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찾아갈 거야
정규환 지음 / 푸른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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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나답게’ 살아남는 법, 그리고 사랑을 찾아가는 길 - “그래, 우리도 한번 잘 살아남아보자.”


《사랑을 찾아갈 거야》는 솔직하고 따뜻했습니다.
저자는 스스로를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기록합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독자는 자신과 겹치는 순간을 쉽게 발견합니다.

저에게 이 책은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사랑’이란 결국 누군가와 함께 살아온 순간들, 도시의 불친절 속에서도 발견하는 작은 기쁨들, 일상의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 마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습니다.

이 책은 📌“도시가 불친절해도 나는 내 방식대로 사랑을 찾아갈 거야”라는 선언처럼 읽힙니다. 정규환의 고백은 결국, 우리 모두가 이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작은 연대와 위로의 언어였습니다.


정규환 작가는 잡지 에디터, 영화 마케터, 바리스타를 거쳐 〈빅이슈코리아〉, 〈오마이뉴스〉등에 에세이와 칼럼을 기고해 왔습니다.
현재는 개인 뉴스레터 ‘정규환의 개인사정’을 발행하고 동명의 팟캐스트를 운영하며, 퀴어 시티보이로서 서울에서 살아가는 감각과 고민들을 독자와 나누고 있습니다. 《사랑을 찾아갈 거야》는 그의 첫 번째 단독 에세이로, 팍팍한 도시에서 ⁉️"나만 이렇게 사나?" 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명랑한 제안입니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살아가는 청년 세대, 특히 퀴어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경험은 늘 이중적입니다. 경제적 생존의 무게와 사회적 차별, 불친절한 제도 속에서 하루를 버텨내야 하지만, 동시에 사랑과 기쁨을 찾아내려는 감각 역시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양가적 감정을 기록합니다. 도시를 미워하면서도 떠날 수 없고, 차갑지만 그 속에서 삶을 배우는 일상. 그것이 오늘날 젊은 도시인들의 현실이자, 저자가 풀어내는 글의 정조입니다.


정규환은 이 책에서 "거창한 해법" 대신 "작은 기쁨"에 주목합니다. 작은 집에서의 해방감, 무알코올 맥주의 취향, 공중목욕탕의 분위기,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아직은 그럴 용기가 없다고" 말하는 태도. 그는 자신을 감당 가능한 만큼 살아내며, 도시의 불친절 속에서 스스로 사랑을 길어 올리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이것입니다.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건 결국 어떤 의미일까?’
정규환은 이 질문에 해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대신 사소하지만 진짜 같은 답을 내밉니다. 작은 집에 사는 기쁨, 운전면허가 없는 삶, 해외여행을 거부한 태도, 그리고 때로는 스스로를 ‘아직은 그럴 용기가 없다’고 인정하는 정직함.
그는 이 모든 경험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책의 초반부에서 저자는 ‘단정하되 자유롭게’라는 태도를 제안합니다. 면접에서 탈락했지만, 오히려 그 실패가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계기가 되었다는 고백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생의 어느 한쪽이 당장 안 풀리는 것처럼 보여도 하루하루 형태를 잘 유지하며 살아가다 보면 다른 한쪽은 분명히 풀려가기 마련이다.”

저는 이 문장을 읽으며, 우리가 일상에서 조급하게 성과를 원하고 불안을 견디지 못하는 태도를 떠올렸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실패를 ‘형태 유지’라는 말로 바꿔냅니다. 단정한 자유로움, 즉 흔들리더라도 무너지지 않는 태도가 결국 도시에서 살아가는 힘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특히 재미있었던 대목은 ‘운전면허를 갖지 않은 이유’에 대한 글입니다.
저자는 30대가 되어도 운전할 줄 모르는 자신을 무능하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면허를 따지 않기를 자발적으로 택함으로써 나보다 유능한 누군가에게 취업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역발상은 무책임하거나 자조적인 태도가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의 기준’에 정면으로 질문을 던지는 방식입니다. 무엇을 못하는 것이 곧 결핍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기여일 수도 있다는 사고 전환은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유연함입니다.


많은 이들이 삶이 힘들 때 해외여행으로 도망칩니다. 저자 역시 그런 경험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여행의 빚이 자신을 더 옭아맨다고 느낍니다.

📌“비행기 티켓을 마치 복권인 양 고작 몇십만 원 사치에 행운을 기대하며 스카이스캐너 최저가로 도망친 사람의 운명은… 시간을 대가로 빛나는 무언가를 반드시 찾아와야만 하는 것이었다.”

이 고백은 ‘여행이 삶의 구원’이라는 흔한 낭만을 거부합니다. 대신 그는 작은 집, 정갈한 한 끼 밥상, 식물을 돌보는 마음 같은 일상에서 오히려 더 큰 해방과 자유를 찾습니다. 이는 소비적 낭만보다 ‘지속 가능한 행복’을 선택하는 태도로 읽힙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 중 하나는 📌‘아무것도 되지 않으려야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문장입니다.

📌“행위가 우리 존재를 앞서기도 한다… 그러니까, 간절히 무엇이 되고 싶다고 꿈꾸면서 고통스럽다면, 그 무엇이 되기 전까지는 한번, 아무것도 되지 않으려고 생각해보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고.”

이 말은 요즘 청년 세대의 불안을 다독입니다. 무언가 ‘되어야만’ 가치 있는 시대 속에서, 그는 ‘되려 하지 않아도 이미 존재 자체가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건넵니다. 저 역시 이 대목에서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때로는 멈추고, 아무것도 되지 않는 상태를 견디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책의 제목처럼 ‘사랑’은 이 에세이의 중심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것이 단순히 연애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비정규직 동료들과의 작별에서도, 오래된 건물을 지키는 할머니의 태도에서도, 그리고 스쳐간 연인들에게서도 사랑의 다양한 얼굴을 발견합니다.

📌“인간은 작별 앞에서 한없이 겸손하고 감사해진다.”
📌“여자친구들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내가 모르고 지나쳤을 기쁨과 슬픔이 아주 많았을 것이다.”

저자에게 사랑은 특정 대상이 아니라, 살아온 과정 속에서 맺었던 모든 관계의 흔적입니다.


서울은 불친절하고, 냉혹하며, 차갑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 속에서도 뜻밖의 사랑을 발견합니다.
그는 📌“길을 걷다 아는 사람을 마주치듯 매일 자잘한 기쁨을 만나고, 그 순간만으로도 삶은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구절이 책 전체의 주제를 가장 잘 드러낸다고 느꼈습니다.

사랑은 거창한 사건이나 이상적인 파트너가 아니라, 도시의 일상 속 우연한 마주침과 순간들 속에서 자라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이 책이 전하는 ‘도시적 낭만’이자, 우리가 이 불친절한 공간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의 원천입니다.


《사랑을 찾아갈 거야》는 화려한 자기계발서도, 감상적인 에세이도 아닙니다. 대신 작가는 도시에서 버텨내는 방법을 “소박하지만 나다운 속도”로 기록합니다. 저자는 다양한 정체성을 드러내며, 그 속에서의 불안과 희망을 숨김없이 내보입니다.

이 책은 독자에게 💭“우리 한번 잘 살아남아보자”라는 연대의 손을 내밉니다. 그리고 그 말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무엇보다 단단한 위로로 다가옵니다.
특히 📌“인생의 어느 한쪽이 당장 안 풀리는 것처럼 보여도 하루하루 형태를 잘 유지하며 살아가다 보면 다른 한쪽은 풀리기 마련이다.”라는 말은, 불안정한 시대를 버티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됩니다.

저자는 📌“아직은 그럴 용기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로 자신을 지킵니다.
그 태도가 바로 오늘날 도시에서 살아남는 가장 현실적인 낭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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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와이프 스토리콜렉터 123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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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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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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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알았다고 믿었던 순간, 진짜 미스터리를 마주한다.”


이 책은 ‘범죄 사건’을 빌려온 이야기 같지만, 실상은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존재가 가진 수수께끼를 탐구하는 작품입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신뢰가 어떻게 무너지고 다시 어떻게 재구성되는가, 그것이야말로 《디 아더 와이프》가 던지는 가장 깊은 질문입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은 ‘인간의 양면성’입니다. 존경받는 의사, 자상한 아버지, 그리고 동시에 비밀의 가정과 불륜을 가진 남자. 그 복잡한 얼굴들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불편하지만 현실적입니다.

조가 아버지를 다시 이해하는 과정은, 결국 독자인 우리에게도 부모와 가족을 다시 바라보게 만듭니다. 완벽한 가족은 없으며, 실망 또한 관계의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비로소 성숙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이클 로보텀(Michael Robotham)은
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범죄·미스터리 소설가입니다. 50여 개국, 25개 언어로 번역된 그의 작품들은 스티븐 킹, 리 차일드 같은 거장들에게 찬사를 받으며, 골드 대거 상을 두 차례 수상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직 저널리스트이자 ‘고스트라이터’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사실적이고 심리적으로 깊이 파고드는 범죄 서사로 독자들을 사로잡습니다. 대표작으로 《용의자(The Suspect)》, 《굿 걸, 배드 걸(Good Girl, Bad Girl)》, 《라이프 오어 데스(Life or Death)》 등이 있으며, 이 가운데 《라이프 오어 데스》는 박찬욱 감독이 영화화를 준비 중입니다.


《디 아더 와이프》는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의 아홉 번째 작품입니다. 조는 파킨슨병을 앓으면서도 탁월한 심리 분석으로 수사에 도움을 주는 인물이자, 동시에 아내를 잃고 두 딸을 홀로 키우는 상실의 시간을 겪는 아버지입니다. 이 시리즈는 단순한 범죄 추리물이 아니라 인간 심리의 이중성, 가족이라는 미스터리, 관계의 어둠을 정면으로 응시한다는 점에서 독창적입니다.


로보텀은 이번 작품에서 ‘완벽해 보이는 아버지의 다른 얼굴’을 소재로 삼습니다. 부모라는 존재가 자식에게 얼마나 절대적 권위와 신뢰로 자리하는지, 그리고 그 믿음이 무너질 때의 충격이 어떠한지를 탐구합니다. 단순하게 ‘범인이 누구인가’라는 미스터리의 정답 찾기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 속에서도 인간은 끝내 타인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데 방점을 둡니다.


마이클 로보텀의 《디 아더 와이프》는 인간의 가장 깊숙한 영역인 ‘가족과 신뢰’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작품 속 주인공 조 올로클린은 심리학자이자 파킨슨병 환자로, 이미 13년째 병과 싸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내 줄리앤을 수술 합병증으로 잃은 지 16개월, 두 딸을 홀로 키우며 상실감에 시달리던 그는 충격적인 사건을 맞이합니다. 바로 존경의 대상이자 완벽한 아버지로만 알았던 인물이 사실은 ‘두 개의 삶’을 살고 있었다는 진실입니다.

작품의 핵심 갈등은 범죄의 진상을 밝히는 수사 그 자체보다, ⁉️“내가 믿어온 아버지가 정말 그 사람이 맞는가?”라는 질문에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독자는 추리의 재미를 넘어선, 인간 관계의 본질적 불안정성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야기의 서두에서 조는 병상에 누운 아버지 옆에서 낯선 여인을 만납니다.
그녀는 다름 아닌 아버지의 ‘또 다른 아내’라고 주장합니다.

📌“난 이 사람의 또 다른 아내예요.”

이 한 문장은 조의 세계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아버지를 모범적이고 보수적인 영국 신사, ‘가정과 일에 충실한 가장’으로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그 믿음이 한순간에 무너집니다. 독자 또한 이 장면에서 조와 똑같은 충격을 경험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이 언제든 다른 얼굴을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존재에 대해서조차 끝내 알 수 없다는 아이러니가 이 작품의 긴장감을 끌고 갑니다.


작품 속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믿음’이 등장합니다.

✔️어머니는 끝까지 남편을 두둔하며 📌“그이가 직접 고백하기 전까진 난 믿을 수 없어.” 라고 말합니다.
✔️조는 아버지가 절대 배신자가 아니라고 믿지만, 증거들은 정반대를 가리킵니다.
✔️유언이라는 인물은 조에게 📌“당신이 내 형제야”라며 혈연을 주장합니다.

이 장면들은 ‘피와 사랑으로 맺어진 가족’이라는 신성한 개념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동시에, 믿음을 지키려는 인간의 집착을 드러냅니다.


조는 심리학자로서 타인의 말과 행동을 세밀하게 분석합니다.
작품 속에서 그는 비밀이 인간의 본질적 조건임을 통찰합니다.

📌“비밀이 없다면 자아도 없다. 사회 집단에서, 일터에서, 또는 결혼생활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거짓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 구절은 의미심장합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혹은 사회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인간은 거짓말을 합니다. 완벽해 보이는 아버지조차도 결국 두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평생을 속이며 살았습니다.

이 작품의 미스터리는 범죄의 진실뿐만 아니라, 인간이 왜 거짓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있습니다.


조는 사건을 파헤치면서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분노 사이에서 줄곧 흔들립니다. 그는 📌“내 안에서 무언가가 산산이 조각나버린다. 포용, 평정, 그리고 품위. 그 모든 게 마구 흐트러졌다가 이내 또 다른 무언가로 둔갑한다.”라고 말합니다. 아버지를 숭배하던 마음은 배신감으로 바뀌고, 그 분노가 사건을 파고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결국 이 소설은 아버지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아들이 아버지를 새롭게 받아들이는 성장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결국 자식들을 실망시키기 마련이야.”

이 문장은 책 전체를 압축합니다.
부모는 완벽한 신이 아니라, 욕망과 비밀을 가진 불완전한 인간일 뿐입니다.


주인공 조의 개인적 상황 또한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파킨슨병으로 인해 몸이 서서히 말을 듣지 않고, 아내를 잃은 상실감이 여전히 그를 괴롭힙니다.
한 장면에서 조는 경찰에게 공격받은 후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지 못해 곤란에 빠집니다.

📌“파킨슨 병을 앓고 계세요.”

이 대목은 주인공을 인간적 한계와 취약함을 가진 인물로 그려냅니다. 때문에 그의 집요한 추적과 진실에 대한 갈망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옿니다.


《디 아더 와이프》는 독자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정말로 부모를 알고 있는가?
✔️가족이란 믿음은 어디까지 지켜져야 하는가?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용서와 이해는 가능한가?

이 질문들은 추리소설의 문법을 넘어, 독자의 삶 속으로 파고듭니다.


《디 아더 와이프》는 ‘범죄 소설’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가족 심리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사건의 실체가 무엇이든, 독자는 결국 조와 함께 묻게 됩니다. ⁉️“나는 아버지를 얼마나 알고 있었는가?”

저는 특히 조의 고백,

📌“나는 유령을 보았고, 그 유령은 바로 아버지다.” 라는 대목이 인상 깊었습니다.
평생 함께 살아온 아버지가 가장 낯선 인물로 다가오는 순간,
부모-자식 관계의 아이러니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이 소설은 독자에게 ‘범인이 누구인가’를 추리하게 하지 않습니다.
대신 인간의 이중성과 가족이라는 관계의 불완전함을 묵직하게 던져줍니다. 부모도, 배우자도, 자식도 결국 각자의 비밀을 가진 채 살아가는 타인일 뿐이라는 냉혹한 사실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그 불완전한 관계 속에서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해야만 한다는 따뜻한 역설로 마무리됩니다.


독자로서 이 소설이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것보다 ‘아버지라는 인간의 정체’를 파헤치는 과정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우리가 평생 알아간다고 믿는 가족도 결국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일 수 있다는, 뼈아픈 진실을 이 작품은 잔인하면서도 매혹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책은 미스터리 독자는 물론, 가족 서사를 통해 인간의 심리를 탐구하는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읽고 나면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나’라는 가족의 얼굴이 다시 보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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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며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 내 안의 화를 다스리는 평정심의 철학
이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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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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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네카의 목소리를 빌려,
우리 안의 불필요한 격정을 내려놓고 자유로 가는 길을 제시합니다.
제목처럼, 정말 화내며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습니다.
그 시간을 더 현명하게 쓰기 위해,
이 책은 철학을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도구’로 바꿔 줍니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감정 억제 매뉴얼’이 아니라 ‘감정 이해 매뉴얼’이라는 점입니다. 화를 참으라는 말보다, 왜 화가 나는지를 먼저 설명해 주고, 그 감정을 재구성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또한, 스토아 철학의 ‘덕성’을 교과서적 도덕이 아니라 ‘자유를 획득하는 실질적 태도’로 재해석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저는 📌“희망을 멈추면 두려움도 멈춘다”는 대목에서 큰 울림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종종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현재를 지옥처럼 만들곤 합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지만,
그 ‘내일’은 끝없이 미뤄지고, 결국 현재는 사라집니다. 세네카의 조언처럼, 불확실한 미래를 내려놓고 현재를 사는 것이야말로 진짜 용기일지도 모릅니다.


이진우 교수는 철학을 대중의 일상 속으로 끌어오는 작업을 꾸준히 해온 학자이자 저술가입니다. 특히 서양 고전철학과 현대사회를 연결하는 글쓰기로, 복잡한 개념을 현실적인 언어로 풀어내는 데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고대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의 사상을 현대인의 부정적 감정 문제에 맞춰 재해석합니다.


세네카(기원전 4년~서기 65년)는 로마 제국의 정치가이자 철학자로, 스토아 철학을 대중적으로 전한 인물입니다. 그는 인간이 부정적 감정—특히 분노—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이성과 평온을 누릴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화에 대하여],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 등에서 그는 감정의 정화와 덕성을 강조했으며, 삶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통제해야 한다고 설파했습니다.


이 책은 ‘부정적 감정의 철학적 다루기’에 초점을 맞춥니다. 저자는 심리학적으로만 접근해 온 분노·질투·불안 등을 세네카의 철학으로 해석하며, 감정을 단순히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이해·분석·재구성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이는 자기 억압이 아니라 자기 통제를 통해 자유를 획득하려는 시도입니다.


이 책은 제목부터 현대인의 가슴을 찌릅니다. ‘화내며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우리가 직장에서, 관계에서, 뉴스 댓글에서, 심지어 자판기가 잔돈을 잘못 거슬러줬을 때도 느끼는 짜증과 분노를 떠올리게 합니다. 저자는 고전 철학자 세네카의 통찰을 빌려, 분노·질투·불안·두려움 같은 부정적 감정을 오늘의 삶에 맞춰 해석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를 추상적인 철학 강의가 아니라, 현실적인 ‘삶의 기술’로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책의 첫 장에서 세네카의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좋은 삶의 지혜는 오로지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짐으로써 얻을 수 있다.”
분노를 없애는 비결은 분노가 일어나기 전에 멈추는 것.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화를 늦추는’ 방법은 현대 심리학의 ‘10초 숨 고르기’와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화가 나면 본능적으로 즉시 반응하려 합니다. 하지만 세네카의 말처럼, 이성을 개입시키고 한 박자 늦추는 순간, 감정은 이미 절반쯤 사그라듭니다.

📌“우리의 마음을 더 좋거나 더 나쁜 상태로 바꾸는 것은 바로 우리의 판단”

흥미로운 건, 저자가 무조건 화를 내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부당함에 대한 건강한 분노는 필요합니다. 다만 그것이 나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적절한 시기와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부분에서 ‘분노의 절제’는 참음이 아니라, 주체적인 선택이 됩니다.


저자는 현대 자본주의를 로마 시대 데카당스에 비유합니다. 명품 소비, 과시적 여행, ‘먹방’ 같은 문화 현상은 과잉과 방종의 반복이며, 남과 비교하는 순간 마음은 가난해집니다. 여기서 세네카의 해법은 타인의 삶을 잣대로 삼지 말고, ‘자발적 가난’을 통해 내 마음의 부를 키우라는 것입니다. 이는 오늘날 SNS가 만들어내는 비교와 열패감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철학적 해방 선언처럼 들립니다.


📌“복수하고 싶은데 실제로 할 수 없을 때는 더 화가 난다”는 구절은,
억눌린 복수심이 얼마나 우리의 정신을 좀먹는지 잘 보여줍니다.
세네카는 📌‘무시하는 사람을 무시하라’고 권합니다.
아이 같은 어른의 모욕에 일일이 반응하는 건 나를 소모시키는 일일 뿐이라는 뜻입니다. 복수의 쾌감은 짧고, 그 뒤에 남는 건 더 큰 불편함과 자기 파괴입니다.


인생에서 불행은 피할 수 없습니다.
세네카는 📌“재앙을 미리 알아차린 사람은 재앙의 힘을 약화시킨다”고 말합니다. 최악의 가능성을 예견하는 것은 비관주의가 아니라, 감정적 충격을 줄이는 예방책입니다. 또한 📌“인간은 지나간 일과 다가올 일로 괴로워한다”는 구절을 통해, 불안이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현재를 잠식한다는 사실을 짚습니다. 불안을 줄이려면 희망을 줄이고, 지금 이 순간으로 시선을 되돌려야 합니다.


세네카는 📌“사람은 잘 죽는 법을 모르면 잘 살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죽음을 삶의 반대가 아닌 일부로 받아들일 때, 오히려 매일을 충만하게 살 수 있다는 역설입니다. 여기에 📌“현재의 축소”라는 개념이 맞물립니다.
바쁘게 미래를 향해 달리느라 정작 현재를 소멸시키는 삶은, 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삶입니다.


또한 📌“불평은 어떤 것도 개선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현실적입니다. 불평은 문제 해결 능력을 앗아가고, 짜증은 스스로를 더 큰 짜증 속에 가둡니다.
세네카가 권하는 건 감사입니다. 감사는 삶의 선을 확인하게 하고, 내 시선을 부족함이 아닌 이미 가진 것에 머물게 합니다.


세네카는, 특히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없으니 결국 ‘자유’란 온전한 나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자 역시 여행을 ‘탐험’에 비유하며, 세상 어디를 가도 자기 자신을 마주하지 못하면 자유는 없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외부 환경보다 내면의 질서를 먼저 세우라는 메시지입니다.

이 책은 ‘화를 참아라’라는 도덕 교훈이 아닙니다. 대신, 감정이 어떻게 생겨나고, 우리가 어떻게 그 감정의 주인이 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안내해줍니다. 그리고 그 해법은 2천 년 전 세네카의 문장 속에 여전히 유효합니다.

[화내며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는 제목처럼 직설적이고, 내용은 예상보다 훨씬 체계적입니다. 세네카의 사상을 현대어로 번역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현대인의 구체적 상황과 연결해 풀어냈습니다.

읽다 보면 반복적으로 빠져드는 부정적 감정의 패턴을 인식하게 되고, 그 사이에 끼어드는 ‘판단’이라는 개입 지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감정의 자유는 감정의 부재가 아니라 감정을 다스리는 기술이라는 점이 선명하게 와 닿습니다.

읽고 나니, 분노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정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식은, 얼마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결국, 책의 제목처럼 인생은 짧습니다.
감정의 노예가 되어 하루를 태우느니,
그 에너지를 오늘을 충만하게 사는 데 쓰는 편이 훨씬 낫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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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아리랑 한울림 작은별 그림책
정란희 지음, 양상용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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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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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귀향의 노래, 사할린에 남은 이름 없는 이들


이 책은 ‘아리랑’이라는 익숙한 멜로디에 담긴 낯설고 잊힌 비극을 꺼내 보여줍니다. 작가는 그 노래를 ‘함께 불러야 할 아픈 역사의 노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노래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기억하는 한, 언젠가는 기쁨과 환희의 노래로 바뀔 날이 오기를 바라게 됩니다.

《사할린 아리랑》은 읽는 내내 목이 메는 책입니다. 그것은 가혹한 강제노동의 현실 때문만이 아니라, 해방 이후에도 돌아오지 못한 ‘끝나지 않은 귀향’의 슬픔 때문입니다. 이 책은 그 이름 없는 수만 명의 김흥만들에게 바치는 문학적 위령비이자, 우리 모두가 함께 불러야 할 아리랑입니다.
읽고 나면, 우리는 묻게 됩니다.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것이라면,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가?”


정란희 작가는 아동문학과 역사 분야에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 온 작가로, 전쟁, 인권, 평화 등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현대사의 비극을 어린이와 청소년 독자에게 전달하는 데 힘써 왔습니다. 이미 여러 작품에서 강제징용, 위안부,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다루며, 사실과 문학적 감수성을 아우르는 글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양상용 화백은 수묵과 수채 기법을 혼합하여 인물과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리면서도 감정을 담아내는 독특한 화풍을 지녔습니다. 이 책은 두 사람이 《봉선화》에 이어 다시 호흡을 맞춘 두 번째 역사 그림책입니다.


사할린 한인 강제동원 문제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역사 중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입니다. 1941년부터 태평양전쟁이 끝날 때까지 약 6만 명의 조선인이 러시아 사할린(당시 일본 영토)으로 강제 동원되었고, 탄광·벌목·철도공사 등 극한 노동에 시달렸습니다. 해방 후에도 귀국이 좌절되었고, 냉전과 국적 문제, 일본과 한국 정부의 무관심 속에 수만 명이 그 땅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정란희 작가는 어린 시절 들었던 💭“사할린에는 아직도 조국에 돌아오지 못한 동포가 있다”는 말이 가슴속에 남아,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밝힙니다.
그는 10대 소년 ‘김흥만’의 시선을 통해 역사의 거대한 폭력과 개인의 절망,
그리고 그 속에서 꺼지지 않는 그리움을 전하고자 합니다.

작품의 주된 의도는 역사를 기억하게 하는 것입니다. 잊히면 반복된다는 경고를 어린 독자에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전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정란희 작가의 《사할린 아리랑》은 이름 없는 수많은 김흥만들의 ‘멈춘 시간’과 ‘돌아가지 못한 길’을 현재로 끌어와 독자의 가슴에 새깁니다.

책 속 주인공 김흥만의 이야기는, 6만여 명의 사할린 강제징용 조선인 중 한 사람의 목소리일 뿐이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는 수만 명의 삶과 죽음이 겹쳐 있습니다.
1941년 모내기철, 📌“네가 안 가면 네 아버지가 가야 해”라는 협박 앞에서 열일곱 소년이 짐을 싸야 했던 장면은, 그 시절 ‘징용’이 얼마나 폭력적인 강탈이었는지를 여실히 드러냅니다. 이 순간부터 흥만의 삶은 고향이 아니라 얼어붙은 사할린 땅과 얽히게 됩니다.

소년 김흥만이 겪은 사할린의 나날은 그 자체로 하나의 지옥이었습니다. 12~15시간 넘게 갱도 속에서 석탄을 캐고, 📌“침목 하나에 조선 청년 목숨 하나”라는 말이 통용될 만큼 위험한 철도 공사장에서 동료들이 쓰러져 갔습니다.
책 속 📌“얼어 죽고, 굶어 죽고, 고향에 가고 싶어 미쳐 죽었지”라는 문장은,
그 시절의 고통을 압축한 가장 날카로운 울음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 위에 얼음이 맺히고, 비린 생선죽과 무국이 전부인 식사, 병들어도 쉬지 못하는 노동.
흥만이 호박을 먹었다가 몽둥이로 두들겨 맞고도 다음 날 다시 일하러 나가야 했던 장면은, 그들의 몸과 정신이 어떻게 완전히 소모되어 갔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1945년 해방 소식은 그들에게 빛이었지만, 곧 그 빛은 잔혹하게 꺼졌습니다.
일본 패망 후, 일본인들이 먼저 귀국선을 타고 떠나고, 조선인들은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다 항구에서 얼어 죽”거나 기다리다 미쳐 죽었습니다.

흥만의 시선으로 본 이 장면은,
해방이라는 말이 ‘자유’가 아니라 ‘버려짐’을 뜻할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더 비극적인 건, 조국조차 이들을 데리러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것은 과거의 국가적 무책임만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여전히 직시하지 못하는 역사적 부채입니다.


《사할린 아리랑》은 어린이책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결코 ‘어린이만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징용, 학살, 귀향 불가라는 주제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질문을 던집니다.

✔️국가와 사회가 부재할 때, 개인은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가?
✔️기억되지 않는 역사 속 희생자들은 어떻게 다시 불려져야 하는가?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또 다른 ‘사할린’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이 책은 과거를 알리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책임을 묻는 작품입니다.


또한 양상용 화백의 그림은 그 무게를 시각적으로 옮겨오며, 독자가 숨을 고를 틈조차 주지 않습니다. 화선지 위에 먹과 수채로 그린 인물들의 눈빛은, 글이 전하지 못하는 체온과 숨결을 전합니다. 눈 위에 서 있는 인물의 표정, 바람결에 흩날리는 자작나무의 질감, 이는 독자에게 🌿“이건 이야기 속 장면이 아니라 실제였다”는 감각을 줍니다.

특히 흥만이 독방 속에서 들은 아리랑은 개인의 노래이자 민족의 노래였습니다.
📌“동네잔치 때 어머니, 아버지가 흥겹게 부르던” 그 곡이, 사할린의 얼음 숲 속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심장의 박동이자, 고향을 향한 무언의 기도가 되었습니다.

책 말미에 자작나무 꽃말 “당신을 기다립니다”가 등장하는데,
이는 흥만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모습과 겹쳐집니다.
이 장면에서 독자는 비로소 이해하게 됩니다.
사할린 아리랑은 끝난 노래가 아니라,
아직도 부르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노래라는 것을.


이 책은 기억을 잇는 다리입니다.
그 다리를 건너야만 우리는 ‘아리랑’이 더 이상 눈물의 노래가 되지 않게 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책 속에서 아리랑은 흥만과 동포들을 연결하는 ‘귀향의 끈’입니다.
📌“흥만은 눈물 속에 그 노래를 따라 불렀다.”는 장면에서,
노래는 언어와 국경을 넘어 기억과 정체성을 지키는 힘으로 변합니다.

결국 《사할린 아리랑》은 묻습니다.
“그 노래를, 이제는 기쁨과 환희의 노래로 부를 수 있는 날이 올까?”
그 질문은 곧, 우리가 이 역사를 얼마나 오래,
얼마나 진심으로 기억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합니다.

🎶아리랑의 반복은 이 책이 끝나도 여전히 이어질 듯한 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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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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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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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 땅》은 전형적인 베르베르식 ‘지식소설’이지만, 이번에는 특히 현실과의 거리가 위험할 정도로 가깝습니다. 작품 속 핵전쟁, 종 멸종, 환경 붕괴는 이미 뉴스에서 보고 있는 현재형 위기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특히 ‘새로운 아종이 등장해도,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결론에서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베르베르는 과학이 새로운 생명을 창조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생명이 살아가는 사회를 바꾸는 일은 훨씬 더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결국 《키메라의 땅》은
💭“우리가 진짜 바꿔야 하는 건 유전자보다 가치관”이라는 경고입니다.


이 작품은 키메라의 날개와 지느러미, 땅을 파는 발톱보다 훨씬 더 무서운 것이 인간의 오래된 습관—배제와 지배—임을 보여줍니다. 과학이 만든 신세계에서도 결국 싸움은 계속됩니다. 베르베르는 이 불편한 진실을, 차갑지만 매혹적인 서사로 우리 앞에 내놓았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과학적 상상력과 방대한 지식을 문학적으로 구현하는 데 탁월한 이야기꾼입니다. 《개미》, 《타나토노트》, 《신》, 《제3인류》 등 그의 작품은 생물학·철학·역사·미래학을 종횡무진 오가며 “지식 소설”이라는 독자적인 장르를 구축했습니다.

전 세계 3천만 부 이상 판매된 그의 작품은 한국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이번 신작 《키메라의 땅》은 인류 멸망 이후의 지구를 무대로 ‘신인류’의 탄생과 그 이후의 세계를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입니다.


작품은 핵전쟁으로 문명이 붕괴한 지구에서 시작됩니다. 유전공학의 발달로 탄생한 세 종의 ‘키메라 인류’—하늘을 나는 에어리얼, 땅속을 사는 디거, 바다를 유영하는 노틱—는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 가능합니다.

진화생물학자 알리스는 이 프로젝트를 주도했지만, 구인류의 거센 반발과 생명윤리 논란 속에 우주로 추방되었습니다. 그러나 3차 대전 이후, 그녀의 창조물들은 멸종 위기의 인류 대신 새로운 지구의 지배자가 될 기회를 맞이합니다. 문제는, 이들이 과연 구인류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베르베르는 이번 작품에서 “종의 진화”를 윤리·문명·관계의 진화까지 포함한 질문으로 확장합니다. 그는 📌“우리는 현명하지 않습니다. (…) 우리는 너무나 오만한 나머지 우리가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라고 쓰며, 단일종 중심주의가 재앙을 부르는 구조를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키메라의 등장은 단지 과학적 성취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개념 자체를 재정의하는 사건이자, 오만과 배제의 역사를 반복할 위험성을 내포한 실험입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늘 우리를 ‘가능성의 경계선’으로 데려가는 작가입니다. 이번 신작 《키메라의 땅》은 그 경계선을 한층 더 어둡고 위험한 쪽으로 밀어붙입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핵전쟁 이후, 인류 문명이 붕괴한 지구입니다. 이곳에서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가 결합된 새로운 종족, 즉 ‘키메라’들이 등장합니다.


작품의 출발점은 미래 SF 설정이 아닙니다. 인류가 스스로의 한계를 자각하고, ‘적응’이라는 생물학적 본능을 유전자 조작이라는 도구로 구현하려는 시도입니다. 그러나 이 실험은 곧 생명윤리, 종의 위계, 권력 문제를 둘러싼 거대한 논쟁으로 변질됩니다.


진화 생물학자 알리스 카메러는 키메라 프로젝트의 주도자입니다. 그는 인간이 지구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세 가지 아종을 만듭니다. 하지만 연구 내용이 유출되며 그는 ‘괴물 창조자’라는 낙인을 찍히고, 살해 위협까지 받습니다.
그의 실험은 💭 “인간만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오만함”에 대한 도전이었지만, 세상은 그것을 위협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흥미로운 건, 알리스가 우주로 추방된 후 오히려 ‘창조주’로서의 역할이 강화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과학자 개인의 윤리적 고뇌와 사회적 고립, 그리고 창조자가 느끼는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집니다.


작품 중반부에 묘사되는 세계 3차 대전 장면은 지금의 국제 정세를 비춘 예언처럼 보입니다.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렸다” 는 표현은 갈등이 폭발하는 순간의 불가역성을 함축합니다. 베르베르는 역사적 사건과 첨단 무기 시스템, 실제 국가 관계를 촘촘히 엮어, 전쟁의 개연성을 무섭도록 설득력 있게 그립니다.


공중의 에어리얼(헤르메스), 지하의 디거(하데스), 바다의 노틱(포세이돈).
이 ‘혼종 3형제’는 각기 다른 환경 적응 능력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인류 내부의 다양성’이 공존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보여줍니다.
알리스가 📌“성공했다는 기쁨과 사람들이 신생아들을 거부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는 장면은, 과학적 성취와 사회적 수용 사이의 깊은 간극을 드러냅니다.

또한 📌“〈이교도에게 죽음을〉을 외치는 군중”은 종교적·문화적 갈등이 종족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재현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작가가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주제입니다 — 환경, 기술, 신체적 능력이 아무리 바뀌어도 인간(혹은 인간성을 지닌 존재)의 본질적인 분열과 폭력성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동그라미에 네모를 넣을 수는 없는 거야” 라는 대사는 서로 다른 종족 간의 근본적 불화, 그리고 억지 통합의 한계를 압축적으로 드러냅니다. 베르베르는 공존 실패를 미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냉정하게 바라보며, 생존을 위해서는 ‘분리’가 오히려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역설을 던집니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전쟁과 파멸을 ‘정화’로 해석하는 사피엔스의 집단 심리입니다. 📌“성경 속 대홍수처럼” 라는 인식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신성시하는 ‘집단적 스톡홀름 신드롬’을 상징합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재난이나 전쟁이 특정 이념이나 종교의 정당화 수단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키메라의 땅》은 💭“미래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상상을 넘어서, 왜 인류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에 대한 인류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혼종 인류의 등장은 기술적으로 가능할지 몰라도, 공존을 위해 필요한 심리적·문화적 진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는 또 다른 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처럼 읽힙니다.

문명이라는 이름의 오래된 병폐—폭력, 배제, 우월주의—가 어떤 모습으로든 다시 출현한다는 씁쓸한 사실을 보여줍니다. 키메라는 새로운 종이지만, 그들이 만드는 세계는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독자는 질문합니다.
⁉️“우리는 진화할 수 있는가, 아니면 단지 변형될 뿐인가?”
베르베르는 냉정한 진단과 함께 미약하지만 사라지지 않는 희망을 남깁니다. 그러나 그 희망은 쉽사리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이 소설이 남기는 깊은 여운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건, 인류가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만든 가장 진보적인 존재조차, 결국 인간의 그림자를 지닌다는 사실입니다. 기술은 진보해도,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가장 오래된 문제 — 폭력, 차별, 오만 — 는 변하지 않습니다.

🎈결국 이 작품은 ‘종의 진화보다 의식의 진화가 더 시급하다’는 메시지를, 장대한 서사 속에 숨겨 전달합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경고이자 예언입니다. 키메라의 땅은 먼 미래가 아니라, 우리가 이미 서 있는 현재의 연장선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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