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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보가의 사람들 1
로제 마르탱 뒤 가르 지음, 정지영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앙드레 말로의 [인간의 조건]의 주인공 가토프는 끓는 물에 던져져 죽임을 당하는 고통스런 사형을 앞둔 순간 자살용 캡슐을 죽음의 고통에 대한 공포에 질려 있는 동료에게 양보하고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고 죽음을 맞아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
죽음의 순간에 의연하게 대처한다는 말 자체가 모순이 있는것 같다.
대개의 사람들에게 죽음이란 생각만으로도 온갖 상념에 빠져들게 만드는 두려운 화두 이지만
막상 죽음의 순간은 우리가 어떻게 손써볼 틈도 없이 찾아오고 특히 불의의 사고로 죽는 사람은 자신이 어떻게 죽는지 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결국 죽음에 의연하게 대처한다는 말은 삶에 의연하게 대처한다로 바꿔야 할 것이다.
매 순간 자신에 충실하고 진실을 추구하고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
실로 짧은 순간을 살고 최악의 고통을 겪으며 죽어간 자크의 삶이 숭고해 보이는 까닭은 살아생전 자크의 삶이 진리를 추구하고 진정 부끄럽지 않은 삶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3권부터 나오는1차대전의 발발을 전후한 당시 유럽정세의 설명과 무수한 이념토론들이 읽는데 지루함을 줄지 모르나 꼭 읽어야 할 내용들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과 나와 사랑하는 가족들의 목숨을 빼앗고 내 아이들의 삶을 불행과 고통으로 몰아넣을 것이 자명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어리석게 머리를 들이미는 집단광기에 사로잡힌 당시의 유럽인들을 보며 우리의 오늘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마지막 삶을 담담히 기록해 나가는 앙투안느의 이야기 또한 매일을 안일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자극을 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죽기전에 이 형제의 이야기를 읽지 못하고 죽는 사람은 참으로 불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