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아리랑 한울림 작은별 그림책
정란희 지음, 양상용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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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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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귀향의 노래, 사할린에 남은 이름 없는 이들


이 책은 ‘아리랑’이라는 익숙한 멜로디에 담긴 낯설고 잊힌 비극을 꺼내 보여줍니다. 작가는 그 노래를 ‘함께 불러야 할 아픈 역사의 노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노래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기억하는 한, 언젠가는 기쁨과 환희의 노래로 바뀔 날이 오기를 바라게 됩니다.

《사할린 아리랑》은 읽는 내내 목이 메는 책입니다. 그것은 가혹한 강제노동의 현실 때문만이 아니라, 해방 이후에도 돌아오지 못한 ‘끝나지 않은 귀향’의 슬픔 때문입니다. 이 책은 그 이름 없는 수만 명의 김흥만들에게 바치는 문학적 위령비이자, 우리 모두가 함께 불러야 할 아리랑입니다.
읽고 나면, 우리는 묻게 됩니다.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것이라면,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가?”


정란희 작가는 아동문학과 역사 분야에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 온 작가로, 전쟁, 인권, 평화 등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현대사의 비극을 어린이와 청소년 독자에게 전달하는 데 힘써 왔습니다. 이미 여러 작품에서 강제징용, 위안부,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다루며, 사실과 문학적 감수성을 아우르는 글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양상용 화백은 수묵과 수채 기법을 혼합하여 인물과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리면서도 감정을 담아내는 독특한 화풍을 지녔습니다. 이 책은 두 사람이 《봉선화》에 이어 다시 호흡을 맞춘 두 번째 역사 그림책입니다.


사할린 한인 강제동원 문제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역사 중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입니다. 1941년부터 태평양전쟁이 끝날 때까지 약 6만 명의 조선인이 러시아 사할린(당시 일본 영토)으로 강제 동원되었고, 탄광·벌목·철도공사 등 극한 노동에 시달렸습니다. 해방 후에도 귀국이 좌절되었고, 냉전과 국적 문제, 일본과 한국 정부의 무관심 속에 수만 명이 그 땅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정란희 작가는 어린 시절 들었던 💭“사할린에는 아직도 조국에 돌아오지 못한 동포가 있다”는 말이 가슴속에 남아,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밝힙니다.
그는 10대 소년 ‘김흥만’의 시선을 통해 역사의 거대한 폭력과 개인의 절망,
그리고 그 속에서 꺼지지 않는 그리움을 전하고자 합니다.

작품의 주된 의도는 역사를 기억하게 하는 것입니다. 잊히면 반복된다는 경고를 어린 독자에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전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정란희 작가의 《사할린 아리랑》은 이름 없는 수많은 김흥만들의 ‘멈춘 시간’과 ‘돌아가지 못한 길’을 현재로 끌어와 독자의 가슴에 새깁니다.

책 속 주인공 김흥만의 이야기는, 6만여 명의 사할린 강제징용 조선인 중 한 사람의 목소리일 뿐이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는 수만 명의 삶과 죽음이 겹쳐 있습니다.
1941년 모내기철, 📌“네가 안 가면 네 아버지가 가야 해”라는 협박 앞에서 열일곱 소년이 짐을 싸야 했던 장면은, 그 시절 ‘징용’이 얼마나 폭력적인 강탈이었는지를 여실히 드러냅니다. 이 순간부터 흥만의 삶은 고향이 아니라 얼어붙은 사할린 땅과 얽히게 됩니다.

소년 김흥만이 겪은 사할린의 나날은 그 자체로 하나의 지옥이었습니다. 12~15시간 넘게 갱도 속에서 석탄을 캐고, 📌“침목 하나에 조선 청년 목숨 하나”라는 말이 통용될 만큼 위험한 철도 공사장에서 동료들이 쓰러져 갔습니다.
책 속 📌“얼어 죽고, 굶어 죽고, 고향에 가고 싶어 미쳐 죽었지”라는 문장은,
그 시절의 고통을 압축한 가장 날카로운 울음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 위에 얼음이 맺히고, 비린 생선죽과 무국이 전부인 식사, 병들어도 쉬지 못하는 노동.
흥만이 호박을 먹었다가 몽둥이로 두들겨 맞고도 다음 날 다시 일하러 나가야 했던 장면은, 그들의 몸과 정신이 어떻게 완전히 소모되어 갔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1945년 해방 소식은 그들에게 빛이었지만, 곧 그 빛은 잔혹하게 꺼졌습니다.
일본 패망 후, 일본인들이 먼저 귀국선을 타고 떠나고, 조선인들은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다 항구에서 얼어 죽”거나 기다리다 미쳐 죽었습니다.

흥만의 시선으로 본 이 장면은,
해방이라는 말이 ‘자유’가 아니라 ‘버려짐’을 뜻할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더 비극적인 건, 조국조차 이들을 데리러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것은 과거의 국가적 무책임만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여전히 직시하지 못하는 역사적 부채입니다.


《사할린 아리랑》은 어린이책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결코 ‘어린이만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징용, 학살, 귀향 불가라는 주제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질문을 던집니다.

✔️국가와 사회가 부재할 때, 개인은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가?
✔️기억되지 않는 역사 속 희생자들은 어떻게 다시 불려져야 하는가?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또 다른 ‘사할린’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이 책은 과거를 알리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책임을 묻는 작품입니다.


또한 양상용 화백의 그림은 그 무게를 시각적으로 옮겨오며, 독자가 숨을 고를 틈조차 주지 않습니다. 화선지 위에 먹과 수채로 그린 인물들의 눈빛은, 글이 전하지 못하는 체온과 숨결을 전합니다. 눈 위에 서 있는 인물의 표정, 바람결에 흩날리는 자작나무의 질감, 이는 독자에게 🌿“이건 이야기 속 장면이 아니라 실제였다”는 감각을 줍니다.

특히 흥만이 독방 속에서 들은 아리랑은 개인의 노래이자 민족의 노래였습니다.
📌“동네잔치 때 어머니, 아버지가 흥겹게 부르던” 그 곡이, 사할린의 얼음 숲 속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심장의 박동이자, 고향을 향한 무언의 기도가 되었습니다.

책 말미에 자작나무 꽃말 “당신을 기다립니다”가 등장하는데,
이는 흥만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모습과 겹쳐집니다.
이 장면에서 독자는 비로소 이해하게 됩니다.
사할린 아리랑은 끝난 노래가 아니라,
아직도 부르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노래라는 것을.


이 책은 기억을 잇는 다리입니다.
그 다리를 건너야만 우리는 ‘아리랑’이 더 이상 눈물의 노래가 되지 않게 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책 속에서 아리랑은 흥만과 동포들을 연결하는 ‘귀향의 끈’입니다.
📌“흥만은 눈물 속에 그 노래를 따라 불렀다.”는 장면에서,
노래는 언어와 국경을 넘어 기억과 정체성을 지키는 힘으로 변합니다.

결국 《사할린 아리랑》은 묻습니다.
“그 노래를, 이제는 기쁨과 환희의 노래로 부를 수 있는 날이 올까?”
그 질문은 곧, 우리가 이 역사를 얼마나 오래,
얼마나 진심으로 기억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합니다.

🎶아리랑의 반복은 이 책이 끝나도 여전히 이어질 듯한 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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