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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티재 하늘 1
권정생 지음 / 지식산업사 / 1998년 11월
평점 :
한티재 하늘은 구한말 부터 일제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중들의 고단한 삶을 그린 작품이다.
유사한 시대적 배경으로 씌여진 유명한 대하소설 [토지]가 있고 [혼불],[아리랑]등이 있다.
하지만 한티재 하늘은 예의 대하소설들과는 많이 다르다.
이 소설에는 소위 말하는 주인공이 없다.
서희나 길상이 같은 또는 강모나 효원이 같은 아리따운 아씨도 훤칠한 양반님네 도련님도 독립운동에 몸바친 지식인 독립투사도 없다.
물론 그래서 인지 악역또한 없다.
조준구 같은 탐욕스런 이도 거복이 같은 악랄한 일제 앞잡이도 임이네 같은 표독스런 여인네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그 시대를 순리대로 살아가는 민중들이 있을 뿐이다.
유일하게 등장하는 악역이라곤 일본순사인데 그들 마저도 실체없는 무슨 마귀같은 존재로 그려지고 있을 뿐이다.
한일합방과 일제치하로 이어지는 시대의 변화도 구체적으로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아마도 당시 민중들의 삶속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생존 그 자체일뿐 나라의 주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위는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임금이라는 절대적인 전제군주의 권력을 등에 업은 양반님네들에서 일본제국주의라는 권력을 이어받은 민족반역 친일파들로 바뀌었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변화도 아니었을지 모른다.
두권의 책을 득달같이 읽어치우고 찝찔한 콧물눈물을 속으로 삼키며 생각해본 현실의 모습은 아직도 한티재 하늘아래 우리또한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누구네 집은 전세값이 올라 변두리 변두리로만 밀려나고 있다느니, 누구네 딸은 4년동안 안해본 일 없이 열심히 일만하며 대학을 졸업했는데 학자금 대출로 졸업하자 마자 신용불량자가 되어 변변한 직장에 취직도 못한채 최저시급을 받으며 고생하고 있다느니.....
정리해고 철퇴에 회사의 복직약속만 믿고 기다리던 누구네 아들은 결국 목매어 죽고 말았다는....
평생 고생하며 아들딸 공부시켜 시집장가 보내놨더니 지들 먹고 살기에도 힘든세상이라 먼저보낸 남편만 원망하며 불기끊긴 쪽방에서 찬밥에 김치 한조각으로 끼니를 떼우고 있는 누구네 이모의 이야기들.......
일제치하도 한국전쟁의 전쟁터도 아니거만 한티재의 슬픈 하늘은 아직도 우리의 머리위에 떠 있고 구름한점 없는 그 하늘은 시리도록 맑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