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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사랑
문녹주 지음 / 고블 / 2025년 6월
평점 :
#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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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이, 말 대신 감정이 이어지는 거리에서
- 이해하지 못한 감정도, 결국 사랑이었다는 걸 문득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모든 순간들이 이 책 안에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사랑"은 그 모든 이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사랑’을 위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 '지속 가능성'이란,
기억을 끝까지 떠안고 살아내려는 감정의 집약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감정을 곱씹는 독서가 좋은 사람,
말보단 정적 속의 감정을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
낯선 배경 속에서도 인간적인 온기를 찾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정동(affect)의 작가, 문녹주!
문녹주의 세계는, 낯설지만 익숙합니다.
그 낯익은 아픔과 미묘한 온기에 우리는 자꾸 돌아가게 됩니다.
책장 한 켠에 오래 두고 싶은 이야기들이 이 책 안에 있습니다.
이 책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감정을 매우 느리게, 그러나 아주 깊이 들여다봅니다. 관계를 단절하거나 이어주는 것은 결국 ‘말’이 아니라 ‘침묵’임을, 어떤 감정은 말보다 눈빛 하나에서 자라고 무너진다는 것을 작가는 알고 있습니다.
화려한 사건이나 반전 없이도, 인물 하나하나의 고요한 내면이 독자의 마음을 끌고 갑니다. 문을 열기도 전에 이미 시작된 감정들, 말없이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의 체온, 오해와 망설임이 쌓인 눈빛—이야기는 그런 장면들로 채워집니다.
"지속 가능한 사랑"은 “사람이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그 자체가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판타지적인 설정이지만, 정작 가장 놀라운 건 감정의 생생함과 리얼함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결국 남는 건 사람이고 관계이며,
그 안에 존재하는 '사랑'이었습니다.
문녹주는 다수의 앤솔로지('퍼스트 컨택트', '책에 갇히다', '은하환담' 등)를 통해 탁월한 세계관 구축과 감성적 서사, 사변적 상상력을 선보여 온 작가입니다.
본 소설집 "지속 가능한 사랑"은 작가의 첫 개인 작품집으로, 공상과학(SF), 환상, 리얼리즘을 종횡무진하며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문녹주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성실한 조사력, 세밀한 사회적 묘사, 한국적 정서와 지역성에 대한 뚜렷한 감각은 문녹주만의 독창적인 서사를 구축하는 핵심이 됩니다.
이 소설집을 즐기기 위해 특별한 SF 지식은 필요 없지만, ‘사변소설’과 ‘세계관 구축’, 그리고 한국적 정서와 지역성에 대한 열린 마음은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술 발전과 인간성', '가상 세계와 감정의 진정성', '이주민, 기후 위기, 사회적 낙인' 등 다층적인 주제들이 녹아 있어, 현실의 문제에 민감한 독자일수록 더 큰 공감과 울림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소설은 정서적 연결을 통해 확장되므로, 등장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며 읽는 ‘정서적 독서’가 권장됩니다.
문녹주는 이 책을 통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사랑과 관계는 시대와 기술, 배경이 달라져도 감정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
✔️미래의 가상 현실 속에서도 인간은 관계 안에서 상처받고, 회복하고, 성장한다는 것.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내는 서툰 말과 침묵 속에도 관계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는 것.
작가는 “과학이 인간을 대체하지 못하는 영역”으로 감정을 바라보며,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관계의 지속성에 대한 섬세한 질문을 던집니다.
📌“한 사람은 자기를 이르는 말을 얻었고, 한 사람은 세계를 들여다보는 방법을 깨우쳤다.”
"지속 가능한 사랑"은 그 제목처럼, 사랑이라는 감정이 과연 지속 가능할 수 있는지를 조용하고도 깊이 있는 문장으로 탐색합니다. 이 책은 장르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듭니다. SF에서 리얼리즘으로, 환상에서 다큐멘터리적인 현실까지—그러나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로 인해 생겨나는 복합적 감정이 놓여 있습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서서히 잠기듯 물들어 간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문장 하나하나가 섬세하고 감정에 솔직합니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은 점은, 이 책이 보여주는 '감정의 양상'이 결코 단선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미움과 연민, 애정과 거리감, 회한과 용서가 겹겹이 쌓여 인물들을 형성하고,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독자 역시 감정의 스펙트럼을 새롭게 마주하게 됩니다.
가장 먼저 인상 깊었던 점은 작가가 구축한 세계관의 디테일과 감정의 조화였습니다. '금서의 계승자'에서 “책”이란 개념이 인간으로 대체되는 설정은 언뜻 디스토피아적이지만, 그 안에 담긴 질문은 오히려 지금 우리가 책과 지식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인간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은유처럼 느껴졌습니다.
"노예 소년 소녀가 ‘책’으로 팔려가는 시대"는 설정이지만, 어쩌면 현재 우리 사회에서 지식 노동자들이 겪는 현실과도 닿아 있는 듯했습니다. 이야기의 말미, 📌“여울은 자기를 이르는 말을 얻었으며, 가람은 금서를 통해 세계를 들여다보는 방법을 깨우쳤다”는 구절은, 이 소설이 판타지의 흥미를 넘어, 정체성과 인식의 확장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드러냅니다.
또한 '어머니의 도원향'에서 상고한어 재구음이 관계의 핵심으로 등장한다는 설정은 문녹주 작가의 세계관 설계력이 언어와 문화, 감정의 층위를 섬세히 파고드는 데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언어는 감정과 기억의 열쇠라는 점이 깊게 와닿았습니다.
'화엄사 들매화는 끝내 흐드러지고'에서는 기후 변화와 행정 대집행이라는 무거운 사회적 이슈 속에서, 한 가족의 상처와 화해가 서서히 드러납니다. 기술 발전과 행정 논리 뒤에 감춰진 인간의 감정선은 생생하게 살아 숨 쉬며, 현재 우리 사회의 갈등을 비추는 거울처럼 보였습니다.
이 책에서 문녹주 작가는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감정의 선을 끊임없이 탐색합니다. '그 사람은 죄가 없어요'에서 한 여성의 감정 변화, '좀비 정국에 올리는 편지'에서 이주민을 위해 희생하는 가족의 이야기 모두, 관계란 결국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느냐의 문제라는 점을 조용하지만 강하게 드러냅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지속 가능한 사랑'에서는, 사랑이 지속되기 위해 필요한 건 격렬한 감정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느린 성찰’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때론 회피하고, 때론 외면하면서도, 결국 마음속 깊은 곳에 존재하는 ‘남아 있음’이야말로 가장 지속적인 감정일지도 모릅니다.
말보다 침묵이, 설명보다 관찰이 중요한 장면들이 계속해서 인상에 남습니다.
📌“문 앞에서 망설이는 시간에도 감정이 자란다”는 말처럼, 소설 속 인물들은 때로는 말을 아끼고, 때로는 지나치게 말하지만, 결국은 모두 연결되고 싶어한다는 공통된 본능을 지닌 존재들입니다.
"지속 가능한 사랑"이라는 제목은 이 소설집을 관통하는 물음입니다.
⁉️“사랑은 지속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각 단편마다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동일한 밀도로 제기됩니다.
이 책의 큰 미덕 중 하나는 ‘말하지 못하는 감정’을 이야기하는 능력입니다.
말이 없어도 마음은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오히려 말이 없기에 감정이 증폭된다는 것.
문녹주 작가는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 안에 사람을 넣고, 그 사람의 입을 빌려 말하게 합니다. 어떤 인물은 말이 없고, 어떤 인물은 지나치게 말하며, 어떤 인물은 말을 버립니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문장은 끈질기게 보여주었습니다.
📌“감정을 서툴게 말하는 사람에게 이야기란 어쩌면,
대신 건네는 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란 결국, 말보다 정직한 손.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야기란 그 손이 되어줍니다.
책을 덮은 뒤에도,
흙바닥에 철필을 들고 글자를 남기던 아이와 그 옆의 누군가를 떠올립니다.
"지속 가능한 사랑"은 빠르게 소비하고 버릴 이야기가 아니다. 하루 한 편, 혹은 한 문단씩 곱씹으며 읽기에 어울리는 책입니다. 사랑이란 결국,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자, 끝내 닿지 못해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독자에게 당장 이해하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대신 기다려줍니다.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며, 어쩌면 감정은 그런 것이라고,
때론 엇갈리고, 때론 놓치지만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세계가 아무리 낯설어져도, 사람은 여전히 사람에 의해 움직입니다. 그 진실을 이토록 다양한 방식으로, 그러나 하나의 감정으로 수렴시킨 문녹주의 글은 그 자체로 우리 시대의 ‘지속 가능한 문학’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사랑을 이해하지 못한 채 시작하고, 상처를 남긴 채 떠나보내지만,
그 감정은 결국 우리를 ‘책’이 아닌 인간으로 만들어줍니다. 그래서, 이 책은 슬프지만 따뜻하고, 아프지만 아름답습니다.
"지속 가능한 사랑"이라는 제목은 반어처럼 느껴집니다.
이 책 속 모든 사랑은 불완전하고, 오해투성이며, 결국은 헤어짐과 무력함으로 귀결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녹주는 말합니다.
🎈그런 관계라도, 그 모든 과정을 통과한 사랑이라면, “지속 가능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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