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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번째 이름은 연아입니다 - 가난하거나, 아프거나, 술 취했거나, 미치지 않으면 나를 만날 수 없다
신아현 지음 / 데이원 / 2024년 8월
평점 :
요즘 같은 시대에 정체성과 자아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한 번쯤 해보는 것 같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한 역할과 기대 속에서 살아가면서 ‘진짜 나’는 누구인지,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순간이 많다. 나 역시 가끔 거울을 보며 ‘나는 누구인가?’ 같은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나의 두 번째 이름은 연아입니다> 는 단순한 성장 소설을 넘어,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내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 책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두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름이고, 또 다른 이름 ‘연아’는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점점 더 의미를 갖게 된다. 책을 읽으며 문득 나도 ‘내 안에 또 다른 이름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여러 역할을 맡으며 살아간다. 가정에서의 나, 친구들 사이에서의 나, 직장에서의 나, 모든 모습이 나이지만, 가끔은 그중 어떤 모습이 가장 진짜 나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이 소설은 그런 고민을 섬세하게 풀어내며 독자에게 공감을 선사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주인공이 단순히 자신의 이름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그 이름과 함께 자신의 감정과 상처를 마주하고 성장해 나간다는 점이다. 우리는 종종 과거의 상처를 외면하거나,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이 책은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의 감정과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조용하면서도 강렬하게 전한다.
작가의 문체는 담담하면서도 따뜻했다. 섬세한 감정 묘사가 인상적이었고, 마치 누군가 나직이 들려주는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들어 읽는 내내 편안하면서도 몰입할 수 있었다. 어떤 장면에서는 주인공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마음이 저릿하기도 했고, 또 어떤 장면에서는 조용한 위로를 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나는 나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혹시 내 안에 숨겨진 또 다른 이름이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이름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이름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때로는 이름이 단순한 호칭을 넘어 우리가 누구인지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단순한 성장 소설이 아니라, 독자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살다 보면 가끔 길을 잃을 때가 있다. 익숙했던 삶의 방식이 흔들리거나, 내가 누구인지 헷갈릴 때가 온다. 때로는 사회의 기대에 맞추려 애쓰다 보니 정작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겠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순간, 자기 자신을 잃지 않도록 작은 위로를 건네는 책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도 내 안의 또 다른 이름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내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것 아닐까. 이 책을 통해 나는 나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 과정이야말로 나를 찾아가는 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나의 두 번째 이름은 연아입니> 는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책을 읽는 내내 ‘나’라는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내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하는 순간을 맞닥뜨린다. 이 책은 그런 이들에게 조용한 위로와 함께, 스스로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하는 작품이었다.