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그 현실이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은 이 책의 메시지를 더욱 비극적이고 절실하게 만듭니다.

그래픽노블이라는 형식은 이 주제와 기막히게 잘 맞아떨어집니다. 현실의 폭력과 비극, 인간의 고통과 존엄을 단지 활자나 숫자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과 표정, 몸짓과 공간으로 생생하게 드러냅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이름 없는 사람들입니다. 도서관 사서, 어린아이, 외판원, 사제, 학생. 이 책은 이들에게 번호가 아닌 이야기를 부여하고, 피로 물든 통계가 아닌 삶의 감각을 전달합니다. 이 점에서 "팔레스타인"은 강력한 인권 서사이며, 저널리즘의 윤리를 되묻는 작품입니다.

📌“도서관 사서, 열네 명의 아이를 둔 아버지, 장애인 재활센터 직원 등이 그런 살인과 얼마나 어울릴까? 하지만 누구든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 이 문장은 ‘집단적 낙인’이 얼마나 폭력적이며 무고한 사람을 짓밟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책을 펼친 순간, 독자는 먼 타국의 이야기 속으로 던져집니다. 분쟁이나 정치 이슈로 치부되기 쉬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서 숨 쉬고 살아가는 개개인의 고통, 절망, 그리고 삶의 단단한 결기를 마주하게 되는 것입니다.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점은 이 책이 보여주는 '기록의 힘'입니다. 저널리스트이자 만화가인 조 사코는 1991년 직접 팔레스타인 지역을 방문해 수 개월간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병원에서 총알에 맞은 아이들을 만나는 장면, 불시 검문으로 인해 통행이 막히고 일상이 파괴되는 모습, 검거도 없이 구금된 채 고문당하는 사람들… 그 어느 장면 하나도 허구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유는 조 사코가 구술, 취재, 체험, 시각 기록이라는 네 가지 층위를 모두 겸비한 드문 기록자이기 때문입니다.

📌“이 소년은 오늘 아침 실려 왔다. 집에 있는데… 총알이 벽을 뚫고 들어왔다고 한다.”
→ 이 장면은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사망자 수’라는 숫자 뒤에 어떤 개인의 삶이 있었는지를 낱낱이 보여줍니다.


책을 통해 저는 제 안에 은근히 자리한 ‘편향된 시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슬람과 테러, 서구와 문명이라는 이분법적인 이미지가 얼마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졌는지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사코의 기록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종교적 과격주의자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자신의 땅, 가족, 일상을 빼앗긴 채 억압 속에서 생존하고자 몸부림치는 이들입니다. 그들이 끊임없이 언급하는 ‘1948년’이라는 해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을 옥죄는 ‘현재의 뿌리’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나는 과연 무엇을 알고 있었나?”
중동, 이슬람, 팔레스타인에 대해 떠올리는 이미지 대부분은 서구 미디어가 만들어 놓은 선입견이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종교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땅을 빼앗기고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우리가 외면했던 ‘구체적 고통’의 기록.


개인적으로 가장 울림이 컸던 장면은 ‘빗속에 선 소년’의 이야기였습니다. 비를 피한 채 처마 밑에 선 이스라엘 군인들과 달리, 어린 소년은 비를 맞으며 심문을 당합니다. 이 짧은 장면 하나만으로도, 누구의 권력과 폭력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지를 압도적인 감정으로 전달합니다. 작가는 “언젠가는…”이라는 소년의 희망 어린 눈빛으로 장면을 마무리짓지만, 독자는 그 ‘언젠가’가 오기를 차마 확신하지 못한 채 책장을 덮게 됩니다.


"팔레스타인"은 뉴스에서 보여주지 않는 것을 보여주고, 우리가 들은 적 없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합니다. 이 책은 비극의 역사뿐만 아니라, 비극을 지속시키는 무관심과 왜곡에 대한 고발이기도 합니다. 그간의 언론 보도와 외교적 수사를 통해 접했던 '문제'가, 이 책을 통해 '사람'으로 전환됩니다. 숫자가 아닌 얼굴, 통계가 아닌 삶의 무게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그 일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라고 말하며
분쟁과 비극을 외면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묻습니다.
“멀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정당한가?”라고.
그 물음 앞에서 잠시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리고 그 침묵은 분노와 슬픔, 그리고 연대로 이어졌습니다.


"팔레스타인"은 중동 문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뿐 아니라, 정의와 인간의 존엄에 대해 생각하는 모든 이가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뉴스보다 생생하고, 소설보다 강렬하며, 현실보다 슬픈 이 기록은 '보는 것, 듣는 것, 그리고 함께 아파하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은 후, 더 이상 팔레스타인에 대해 무관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이 강력한 이유는 충격적인 사실 때문만이 아닙니다. 저자 사코는 자신의 시선이 결코 중립적이지 않음을 분명히 합니다. 그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를 제거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보도 자료가 아닌 연대의 서사로 읽힙니다. 점령, 검문소, 폭격, 장례식—그 잔혹한 일상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 무너진 일상 속에서도 농담을 나누며 하루를 버티는 인간들의 ‘사람다움’을 정직하게 그려냅니다.


"팔레스타인"은 독자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알고 있습니까?
그리고 당신은 그것을 기억할 준비가 되었습니까?”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단순하게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은 한 번 덮으면 끝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고통이 ‘현재진행형’인 이상, 독자의 몫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총성이 멎지 않은 그 땅, 언론조차 외면하는 소리 없는 죽음들—
우리는 이제 그 얼굴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무지라는 이름의 방패 뒤에 숨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_

#팔레스타인 #조사코 #휴머니스트
#역사 #전쟁 #이슈 #뉴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만화 #그래픽노블
#독서 #독서습관 #책소개 #도서추천
#책추천 #추천도서 #책리뷰 #북리뷰
#도서리뷰 #도서 #신간도서 #신간
#서평 #도서서평 #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